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네피도에서 10일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은 지역화합보다는 지역갈등을 그대로 노출시킨 자리였습니다. 한마디로 참가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기존 입장을 되풀이 한 것입니다. 그러니 사태의 발전이나 창조적 해결이 있을 수 없습니다.

하나의 예로 중국이 베트남과 영유권을 다투고 있는 시사군도(西沙群島, 파라셀 군도) 부근에서 5월 초부터 석유 굴착을 실시한 것과 관련된 미국과 중국 간의 언쟁을 들 수 있습니다.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에게 긴장을 초래할 수 있는 행동을 자발적으로 동결할 것을 제안했지만,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 문제는 ARF 각료회의에서 다룰 문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2개국 간의 문제라고 맞섰습니다. 양국이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입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닙니다. 특히, 이번 ARF엔 리수용 외무상이 국제무대에 첫 등장하기에 이목이 쏠렸습니다. 6자 회담국들의 경우, 북한 측에 입장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 말입니다.

리 외무상은 북한의 핵보유가 “미국의 적대시 정책 때문”이며, 북한의 최근 ‘로켓 발사 훈련’(단거리 미사일 발사 문제)은 한미 합동군사연습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특히, 리 외무상은 통일 문제와 관련 ‘연방제 방식’을 주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나아가, 긁어 부스럼을 만들기까지 했습니다.

이번 ARF에 북한 측 대표단으로 참가한 최명남 외무성 부국장은 약식 기자회견에서 4차 핵실험 가능성과 관련된 질문에 “핵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에 계속 박차를 가할 것”이라면서 “(미국의) 핵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행동도 다할 권리가 있으며, 그러한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이 4차 핵실험 카드를 다시 빼든 것입니다.

앞서, 지난 7일 북한은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비난하며 “그 대응에는 미사일 발사와 핵시험 등 모든 방안이 다 포함될 것”이라며 핵실험 가능성을 열어놓은 터였습니다.

이미 북한은 지난 3월 말 ‘새로운 형태의 핵시험’을 언급한 이래 4차 핵실험 가능성이 국제사회의 관심으로 떠오르자, 4월 말 “새로운 형태의 핵시험도 배제되지 않는다는 우리의 선언에는 시효가 없다”고 밝혀, 북한이 핵실험 카드를 UFG까지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지금 그 시기가 왔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듯싶습니다.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핵과 미사일에 관한 북한의 입장이 요지부동이라는 것이 다시 드러났습니다. 게다가 북한이 ‘연방제 통일’을 상기시키고 또 4차 핵실험 카드도 빼들었으니, ARF는 ‘북한 문제’에서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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