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중선 / 통일뉴스 상임고문


‘자주’와 ‘우리 민족끼리’의 이념

‘7.4남북공동성명’의 자주 ‧ 평화 ‧ 민족적 대단결의 ‘조국통일 3대원칙’은 1972년 발표 이후 이어지는 남북 당국간 합의들의 근간으로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91년 12월 합의되고 다음 해 2월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는 “7.4남북공동성명에서 천명된 조국통일 3대원칙을 재확인하고”로 시작하여 “쌍방 사이의 관계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한 관계”라는 사실도 명기하면서 남북화해, 남북불가침, 남북교류협력을 위한 조치들을 합의하였다.

그리고 남북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열어놓은 ‘6.15공동선언’은 ‘7.4남북공동성명’에서 제시된 조국통일 3대원칙과 ‘남북기본합의서’에서 합의한 화해와 협력의 정신을 그 자체 내에 모두 포괄하고 있다.

또한 ‘10.4선언’은 ‘6.15공동선언’의 고수와 구현을 선언하고 ‘6.15공동선언’ 정신에서 촉발된 남북화해와 교류협력 문제들을 온 겨레가 어떤 원칙과 방도에 따라 통일을 지향해 나가야 하며 또한 거기서 제기되는 일련의 문제들을 어떻게 구체화하고 풀어나갈 것인지에 관한 방안들을 담고 있다.

이와 같이 이들 남북공동 합의들의 기본정신은 바로 ‘7.4공동성명’의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의 원칙들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서 ‘우리 민족끼리’의 단합과 ‘자주’라는 실천적 이념으로 일맥상통하고 있다.

7.4남북공동성명 발표의 역사적 의의와 성과

우리 모두가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우리 민족은 외세의 패권적 강제에 의해 민족구성원의 자발적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라가 분단되었고 그것은 곧 바로 참담한 동족상쟁을 유발하였다. 그 이후에는 외국 군대가 상시적으로 주둔하면서 군사작전권 조차도 외국군 사령관에게 넘겨주면서 전쟁도 평화도 아닌 불안정한 정전 상태가 오늘껏 이어지고 있다. 남북공동성명 ‧ 선언들의 합의가 그와 같은 참담한 역사와 현실을 극복한 결과물이었기에 더욱 값진 것이다.

그리고 우리 민족이 반드시 이루어내야 할 통일의 내용이 ‘민족 자주’라는 것을 분명하게 밝히고 그 방법의 구체적인 실천 지침으로는 외세와의 공조가 아니라 ‘우리 민족끼리’의 단합에 의해 주체가 되어야 하며, 무력이 아닌 평화적으로 통일을 성취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그 구체적인 실현 방법과 경로들을 합의하였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

뿐만 아니라 6.15공동선언 실천의 일환으로 남북장관급회담, 남북군사실무회담, 남북적십자회담에 이르는 남북 당국 간 회담들이 열릴 수 있었고, 이에 따라 정부 당국 간 교류 협력은 물론 민간급 교류, 남북경제 협력, 인도주의 교류 협력, 문화 예술 체육 교류 행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성과가 있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여러 형태의 당국 간 대화와 함께 민간 차원의 각 부문에서의 남북교류 협력 활동이 이어짐에 따라 6.15민족통일축전, 8.15민족통일대회 등의 남북공동행사가 금강산, 평양, 서울을 오고 가며 주기적으로 남‧북‧해외의 사회단체 대표들이 다 함께 참여하는 공동행사로 개최되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분단과 통일 문제의 본질적 논의들이 활기를 띠기도 했고 민족화해가 크게 제고되었다. 특히 2005년 6월 평양에서 개최된 6.15민족통일대축전은 우리 민족의 불행한 분단사에서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커다란 의미의 일이었다.

이 때 남측 대표단은 329명(당국 34명, 민간 295명)이었는데 같은 수의 북측 대표단과 약간 명의 해외동포 대표들이 참석했었고, 분단 정권 출범 후 처음으로 남과 북의 정부 대표와 정당 사회단체 대표들이 자리를 함께한 회의였다. 남측에서는 한나라당, 민주당,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들이, 북측에서는 조선로동당, 조선사회민주당, 천도교청우당 대표들도 참가하여 마치 전민족회의 성격의 역사적 의미를 지닌 행사였다.

이는 1948년 4월 남북의 정당 사회단체 대표 695명이 참석하여 당시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 결의하고 “우리 조국강토에서 외국군대를 철거하고 어떠한 외국의 간섭도 없이 우리 민족끼리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했던 남북제정당사회단체연석회의를 계승 발전시키는 것과도 비견되는 것이어서 매우 감동적인 일이었다.

분단의 지속이냐, 민족화해냐의 갈림길

이북에서는 1972년 7.4남북공동성명 발표 이후 2014년 6월 ‘남조선당국에 보내는 특별제안’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의 3대원칙을 틀어쥐고 북남관계개선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나가자”에 이르는 오늘까지도 새해 신년사, 새해 공동사설, 대남 중대제의 등 기회 있을 때마다 한결같이 7.4공동성명의 자주 ‧ 평화 ‧ 민족대단결의 조국통일 3대원칙과 6.15공동선언 및 10.4선언의 ‘자주’와 ‘우리민족끼리’를 강조하면서 이의 이행 실천을 호소하고 있다.

한편 6.15공동선언 이후 활기를 띤 남북공동행사들의 호소문, 선언문에서 6.15공동선언의 이행 실천을 강조해 왔다.

그리하여 2002년 6.15공동선언 2주년 기념 민족통일축전의 ‘7천만 동포에게 드리는 호소문’에서는 “6.15공동선언은 우리 민족의 운명을 자기의 힘으로 개척해나가겠다는 민족자주선언이고,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치는 단합의 선언이다. 6.15공동선언은 화해와 단합의 헌장이며,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애국애족의 선언이다”고 했다.

그리고 그해 8월 8.15민족통일대회에서는 “역사적인 6.15선언이야말로 민족이 화해하고 단합하여 통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기치”라며 “민족의 화해와 단합은 통일을 향해 가는 출발점이다. 대결과 반목의 낡은 때를 씻고 따뜻한 동포애로 화해와 신뢰와 단합의 손을 잡자. 외세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 민족의 힘을 모아 자주적으로 민족번영의 길을 개척해 나가기 위한 거족적인 연대연합운동을 벌려나가자! 이 땅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전쟁의 위험을 제거하고 민족의 평화와 안전을 이루자! 통일이야말로 애국애족이다”고 호소하였다.

그러나 당시 박정희 정권은 7.4공동성명 발표 바로 다음날 “유엔은 외세가 아니다”, “반공법은 폐기가 아니라 더욱 강화해야 한다”면서 조국통일 3대원칙들에 대해 말로만 합의했을 뿐 그 실천은 지극히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외면하였다.

또한 2008년 2월 출범한 이명박 정권은 취임하자마자 ‘비핵 ‧ 개방 ‧ 3000’ 구상을 공식화한 뒤 “북한이 전면적 대화와 경제협력에 나서기를 기대한다”면서도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통일하는 게 궁극 목표’라며 6.15남북공동선언과 10.4선언의 남북 합의 사항들에 대한 언급 없이 북핵 문제만 제기함으로서 사실상 남북공동선언들에 대한 부정을 공식화하고 그에 대한 이행 실천을 철저히 외면하였다. 그리고 집권 정당의 그 같은 입장은 오늘의 새누리당 정권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9년 새해 당부에서 “세계 어느 나라든지 국가간에 맺은 조약이나 협약은 다음 정권이 의무적으로 계승하는 것”이라며 6.15남북공동선언과 10.4선언 이행 실천을 강조했었다.

결국은 남북공동성명 ‧ 선언을 이행 실천 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는 곧 우리 사회가 남북관계를 개선 발전시켜 통일을 지향 하느냐, 아니면 민족구성원들 사이의 대립 갈등과 분단의 영구적 지속이냐의 갈림길로 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분단 극복을 위한 우리의 과제

첫째, 남북공동성명 ‧ 선언의 이행과 실천은 남북관계 개선과 민족화해는 물론 궁극적으로 민족통일 성취의 첫 출발 지점임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이를 외면하는 사람이나, 이에 대한 이행 실천 의지가 없는 정당과 정치 세력에게서 통일을 위한 논의와 실천을 기대할 수는 없다. 또한 남북공동 성명 ‧ 선언에 대한 지지와 이행 실천 여부는 곧 자주통일 문제에 관한 관심의 유무와 실천 의지의 척도로 된다.

둘째, 통일을 갈망하는 애국세력은 남북공동성명 ‧ 선언의 이행 실천 활동을 외면하고 반대하는 정치 세력에 대해 규탄 배격하는 한편 남북공동성명 ‧ 선언에 대한 지지 계층과의 구체적인 연대 및 통일전선체 활동을 일상적으로 전개할 수 있어야 한다.

남북공동성명 ‧ 선언에 담긴 ‘자주’와 ‘우리 민족끼리’에 반하는 내외적 요인들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극복 없이는 남북관계 개선이나 민족화해를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은 그동안의 분단 상황에서 우리 모두가 뼈저리게 경험해 왔기 때문이다.

셋째, 7.4공동성명, 6.15공동선언, 10.4선언의 날은 민족적 경축일로 되어야 마땅하다.

그래서 각 계층과 부문에서 다양한 종류와 방법의 남북공동 경축행사들을 진행하고 이런 과정에서 남북교류와 협력운동이 활기를 띠어야 한다. 또한 그런 활동 과정과 기회를 통해 남북공동 성명 ‧ 선언의 역사적 의의와 가치를 재확인하며 되돌아보고 그동안 그 이행 실천이 지지부진했던 것에 대한 자기반성을 전제로 앞으로의 이행 실천 의지를 다지는 결의 행사들이 민족공동행사로 정례화 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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