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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월당의 삶이 녹아있는 산<산행기> 6.15산악회 9월 수락산 산행
유영호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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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9.23  18: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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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호 / 6.15산악회 회원


   
▲ 수락산에 오른 6.15산악회 회원들. [사진-유영호]

<6.15산악회>(회장 권오헌)의 9월 산행지는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수락산(水落山)’이었다. ‘노원구(蘆原區)’는 ‘갈대 숲이 펼쳐진 벌판’이라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우리가 만나기로 한 7호선 수락산역 직전 역 이름이 ‘마들역’이다. ‘마들’이란 명칭 역시 노원(蘆原)과 같은 의미이다. 갈대밭에서 말들이 뛰어 노는 모습을 형상하여‘말(馬)’과 ‘들(들판)’이 합쳐진 순 우리말이다. 그리고 우리가 오를 수락산은 정상 동편에 위치한 내원암 일대 넓은 바위 위로 물이 떨어지는 모양이 아름답다 하여 수락산(水落山)이라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수락산 정상 일대에서 햇살에 반사되어 화려하게 떨어지는 폭포와 산 아래 누런 갈대로 뒤덮인 마들평야에서 뛰어 노는 한가한 말들을 상상해 본다. 아마도 이보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가을 풍경은 없었으리라. 하지만 이러한 아름다운 풍경은 고층빌딩 숲으로 변해버린 현실 속에서는 그저 상상 속에 머물 뿐이다.

이렇게 상상 속에 시작된 9월 산행은 9월 21일 7호선 수락산역에서 집결하면서 시작되었다. 오전 9시에 산악회원들이 속속 집결하기 시작하여 뒤에 결합한 사람까지 총 31명이 함께 하였다. <6.15산악회>는 90세의 유기진 선생님부터 시작되기에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평균연령이 높을 것이라 자랑한다. 하지만 참가자들의 연령 상 수락산 정상까지의 등반은 어려웠다. 또 항상 그렇듯 두 개의 조로 나뉘어 등반은 시작되고 약속된 장소에서 두 조는 다시 점심식사를 함께 하며 산상강연 후 함께 하산하는 방식이다.

수락산역을 출발한 우리는 <수락샘>까지 함께 걸었으며, 여기서부터 2개 조로 나뉘어 등반하였다. 정상은 포기하고 매월당까지 오르고 깔닥고개를 거쳐 하산하기로 하였다. 초기 등산길은 그리 험하지 않았으나 점차 오를수록 바위가 나타나고 서로 잡아주며 힘겹게 오르기 시작하였다.

약 1시간 반쯤 오르니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 <금오신화>를 써서 잘 알려진 김시습의 호를 딴 ‘매월정(梅月亭)’이 작은 봉우리 위에 우뚝 솟아 있었다. 매월정 주변은 곳곳에 김시습이 노원과 수락산을 묘사한 시들이 쓰여져 있었다. 김시습은 3세에 한시를 지어 동네 신동으로 불렸으며, 이것이 세종에게까지 알려져 임금 앞에서 한시를 지어 세종을 감탄케 한 천재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21세 되던 해 소위 계유정란(1453)이라 불리는 세조의 왕위찬탈이 벌어지자 이에 격분해 스스로 관직을 버리고 세조의 부름을 거부하며 절개를 지킨 생육신 가운데 한 사람이다. 또 이후 단종복위를 꾀하다 죽은 사육신의 시신을 수습해 노량진에 안장한 사람이기도 하다. 이후 세상을 떠돌아 다니다 37세가 되던 성종 10년(1471) 서울로 올라와 이곳 수락산에서 10년간 머물렀다고 하니 이 산 곳곳에 그의 삶이 녹아 있으리라.

   
▲ 매월 김시습의 호를 딴 매월당. 김시습이 수락산 일대에서 10년을 머물렀다고 전해진다. [사진-유영호]

지난 대통령선거가 부정선거였다는 논란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끊임없이 국정원의 현실정치 개입이 밝혀지고 있는 현실, 거기다 300명이 넘는 아이들을 수장시킨 세월호사건으로 온 국민을 경악케 만든 박근혜 정권에서 만일 김시습 같은 관료가 있다면 그는 어떻게 했을까를 상상해 본다.

너무도 황당한 현실이기에 그저 이런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매월당 아래로 펼쳐 보이는 풍경을 감상한 뒤 다같이 사진을 찍고 우리는 깔닥고개로 내려와 거기부터 계곡을 타고 내려왔다. 이 매월당을 경계로 이제부터는 의정부시이다. 그러니 이후 깔닥고개며 수락산 정상은 모두 의정부시에 위치한 것이다. 잠시 내려오다 2조가 식사자리를 마련하고 기다리는 곳에 결합하여 즐거운 점심식사를 하였다.

음식을 맛나게 먹기 위한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는 땀을 흘리고 먹을 때이고, 둘째는 야외에서 먹는 것이며, 마지막으로 여럿이 함께 먹는 것이다. 이 가운데 한가지만 갖추어도 음식은 맛이 있다. 그런데 산악회의 점심식사는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고 있으니 얼마나 맛있으랴. 서로 준비한 음식을 나눠먹으며, 똑 같은 김치라도 서로 맛이 다르니 그야말로 수십 가지 찬이 펼쳐진다.

이렇게 맛난 식사를 하고 <6.15산악회>의 백미인 ‘산상강연’이 이어진다. 이번 강연은 양심수후원회 권오헌 명예회장님께서 해주셨다. 항상 현상 속에서 발로 뛰어다니는 분이라 지금의 정치정세와 통일정국을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명쾌하게 정리해주셨다. 등반을 함께 사람들 모두가 각자의 삶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며 이렇게 산상강연과 이후 질의응답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공동체의식을 다져간다. 우리는 강연을 마치고 각 단체 및 회원들의 몇몇 공지를 한 뒤 하산하였다.

우리가 처음 출발했던 수락산역으로 내려와 근처 식당에서 간단히 뒤풀이는 하는데 비록 산행은 못했지만 한 달간 못 본 그리운 얼굴들을 보기 위해 인천에서 이곳 서울 북단까지 찾아온 여성회원이 있었다. 다른 일정상 산행은 함께 하지 못했지만 얼굴이라도 보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자 이렇게 멀리까지 찾아 왔으니 얼마나 고마운가.

참고로 다음 10월 산행은 단풍철이니 매년 그렇듯 서울근교에서 단풍이 가장 아름답게 펼쳐지는 <도봉산>이 예정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며 가을 단풍 속에서 즐거운 산행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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