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번째 선수인 ‘아리랑’ 목 터져라 응원한 26일
싸늘한 아침 바람을 맞으며 도착한 양궁 경기장. 양궁 경기는 집중력이 중요한 경기라 목청껏 응원할 수 없어 활시위를 당기고 점수를 확인하는 순간, 선수들의 이름과 함께 ‘우리는 하나다’ 구호를 외치면서 응원을 했다.
그 때마다 북측 선수들은 손을 들어 우리에게 감사의 손짓을 보냈다. 넓은 경기장이라 멀찌감치 떨어져있었지만 서로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같은 언어를 쓰는 우리 민족, 분단된 우리의 반쪽.
여자 축구는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중국과 8강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12번째 선수로 자임하는 ‘아리랑’ 응원단은 어느 때보다 목청껏 응원하리라 마음먹었다.
후반까지 0:0으로 비기는 상황, 전후반 90분을 한 번도 쉬지 않고 목이 터져라 “우리는 하나다”, “이겨라! 코리아”, “힘내라 코리아”를 외쳤다. 허은별 선수가 선득점을 하는 순간, ‘우리가 힘을 합치면 못할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스쳐갔다.마침내 승리한 북측 선수단이 관중석으로 인사하러 왔을 때, 우리는 한반도기를 흔들며 90분 동안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뛰어다닌 선수들에게 동포애로 가득한 뜨거운 함성과 박수로 격려를 보냈다. 그리고 나서 부른 ‘우리는 하나’라는 노래는 어느 때보다 가슴 벅찼다.
여자 축구 승리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채 남자 축구 8강전 응원을 준비했다. 남자 축구도 거뜬히 승리할 거라 확신하는 응원단에게 복병이 나타났다. 바로 인도네시아 응원단의 숫자가 어림잡아도 1,000여 명인 것.우리 아리랑 응원단이 앉은 양 옆, 뒤 편에 인도네시아 응원단이 가득했다. 승리의 각오가 느껴질 만큼 열띤 응원을 시작했다.
사방으로 인도네시아 응원단이 둘러싸고 수적으로 열세인 상황, 통일응원의 기세를 누가 꺾을 수 있으랴. 다시 목이 터져라 구호를 외치고 짝짝이를 치며 응원을 시작했다.
결과는 4:1 대승. 경기 종료 후 우리 앞으로 달려와 인사하는 북측 선수들과 함께 12번째 선수인 우리들은 함께 기쁨을 나눴다. 목이 쉬어버린 응원단과 녹초가 됐을 선수단이 ‘하나’가 돼 서로를 격려하며 기뻐한 순간. 다시금 목이 메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