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다. '남북 군사 당국자 접촉'과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두고 보여준 통일부의 모습이다.

통일부의 무식함은 정부가 보안의식이 없이 한 일간지 기자의 취재력에 넘어간 데서 시작됐다. 한 일간지는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과 함께 정부가 지난 13일 제2차 남북고위급 접촉 날짜 제의를 보도했다. 해당 언론사의 훌륭한 취재력에 찬사를 보내고 무능력한 기자 자신을 반성한다.

남북 군사 당국자 접촉이 시작된 날 아침부터 해당 보도를 확인하기 위해 기자들은 분주히 움직였다. 그리고 공교롭게 15일 공식 브리핑이 있는 부처는 통일부였다.

통일부의 입장에서 보면 억울한 측면도 있다. 해당 사안은 '군사 당국자'라는 표현 그대로 국방부 소관이지만, 대통령 순방으로 자리에 없는 청와대와 국회 국정감사를 위해 계룡대에 총출동한 국방부 때문에 통일부가 모든 화살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4시에 이르기까지 통일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는 말로만 일관했다. 좋다. 남북 군사 당국자 접촉은 국방부 사안이기 때문에 통일부가 답해줄 위치는 아니기에 이해한다.

그렇다면 통일부는 국방부에 문의해보라는 말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7시간이 넘도록 통일부는 정무적 판단조차 내리지 못한 미련함을 보인 것이다.

제2차 고위급 접촉 날짜 제의에 대해서는 어떠했는가. 통일부는 이마저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관했다. '남북 군사 당국자 접촉'은 국방부 소관이라고 쳐도 제2차 남북고위급 접촉 날짜 제의는 통일부가 모를 수도 없고, 확인을 해주지 못할 이유도 없다.

그런데 통일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만 했다. 비밀주의를 고수하려한 것이라면 그마저도 이해하겠다. 그리고는 15일 오후 5시가 다 되서야 제2차 남북 고위급접촉 날짜를 지난 13일에 제의했다고 시인했다.

문제는 여기서 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14일 기자들의 고위급 접촉 관련 질문에 "말씀드릴 사항을 가지고 있지 않다. 검토 중에 있어서 아직 정확한 것은 확정되지 않았고 북한에 제의할 정확한 시점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2차 남북고위급 접촉 날짜를 13일 오전에 이미 제의했음에도 14일 제의할 시점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그리고서는 제의했다는 것을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변명했다.

물론, 통일부는 몰랐을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언론을 통해 공개된 내용을 제대로 확인조차 하려하지 않고 윗선의 눈치만 살피다 해질녘이 다 돼서야 밝히는 태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다. 15일에 이어 16일 통일부는 잘못된 정보를 마치 대단한 내용인냥 떠들어 오보를 만들게 했다.

16일 오전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측이 지난 7일 '긴급 단독 접촉'이라는 제목의 전통문을 보냈다고 공개했다. 그리고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을 직접 만나자는 내용이고 이를 정부가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제히 언론들은 '황병서, 김관진 단독접촉 제의'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나 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통일부가 "통지문에서 실제로 접촉대상은 '두 사람(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알려드린다"라고 정정해 오보의 단초를 제공했다.

남북관계는 매우 예민해서 조심히 다뤄야 한다. 그리고 통일부는 남북관계를 제대로 관리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이틀동안 벌어진 통일부의 행태는 과연 통일부가 남북관계 주무부처인가 의심스럽게 한다.

무식하고 용감한 통일부를 과연 어찌해야 할까. 이명박 정부 초기 통일부 폐지론에 찬성표를 던졌어야 했을까. 답답함에 억장이 무너지지만 통일부 당국자 그 누구도 책임지는 모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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