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된 조국을 염원하는 조용하지만 뜨거운 함성이 정전 61주년을 기해 지난 달 26일과 27일 국내 5개 도시, 미국 로스앤젤레스, 샌디에고를 비롯한 국내외 10여개 도시에서 울려퍼졌다. AOK (Action for One Korea)가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지구촌 곳곳의 동포들 목소리를 하나의 코리아를 향한 함성으로 결집해 내려는 ‘AOK 727 글로벌액션’ (지구촌 통일한마당)은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시도였다.

‘글로벌액션’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끝내고 하나된 조국을 열망하는 전 세계 동포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내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의 동포들도 같은 통일열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서로 서로 확인하면서, 나라 안팎의 동포들이 힘을 합하면 풀뿌리시민의 힘으로 통일을 위한 전환점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국내 나주, 거창, 부산, 수원, 서울에서, 그리고 LA, 샌디에고, 벤쿠버, 모스크바, 시드니에서 글로벌액션을 위해 열정을 가지고 함께 준비하고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기대에 미흡한 면도 있었지만, 첫 해였던 작년에 비해 돋보였던 점은 OK 캠페인, 차세대가 참여하는 프로그램과 다양한 연령대의 참여, 지역기반의 글로벌 운동 활성화, 그리고 그림을 통한 예술인들의 참여가 아닐까 생각한다.

조상훈 727 글로벌액션 추진위원장은 “화해와 교류의 실낱같은 희망마저 5.24 조치로 단절된 지 5년이 지나가는 해, 지구촌 곳곳과 국내 주요 도시를 연결한 글로벌액션이 나라 안팎의 통일열망을 결집해 내는데 기여했다고 봅니다. 분단 70년이 되는 2015년에는 전 지구촌이 함께 하는 운동으로 나갈 것입니다”라고 결의를 표했다.

태평양 너머로 울려퍼진 OK 원코리아 함성

국적은 달라도 세계 누구나 즐겨쓰는 긍정과 희망을 뜻하는 오케이, 만국공용어인 ‘오케이’를 주변 사람들이 말할 때마다, “그런데, 오케이(O.K.)가 무슨 약자인 줄 아십니까? 바로하나의 코리아(One Korea)의 약자입니다. 코리아는 원래 하나였고 우리는 우리 생애 내에 하나의 코리아를 실현하기를 원합니다”라고 설명하면서, 한국인의 통일열망을 지구촌에 적극적으로 널리 알려 나가는 캠페인에 대한 각오가 로스앤젤레스에서 태평양 너머로 울려퍼졌다.

▲ 727 글로벌액션 LA 참석자들이 OK원코리아 손피켓을 들고 하나의 코리아를 외치고 있다. [사진 - 심흥근 재외기자]

▲ OK 캠페인을 위해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는 참석자들. 로스앤젤레스. [사진 - 심흥근 재외기자]

▲ 로스앤젤레스에서 OK 캠페인의 의의를 설명하는 정연진 대표실행위원. [사진 - 심흥근 재외기자]

▲ 수원 화성행궁 앞에서 울려퍼진 OK 원코리아 함성. [사진제공 - 통일나눔]

지역기반의 글로벌 통일운동, 네트웍을 다지다

각자의 지역을 기반으로 하되 국제적 안목과 연대를 갖춘 ‘글로벌 통일운동’을 추구하는 AOK가 이번행사를 통해 지역기반 네트워크를 갖춰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에서는 27일 저녁 흥사단 강단에서 AOK 서울 회원들과 모스크바, 시드니, LA, 상하이를 구글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연결한 가운데 국내 나주, 부산, 수원, 거창 시민들이 화상으로 참여했다.

서울에서는 평화운동가 손이덕수(전 효성여대 교수) 선생은 “불꽃 토하는 DMZ 나무” 등 직접 작업한 디지털 아트를 선보이면서 평화운동, 생명운동으로서 통일운동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김성곤 의원은 축사에서 “독립운동도 해외에서 전개되어 이루어졌듯이 통일 운동도 국내에서는 분단과 이념의 제약이 많기 때문에 좀 더 자유로운 해외 한인 동포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역할이 필요하다”고 격려하면서 해외를 아우르는 통일운동에 대한 기대감을 표명했다.

수원에서는 통일나눔과 6.15공동선언실천 경기본부가 함께 수원 화성행궁 앞에서 OK 원코리아 모자이크를 카드 섹션으로 완성하고 정전기념일을 기한 성명서 낭독을 통한 결의를 다졌다. 거창에서는 도심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을 위한 일일집회와 결합하여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어야한다’는 주장이 울려퍼졌다(주관 정연탁). 부산에서는 부산민주시민교육원에서 부산시민들이 참여하여 통일에 대한 생각을 서로 공유하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주관 최서우).

▲ 서울 흥사단 강당에서 727글로벌액션 참가자들이 오케이 손싸인을 펼쳐보이고 있다. [사진제공 - 조상훈]

▲ 통일나눔과 6.15 공동선언실천 경기본부가 주관한 수원 행궁에서의 지구촌 통일한마당. [사진제공 - 통일나눔]

▲ 캐나다 벤쿠버 큰빛교회에서 727글로벌액션에 참여한 캐나다 동포 청소년들. 앞줄 왼쪽에서 네번째 이번 행사를 주관한 이소춘(조셉 리)씨.

그림을 소통매체로 활용한 평화운동

▲ 태평양전쟁의 참상을 다룬 그림을 설명하는 권용섭 화백, 로스앤젤레스. [자료사진 - 정연진]

▲ 일제에 강제징집 당한 부친이 미군의 공습에 의해 폐허가 된 오키나와에서 ‘죽창을 들고서’ 싸워야했던 참혹한 전쟁을 표현한 권용섭 화백 그림. [제공 - 권용섭]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독도화가로 유명한 권용섭 화백이 연단에 섰다. 일제강점기 남양군도, 오키나와로 징병을 당했던 아버님의 구술을 토대로 태평양전쟁 당시의 참상을 증언하는 그림을 소개하면서, 전쟁 없는 세상에 대한 희구와 함께 풀뿌리 시민이 참여하는 글로벌 평화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만화가 김인권 씨의 작품도 소개되었다. 그는 ‘대동사상’을 펼치며 한국의 자주 독립을 위해 헌신한 외증조 할아버지, 평화운동가, 통일운동가였던 할머니와 어머니, 대를 이어 4대째 평화운동을 해오고 있는 독특한 집안 내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전쟁 중 혹독하게 추운 어느 날 일어난 에피소드를 가상으로 설정하여 만화작업을 하고 있다”는 그의 작품은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인간성에 대한 통찰을 다루고 있어 앞으로의 활동이 무척 기대된다.

▲ 한국전쟁에 관한 만화 작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인권(이안 김)씨, 로스앤젤레스. [사진 - 심흥근 재외기자]

▲ 이안 김씨가 작업하고 있는 ‘Deadly Cold’ 한국전쟁 만화 작업 중의 일부. [이미지 제공 - 이안 김]

로스앤젤레스에서 상영된 한국전쟁 다큐멘터리 <Fading Away>는 시간을 많이 할애한 것에 비해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지향하는 정전기념일 행사의 목적에 적합한가’라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서로 다른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같은 배를 타고 목적지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약점을 보완해야”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한인사회에서 무척 보기 드물게 진보, 보수가 함께 모여 한국전쟁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었다.

세대를 아우르는 공동체 운동의 희망을 보다

올해 글로벌액션 주최자로서 만족할 만한 점은 무엇보다도 차세대의 참여가 돋보이는 미래지향적인 행사로 거듭났다는 것이다. 나주에서는 초-중등 학생들의 지역탐방/역사체험 프로그램을 OK 캠페인과 결합하여 진행했다(홍양현 나주학교 교장 주관).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학생들은 통일이 무엇인지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개성과 나주가 함께 통일코리아의 수도가 되는 꿈도 그려보았다.

벤쿠버에서는 이소춘(조셉 리)씨의 지도 하에 북부 벤쿠버의 참빛교회 청소년들이 풀뿌리 통일운동의 의미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고, 샌디에고에서는 특별강연자로 초대된 김영철 원로 목사의 강연을 통해 ‘통일운동은 곧 너와 내가 하나되는 공동체 운동이며 분단의 극복을 위한 평화운동’임을 미래 세대와 함께 깨닫는 값진 시간을 가졌다.

로스 앤젤레스에서는 생활 속의 통일운동을 위해 청소년 대표 에스더 최양이 통일손수건을 보자기로 활용한 예를 선보여 세대를 아울러 생활 통일운동을 펼칠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 초-중등 학생들을 위한 나주 OK캠프에서 각자의 통일 생각으로 통일포스터를 완성하는 학생들. [사진제공 - 홍양현]

▲ OK캠페인과 결합하여 진행된 나주 청소년 캠프. 참가 청소년들이 OK통일손수건을 펼치며 활짝 웃고 있다. 뒷줄 손을 든 사람이 프로그램을 주관한 홍양현씨. [사진제공 - 홍양현]

▲ 통일손수건을 보자기로 활용해서 생활속의 통일운동을 설명하고 있는 에스더 최, 로스앤젤레스. [사진제공 - 최재영]

▲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한 샌디에고 정전 61주년 기념 행사, 가운데 특별강연을 해주신 김영철 목사님. [사진제공 - 에릭 김]

샌디에고에서 이번에 처음으로 727 글로벌액션을 준비한 에릭 김 실행위원의 후기가 많은 공감을 낳고 있어 맺는 글로 대신하고자 한다. 공동체를 무시하고 개인의 능력과 성과만 중시하는 신자유주의 질서하에 ‘통일’이라는 시대적 과제가 위축되는 열악한 환경에서, ‘어떻게 하면 세대 간을 아우르는 통일 논의가 가능할지’ 고민해왔다는 에릭 김씨는 이번 행사를 주관한 소감을 다음과 같이 전한다.

727 글로벌액션 행사를 준비하면서 한국전쟁 참전 세대인 김영철 원로목사를 강연자로 모시게 되었다.. 미24사단 소속으로 북한군을 향해 총부리를 겨눠야만했던 강연자가 과연 7.27 정전의 의미와 통일에 대해 후세들에게 무슨 말씀을 해주실지 자못 기대되었다. 김 목사님의 말씀이 끝나갈 무렵,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듯 세대와 직업, 종교 등 서로의 다른 모습을 넘어서는 공동체적 ‘희망의 씨앗’을 찾을 수 있었다.
동족에게 총부리를 겨누어야했던 본인 세대는 그 상처로 인해 하나가 되기 힘들지만, 오히려 상처가 없는 후세들은 충분히 통일의 주역이 될 수 있고 그들에게 조국의 미래와 희망이 있다는 말씀이었다. 전쟁의 아픈 상흔을 끌어안고 이제는 후세들에게 상처가 계승되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으로 후세들에게 통일미래를 부탁하는 말씀에서 통일은 멀리 있는 이상이 아니라 곧 우리네 삶과 직결된 문제라는 것을 절감했다.
또한 사랑, 평화, 그리고 희망이라는 가치를 위한 실천적 출발점은 바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며, 아울러 통일은 전쟁 세대들의 몫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후세대, 젊은 후세들이 전면에 나서야한다는 것이다. 목사님 말씀은 주요 참석자들 이었던 1.5세와 2세들, 그리고 학업차 샌디에고에 머물고 있는 젊은 한인들, 모두에게 신선한 자극과 도전이 되었다.

그리고 이와 함께 통일의 먼 여정에서 ‘각기 다른 나와 네가 소통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전쟁 세대와 전후 세대 간에, 종교와 종교 간에, 이민 1세와 2세 간에, 소위 ‘진보’와 ‘보수’ 간에, 단체와 단체 간에 작은 소통과 연계들이 통일이라는 목표점에서 하나가 될 때 통일의 그날이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있으리라.

행사에 참석한 한 어린 2세가 말했던 “통일에 대해 개인 간에 소통하면서 정부와 소통을 이루어 나갈 때 통일이 올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처럼 풀뿌리 시민들이 통일에 대한 확신과 이상을 함께 소통, 공유하고 이를 네트웍화 하는데 주력해야겠다. 풀뿌리 시민들의 통일 논의와 통일 의지가 다양한 통로를 통해 하나로 모아져 정부의 통일 정책의 근간을 이룰 수 있도록 풀뿌리 통일운동의 훌륭한 결과물들이 풍성해 지기를 바래본다.

그런 의미에서 풀뿌리 통일운동 AOK가 한국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의 평범한 한인들의 다양한 통일 논의들을 네트웍화해내고 소통의 장을 만들어 내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그렇게 됨으로써 향후 통일운동에서 커다란 획을 긋게 되리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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