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경기는 실내경기이고 템포가 짧은데다가 자칫하면 탁구공 소리가 응원 소리에 묻힐 수 있었다. 조심스럽지만 내실있는 응원이 필요했다. 점수가 났을 때, 한 세트 마칠 때 짧게 응원을 했고 공이 탁구대 네트를 넘나드는 랠리 중에는 침묵을 지켰다. 짧고 굵은 응원에 경기장 분위기도 서서히 달아올랐고 북측 선수들도 승리를 거머쥐었다.
탁구 경기가 끝난 뒤 북 선수들은 ‘아리랑’ 응원단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를 보냈다. 대회 초반에만 해도 북 선수들은 우리를 대할 때 어색해하거나 긴장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막바지에 이르니 친근하게 인사를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
이후 경기는 여자 축구 남북 대결전. 통일응원단 ‘아리랑’은 남북이 맞붙는 여자 축구 경기를 단체로 응원하지 않고 개인 자격으로 관람하며 응원하기로 했다. 응원단 참가자 몇몇은 “북 선수들이 아리랑 응원단을 찾는 것 같지 않아?”라며 단체응원을 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다음 날인 30일 다이빙 경기가 박태환수영장에서 펼쳐졌다. 다이빙도 집중력이 요구되는 실내 경기여서 축구와는 달리 집중성있게 응원을 펼쳤다. 맞은 편에 자리한 북 선수단과 인사를 주고받기도 했다.
김은향, 송남향 선수가 은메달을 획득, 시상식이 끝나고 퇴장하는 순간까지 북 선수들은 우리에게 손을 흔들었다. 북측 임원진들도 응원단 근처까지 와서 손가락을 들며 “우리는 하나다”를 함께 외쳤다. 응원으로, 구호로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이어진 북측과 이라크 남자축구 4강전.
관중들은 처음 조용한 분위기였는데 이라크 선수들의 거친 반칙 행위가 잇따르자 열정적으로 북 선수들을 응원했다. 경기장은 어느새 북을 응원하는 소리로 가득찼다. 부상과 파울이 연이어 나오고 연장까지 가는 접전이 됐다.
응원단은 대부분 “이라크 선수들의 매너 없는 플레이에 화가 나서 더 힘껏 응원했다”면서 “관람석에 앉은 이들 대부분이 한 목소리로 북을 응원하니 새삼스럽게 감동적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부분이 한 목소리로 북측 선수를 응원하는 와중에서도 응원을 하지 못하게 하는 사람도 보였다. 단체응원을 하러 온 듯한 중학생들이 북측을 응원하자 교사로 보이는 인솔자가 이를 제지한 것. 참 안타깝고 속상한 일이었는데 인솔자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는 학생들도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