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표지.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이후 한미일 외교장관들이 「집단적 안보에 관한 합의문(collective security agreement)」을 진행했는데, 발표가 임박한 마지막 순간에 한국이 발을 뺐다."

세간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외교 비화가 최근 발간된『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 미국의 전문가 15인에게 묻는다』를 통해 공개됐다. 이명박 정부 때 외교부에 출입했던 한 중견기자가 지난해 미국 연수 중 진행한 미국 내 아시아 전문가 15인과의 인터뷰를 묶은 책이다.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을 역임한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전략에서 한국 및 일본 문제와 관련해 한 가지 정도를 제외하면 오바마 행정부가 충분하게 생각한 것 같지는 않다"며 이같은 비사를 밝혔다.

1기 오바마 행정부에서 '아시아 회귀(2012년 이후 '재균형(rebalancing)'으로 정리, 이 책은 '재조정'으로 번역)' 정책을 입안했던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소규모 다자협의체를 많이 만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몇몇 전문가들은 이를 '중국 견제 목적의 동아시아판 나토(NATO) 구상'으로 이해했다. 그린의 발언은 이들 지적이 타당했음을 보여준다.

2012년 7월 서명 직전 무산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나 현재 국방 당국 간에 추진되고 있는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양해각서(MOU)'가 누구의 어떤 전략적 의도에서 비롯됐는지를 알려주는 증언이기도 하다.

그린 연구원은 대 아시아 정책을 둘러싼 미국 내 정책집단의 동향도 소개했다. 헨리 키신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로버트 졸릭 등 중국을 중시하는 '대륙주의자'와 조지프 나이, 리처드 아미티지 등 일본을 보다 중시하는 '해양주의자' 간에 의견 차이가 있으나, 미국은 "해양 강대국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일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시각이 더 지배적"이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오바마 행정부 1기에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전폭적인 신임을 등에 업고 아시아 정책을 담당했던 캠벨 전 차관보는 '해양주의자'다. 그린 연구원은 자신에게 큰 영향을 미친 사람으로 아미티지와 캠벨을 꼽으며 "그도 그렇게 말하겠지만 나도 캠벨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상호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린 연구원은 한미일 삼각동맹 구축,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을 지지하면서 특히 "한일관계가 나쁘면 미국 외교정책의 이해관계도 손상된다"고 말했다. "한일관계가 나쁘면 중국은 한국을 미국에게서 떼어낼 수 있는 기회로 간주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 책은 미국의 대 아시아 정책이 겉으로는 '재균형(또는 재조정)'으로 초당적 합의에 이르렀으나 각 세력과 정책그룹의 속내는 여전히 제각각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핵심 논점은 미.중 사이에 존재하는 '전략적 불신'에 대한 대처방식이다. '봉쇄(댄 블루멘설)'부터 '전략적 보증(제임스 스타인버그)'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목적에 주목한 흥미로운 주장도 있다. 아버지 부시 정부에서 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을 역임한 더글러스 팔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에서 철수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병력을 집중함으로써 공화당의 공격을 선제적으로 방어했다. '아시아 회귀' 정책도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기 위해 중국에 집중하겠다고 치고 나온 것일뿐, 그 정책을 구현할 자원이 뒷받침되지 않아 "저절로 무너질 것"이라고 봤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 미국의 전문가 15인에게 묻는다)』, 이용인.테일러 워시번 엮음/창비 펴냄. 정가 2,3000원. 온라인 문의는 http://goo.gl/LS6cj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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