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북측 선수가 출전하는 인천 달빛축제정원 역도경기장에는 어김없이 '아리랑' 응원단이 자리했다. [사진-통일뉴스 신미연 통신원]

통일응원단 ‘아리랑’에 결합하기 위해 나선 길, 태풍의 영향으로 어제부터 내린 비가 버스 창가를 적시고 있었다. 우리나라를 찾은 북측 선수들, 우리 동포를 응원하기 위해 경남 김해에서 인천으로 올라가는 길,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 처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칠 줄 모르던 빗줄기는 인천에 들어서자 언제 그랬냐는 듯 멈췄고 잘 닦여진 도로 곳곳에 걸린 인천 아시안게임 홍보 현수막으로 햇살이 내리쬐었다. 달빛축제정원 역도경기장은 새로 지어진 것이라 초행길이라는 택시기사는 경기장을 코앞에 두고 한참을 돌아가기도 했다.

▲ “장하다, 려은희!”, “최고다, 려은희!” 목청이 터지도록 불렀다. [사진-통일뉴스 신미연 통신원]

24일 오후 여자 69kg급 역도 경기에 출전한 려은희 선수는 앳된 모습이었다. 려은희 선수가 인상종목에서 1차, 2차를 가볍게 성공하고 3차에서 121kg을 들어 올렸을 때 응원단은 경기장을 떠나갈 듯한 함성과 함께 연호를 했다. 아시안게임 신기록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자연스럽게 “장하다, 려은희!”, “최고다, 려은희!” 목청이 높아졌다.

우리나라 김수현 선수는 안타깝게도 인상에서 2, 3차 시기에 100kg을 들어 올리다 주저앉아버렸지만 용상에서 131kg를 들어 올려 앞선 경기의 부진을 만회하기도 했다.

이어서 용상에서 려은희 선수가 1차에서 140kg를 들다가 주저앉아버렸다. 하지만 이어서 2차 140kg를 들고 3차로 141kg를 깔끔하게 들어올렸다. 려은희 선수가 힘을 주고 들어 올릴 때 저절로 배에 힘이 들어갔다. 목소리도 더 커지고 박수를 치는 손바닥에도 힘이 들어갔다. 끝내 은메달에 그쳐 시상식 내내 고개를 떨구고 있는 려은희 선수에게 응원단은 “힘내라”, “정말로 잘했다”는 격려를 보냈다.

▲ “최고다! 짝짝짝, 홍은정 짝짝짝”. 홍은정 선수는 도마에서 금메달을 땄다. [사진-통일뉴스 신미연 통신원]

다음 응원지는 체조 경기장. 여자 도마 유력 우승후보인 홍은정 선수와 리은하 선수의 응원을 위해서 급하게 이동했다. 홍은정 선수가 힘차게 첫발을 내딛으면서 모두가 숨죽여 한 곳을 향해 지켜보는데 돋음발을 딛고 점프해 날아서 착지하는 순간, 모두가 벌떡 일어나서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을 쏟아냈다.

“장하다! 짝짝짝, 홍은정! 짝짝짝”, “최고다! 짝짝짝, 홍은정 짝짝짝”, “우~ 와~!”

고난도의 기술을 선보이며 홍은정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리은하 선수는 5위를 기록했다. 관람객 중 한 초등학생이 아리랑 응원단으로 다가오더니 슬그머니 옆에 앉아 응원을 함께 했다. 즐거워하며 응원하는 아이의 모습에 응원단 모두의 얼굴엔 미소가 번졌다. 아이들의 미래에는 분단국가의 굴레가 없어야할 텐데. 응원단의 목소리가 더 커진 것 같다.

여자 도마에 이어서 여자 이단 평행봉 경기가 있었다. 북측의 홍은정 선수는 어깨부상으로 기권하고 강영미 선수가 경기를 펼쳤는데 아쉽게도 중간에 미끄러져 떨어졌지만 고난도의 기술과 안정적인 착지로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남자체조 링 종목 결승에서 북측의 김진혁 선수는 4위, 리세광 선수는 6위의 성적을 거뒀다.

오늘은 금, 은, 동이 모두 북측에 안겨진 날이었다. 시상식에 오른 북측 선수의 이름을 외치면서 우리 겨레가 하나가 된다면 더 큰 스포츠강국이 될 텐데 아쉬운 마음이 밀려왔다. ‘우리는 하나’라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북측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온 북측 선수단, 관계자들이 함께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가슴이 뭉클한 순간이었다.

외신 기자 중 한명은 우리 응원이 보기 좋다면서 “‘우리는 하나’라는 말이 감동이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기도 했다.

▲ 경기장을 나선 시각, 북측 선수단과 관계자들이 선수촌으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진-통일뉴스 신미연 통신원]

경기장을 나선 시각, 어느새 깜깜한 밤하늘이다. 북측 선수단과 관계자들이 선수촌으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장 가까이서 북측 동포들을 볼 수 있었지만 대화를 나누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단일기를 들고 “우리는 하나다”를 외쳤다. 북측 동포들이 손을 흔들며 화답하는 순간, 마치 눈빛 대화가 오고 간 것만 같다.

남과 북, 해외 동포들이 진정 하나 되는 날은 언제 올까. 깜깜한 밤하늘에 별빛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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