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속에서 꽃이 피어올랐다.' 북측 선수들의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장면. [사진-통일뉴스 신미연 통신원]

물속에서 꽃이 피어올랐다.

지난 23일 오후 인천문학 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여자 프리콤비네이션 결승전. 외모와 실력을 모두 갖춰 화제를 모았던 북측의 싱크로나이즈드 선수들의 경기인데다가 싱크로나이즈드 경기 자체를 처음 보는 것이어서 눈을 뗄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전날인 22일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던 북측은 민요 ‘아리랑’을 편곡한 음악으로 남북을 하나로 만들었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날 프리콤비네이션 결승전 성적은 3위와 1.4점 차이로 아쉽게 4위를 기록했지만 아름답고 화려한 경기를 펼쳤다.

인천문학 박태환수영장으로 들어서니 북측 선수들이 경기 전 연습을 하고 있었다. ‘아리랑’ 편곡 음악은 아니었지만 우리 민요 가락이 느껴지면서도 웅장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10명이 하나가 돼서 여러 모양을 만들어냈다.

북측은 일본, 카자흐스탄 다음으로 3번째로 경기를 펼쳤다. 9명이 배를 만들고 1명이 물 위를 흐르듯 지나는 연기로 시작한 북측의 경기는 관람한 시민들의 많은 박수를 받았다.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이 물 밖으로 나올 때 선수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며 응원하자 북측 선수들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며 답례했다. 천진난만하고 귀여운 선수들의 표정이 보였다.

▲ ‘아리랑’ 응원단 맞은편에 북측 선수단과 임원들로 구성된 응원단이 있다. [사진-통일뉴스 신미연 통신원]

이날은 처음으로 북측 선수단, 임원들과 맞은편에 앉았다. 참가국 관계자들이 앉는 좌석과 관람객의 좌석이 경기장 맞은편으로 배치돼있었기 때문이다. 북측 선수단, 임원들이 우리 ‘아리랑’ 응원단을 알아보고 손을 흔들면서 우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모습도 보였다. 우리를 향해 손 흔들며 사진 찍는 모습도 보였다. 응원단이 찍은 사진에도 이 모습이 담겼다.

우리가 단일기를 흔들며 응원을 하면 북측 선수단, 임원들은 인공기를 더 힘차게 펄럭이면서 응원하기도 했다. 북측 응원단이 왔다면 마주 보고 그야말로 남북 공동응원을 펼쳤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 드는 순간이기도 했다.

▲ '아리랑' 응원단. 북측 선수들은 북 관계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이어 '아리랑' 응원단을 향해 답례를 했다. [사진-통일뉴스 신미연 통신원]

경기가 끝난 뒤에 선수들은 차례로 먼저 자기 나라 관계자들이 앉은 객석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자기 나라 응원단을 향해서 인사를 했다. 북측 선수들은 북 관계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우리를 향해 답례를 했다. 우리 ‘아리랑’응원단이 없었다면 북측 선수들이 누구에게 인사를 할 수 있었을까. 우리는 북측 선수들의 인사에 더 많이 손을 흔들며 격려의 인사를 보냈다.

우리는 북측 선수들과 관계자들이 경기장에서 사라질 때까지 “다시 만나요!”라고 외치며 인사를 했다. 응원단을 함께 하고 있는 홍혜원(24세) 씨는 이 순간이 가장 뭉클했다고 한다. 전기훈(29세) 씨는 “북측 선수들이 어느 나라 선수들보다 더 아름다워보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북측 선수들 이름. [사진-통일뉴스 신미연 통신원]

싱크로나이즈드 응원을 마치고 향한 곳은 역도경기장. 여자역도 63kg급 조복향 선수 응원이었다. 도착했을 땐 조복향 선수의 인상경기가 끝난 상태. 인상에서 107kg을 들어서 용상에서 만회해야 메달권에 들 수 있었다. 응원단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조복향 선수는 용상에서 140kg를 들어 합계 247kg로 동메달을 따냈다.

우리나라의 김수경 선수가 부상으로 용상을 시도하지 못하고 실격을 당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역도는 기록경기라서 남북 선수 모두를 응원하기에 이점이 있다. 경기장 안에서는 경계가 허물어지고 응원을 하며 하나가 될 수 있는데 아쉽기만 했다.

경기장엔 싱크로나이즈드 경기를 마친 선수들이 응원을 왔다. 경기할 때 화려함은 온데간데없고 역도 흉내를 내는 등 천진난만한 미소로 응원하는 모습이 보였다.

또 김광성 선수는 인상에서 168kg를 들고 용상에서 195kg를 들어 은메달을 땄다. 남자역도 77kg 기록을 보유한 중국의 류샤오준 선수가 용상 1차, 2차 시기에 실패를 하면서 응원단은 잠시나마 금메달의 기대를 가졌다.

심지어 김광성 선수가 용상 3차 시도에서 207kg를 도전하면서 경기장의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기도 했다. 김광성 선수가 3차에 207kg을 들면 몸무게가 적게 나가는 김광성 선수가 1등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광성 선수는 클린은 성공했지만 저크에서 실패, 은메달을 획득했다. 응원단은 끝까지 최선을 다한 김광성 선수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응원단은 내일도 북측 선수들의 응원을 이어간다. 내일도 북측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 우리를 향해 환한 미소로 손을 흔들 것이다. 북측이 아닌 남측 응원단이지만 남북 공동응원단인 우리를 향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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