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7일, ‘한국전 정전 기념일을 기해 지구촌 곳곳의 동포들과 함께 하나의 코리아를 향한 함성을 울리자’고 Action for One Korea(AOK)가 야심차게 시작한 ‘727 글로벌 액션(지구촌 통일한마당)’ 행사가 코앞에 다가왔다.

▲ 2013년도 7.27 글로벌 액션 로스앤젤레스 행사장에서 참가자들이 통일손수건을 펼치고 합창하고 있다. [자료사진 - 정연진]
작년에 이어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이한 AOK 7.27 글로벌 액션은 해외와 국내, 나라 안팎의 풀뿌리 시민들이 전쟁 없는 평화 한반도를 염원하는 마음을 하나의 코리아를 위한 함성으로 결집해 내려는 시도이다.

모두들 6.25는 기억하지만 정전협정이 체결된 7.27은 지나치기가 쉬워 이날을 꼭 상기하자는 취지와, SNS 기반으로 국내외를 연결하여 나라 안팎의 동포들이 함께 참여하는 통일운동이라는 강점을 살려, 구글의 행아웃이라는 화상회의 시스템을 사용해 보기로 한 것이었다.

2013년 첫 번째 7.27 액션은 서울과 미국 LA를 동시간으로 연결하였고 한국 3개지역(서울, 충북 노근리 평화공원, 거창), 미국(LA, 워싱턴), 그 외 5개국(아르헨티나, 독일, 영국, 싱가폴, 일본) 등 7개국 10개 도시를 연결한 글로벌 행사로 진행되었다. 실시간으로 지구 반대편의 동포들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열망을 서로 서로 확인하면서, 참가자들에게 국내와 해외가 힘을 합하면 풀뿌리시민의 힘으로 통일을 위한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올해는 국내에서는 서울, 수원, 나주, 거창, 부산 5개 도시에서 그리고 호주 시드니, 러시아 모스크바,일본 요코하마, 중국 상하이, 싱가폴, 캐나다 밴쿠버, 그리고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샌디에고 등 총 13개 지역의 동포들이 7.27행사에 참여한다. 이번 기사에서는 각 지역에서 참석자들을 맞이하게 될 영상, 공통행사 부분을 소개하고자 한다.

버클리 음대생들의 평화를 위한 하모니, 남과 북 이야기

“엄마, 왜 코리아는 두 개야?”지구본을 보면서 그림그리는 아이들이 묻는다. 코리아가 두 개의 나라로 나뉜 것이 그림을 그리다 보니 이상했나보다. “왜냐하면, 그 둘은 옛날에 큰 전쟁을 치렀거든...”이라는 형의 설명에 막내는 괜히 고개를 돌린다. 정적이 흐르고 나서, 음악이 시작된다. 하트모양 도화지에 ‘평화(Peace)’를 적는 아이의 모습이 클로즈업된다.

‘음악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보스턴 소재 버클리 음대(Berklee college of Music, 가수 싸이가 나온 학교로 유명하다) 학생 15명이 자투리 시간을 모아 5개월 동안 오직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뭉쳤다.

보스턴에 소재 버클리 음대를 졸업하고 음악치료사로 일하고 있는 정유진씨가 작곡하고 이정욱씨가 편곡하여 창작곡을 만들고 버클리 음대의 여러 인종 학생들이 연주에 참여했다. 2편 제작에는 한국의 대학생들이 함께 참여했다.

▲ The Story of North and South 동영상의 주요 참여자들. 아래줄 가운데 이정욱 감독 (편곡, 촬영), 오른쪽에서 두번째 정유진(작곡, 기획). [사진 - 정유진 제공]
인종과 국경을 초월한 젊은이들이 만들어내는 합주의 하모니를 많은 사람들이 함께 듣는 것 만으로도 한반도의 평화에 대한 서광이 비출 것만 같다.

이 곡의 작곡가 정유진씨는 “같은 민족이 수 십 년째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상황이 안타까운 마음에 곡을 썼다. 모두 소중하다는, 평화를 원한다는 소망을 담았다”고 말한다. “작년에 한반도가 한창 전쟁위기로 치달을 때, 음악을 하는 우리들도 무언가 분단된 조국에 힘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이산가족을 생각하는 멜로디로 지난 가을 제가 곡을 썼고 다니엘 리 감독이 편곡을 하면서 몇 개월에 걸쳐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영상에는 보스턴과 DMZ에서 촬영된 각각의 연주와 실향민인 할아버지의 아픔을 털어놓는 한인 2세 어린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두 동강난 한반도에 붙여진 희망(Hope), 사랑(Love), 가족(Family)이라는 단어가 연주자들의 얼굴과 겹쳐진다. 특히 한국 대학생들과의 합작으로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첫 번째 <남과 북 이야기> 동영상을 접한 한국의 음대생 20여 명이 지난 해 10월, 비무장지대(DMZ)를 찾아가 같은 곡을 연주해 영상을 보내왔다. 미국에서는 인도.터키.인도네시아 등 타인종 학생들도 참여해 평화의 하모니를 만드는데 힘을 합쳤다.

연주자들을 모으고 한국과 연락하면서 녹음과 촬영 그리고 편집등 약 5개월에 걸쳐 작업하는 중간에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기쁜 소식이 취소되었다는 뉴스를 접했으나, 분단이라는 장벽을 음악의 힘으로 넘어보자는 이들의 의지는 더욱 뜨거워졌다.

안 좋은 소식도 정유진씨에게는 “마음의 쓴 약”이 되었다면서, “이산가족 상봉이 결렬되자 오히려 우리는 마음을 한 데 모아 더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한인 연주자들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참여해 주었고요, 인도, 미국, 인도네시아, 터키 등 외국인 친구들은 음악은 사랑과 평화를 표현하는 도구가 될 거라고 함께 대화하면서 작업을 했습니다.”

“대한민국의 크기는 미국의 주 하나정도 이지만 한국인들의 열정과 마음은 대륙의 수십배를 넘는 큰 감동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합니다”라는 정유진씨의 다부진 말한마디가 우리들 마음에 울림을 준다.

그렇지 아니한가. 음악의 힘은 언어를 초월할 수 있기에 백 가지, 천 가지의 주장과 논리보다도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 힘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일들을 하게 만들 수 있다.

음악의 힘으로 분단의 장벽을 해소하겠다고 나선 버클리 음대학생들, 정유진씨, 이정욱 감독이 앞으로 AOK와 힘을 합치면서 하나의 코리아를 향한 염원이 감동적인 선율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고 그 감동의 물결이 장차 하나의 코리아를 위해 지구촌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참여하는 장대한 물결을 만들어 낼 것이라 기대한다.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의 진짜 6.25 이야기 – <Fading Away>

▲ <Fading Away> 상영과 로스앤젤레스 7.27 행사를 홍보하는 엽서. [자료사진 - 정연진]
음악의 힘과 더불어 올해는 영상의 힘도 7.27 글로벌 액션과 만난다. 크리스토퍼 리 감독이 한국전쟁 다큐멘터리 <Fading Away>가 이번 7.27 글로벌 액션을 통해 상영될 예정이다. (LA에서는 영화 전체, 타 지역에서는 16분짜리 축약편)

지난 봄 미주동포 1.5세(미국 이민을 위해 한국을 10살 때 떠났다) 감독인 크리스토퍼 리씨를 만났을 때 나는 놀라왔다. 역사문제, 특히 동족상잔의 한국전쟁에 관심을 갖는 영어권 1.5세나 2세를 만나는 것도 드문 일이지만,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이 남한, 북한의 국가대결의 시각이 아닌 전쟁으로 인해 평범한 사람들이, 그들의 삶이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지를 추적하는 다큐이어서, 또한 그러한 기록영화를 5년의 연구조사 끝에 거의 혼자, 기획하고 제작하고 감독까지 해냈다는 것이다. 자금조달도 스스로의 힘으로 해냈다.

“우리네 아버지, 어머니의 진짜 6.25 이야기”라고 부제가 붙은 <Fading Away>를 제작한 크리스토퍼 리 감독은 포탄이 난무하는 전쟁영화가 아닌 영화, 지루한 주입식 역사교육이나 참전용사 홍보물이 아닌 한국전쟁 영화를 꿈꾸었다. ‘평범한 이들의 삶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아직 살아계신 우리 평범한 부모 세대,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이야기, 역사적 배경에 담긴 기억과 증언으로 채워진 삶의 이야기”라고 이 영화를 설명한다. ‘결코 잊지 말아야 할 한국전쟁이 잊혀져가는 것이 안타까워’ 이 영화를 기획하게 되었기에 영화이름을 잊혀져 간다라는 뜻의 ‘Fading Away’로 했다.

▲ 현재 많은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Fading Away>를 극장에서 설명하고 있는 크리스토퍼 리 감독. [사진 제공 - 크리스토퍼 리]

▲ 7월 16일 LA에서 가진 7.27 글로벌 액션에 관한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는 크리스토퍼 리 감독(왼쪽에서 두 번째). 독도화가 권용섭 화백(왼쪽에서 세 번째)이 전쟁의 참상을 증언하는 그림으로 이번 행사에 동참했다. [자료사진 - 정연진]
이 영화는 5년 간 리서치와 기획, 그리고 100명과의 만남 및 인터뷰를 거쳐 완성되었다. 한국전쟁 당시 13세인 북한의 개성이 고향인 전쟁고아(박유진, 76세)의 증언을 통하여 아버지를 잃고 어린 나이에 참담하고 비극적인 전쟁의 모습과 피난살이를 체험하면서 전쟁의 혹독한 현실과 아픔을 재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주인공은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전쟁으로 잃고 어머니를 떠나 서울, 수원 그리고 부산 등을 거치며 직접 체험한 전쟁의 비극들을 이야기한다. [사진 제공 - 크리스토퍼 리]

▲ 마지막으로 불러 보고 싶은 이름은 바로 ‘엄마’라면서 눈물을 흘리는 박유진 옹. [사진제공 - 크리스토퍼 리]
영화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동안 또한 미국, 한국에서 순회 시사회를 하는 동안, 많은 분들이 버리려고 했던 전쟁 전후의 한국 현대사 사진과 기록물을 들고 나타나서 그를 반겼다.

“당신이 아니면 아마 쓰레기통에 들어갈 자료였을 것이다. 60평생을 품고 있었던 자료를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 정말 반갑다”면서, 그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그래서 이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며 평범한 사람들이 남긴 한국 현대사 자료를 모으는 일도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되었고 CARE(Collect, Archive, Research, Exhibit의 약자로, 수집, 보관, 조사, 전시한다는 뜻) 프로젝트를 영화와 함께 시작하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이 영화에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전쟁 당시의 사진과 동영상들이 들어가게 되었다. 보통 사람들의 삶의 궤적을 통해 전쟁이 얼마나 우리네 삶에 참담한 영향을 주었는지, 전쟁이란 참화가 한반도에서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평범한 사람들의 생을 통해 증언하는 영화, <Fading Away>는 현재 각지의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고 있고, 2013년부터 한국, 미국 각기 100개 대학 상영목표로 상영회를 갖고 있다.

▲ 크리스토퍼 리 감독의 CARE 프로젝트를 위해 한국에서 여름방학 기간동안 인턴온 대학생들과 기자회견을 같이 했다. 로스앤젤레스. [자료사진 - 정연진]
이번 행사에는 정유진씨의 창작곡 <남과 북 이야기> 합주 동영상, <Fading Away> 다큐 이외에도 독도화가 권용섭 화백의 전쟁의 참상을 증언하는 그림, 만화가 김인근(이안 김)의 한국전쟁 만화작업이 소개된다.

AOK의 정전기념일 행사 ‘7.27 지구촌 통일한마당’ 행사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참조할 수 있다.
http://goo.gl/8IkHiR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