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문짝을 소형 무인기로 오인하는 소동이 한바탕 벌어졌습니다.

서울 인근 청계산에서 북한에서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소형 무인기’와 유사한 물체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14일 접수돼, 확인결과 ‘부서진 문짝’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 물체는 길이 130cm, 폭 60cm 크기의 부서진 문짝으로, 하늘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어 무인기로 오인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군 당국이 신고만 받고 확인도 안 된 상태에서 “무인기로 추정되는 비행체를 발견해 확인 중”이라고 언론 브리핑을 하는 통에 순식간에 뉴스가 돼 논란을 자초한 점입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황당합니다. 세월호 침몰 사건에 대한 교훈으로 신속 대응했다고 해도 이는 신속대응이 아닌 ‘잘못된 대응’일 뿐입니다. 언뜻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는 속담이 떠오르지만 이 경우에는 사리에 맞지 않습니다.

몇 개의 무인기 발견 이후 군 당국이 민감해진 상태에서 과도한 긴장감에 휩싸여 있을 수는 있지만 안보문제에서는 추호의 오인도 용납되어선 안 됩니다. 이는 철통같은 안보태세가 아닌 구멍 뚫린 안보일 뿐입니다.

이 같은 오인(誤認)에는 우리 군 당국이 북한에 대해 뭔가 한 건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투영돼 있다고 보는데, 지나친 생각일까요?

그런데 최근 군 당국의 대북 관점과 발언을 보면 이 같은 시선을 거두기가 쉽지 않습니다.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 군 당국은 그 출구전략에 총대를 멨을 정도로 집요하게 북한을 건드려 왔습니다.

군 당국은 지난달 22일 북한 내부에서 ‘4월 30일까지 큰 한방을 터트릴 것’이라고 언급했다며 ‘북 핵실험 임박설’을 퍼트렸습니다. 그런데 아무 일 없이 4월이 지나가자 이번엔 5월 8일에 그간 발견된 3대의 소형 무인기가 모두 북한 소행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북한이 ‘무인기 북 소행설’은 ‘반북 모략극’이라고 반발하며 남한에 공동조사를 거듭 제의하자, 우리 군 당국은 기다렸다는 듯이 북한이 상투적인 변명을 한다면서 “빨리 없어져야 할 나라”라고 극언을 퍼부었습니다.

자, 이쯤 되면 북한의 도발을 유인하는 셈이 됩니다. 이처럼 북한이 뭔가 ‘큰 한방’을 터트려주기를 바라는 ‘소망적 사고’(wishful thinking)가, 하늘색 페인트가 칠해진 부서진 문짝을 소형 무인기로 오인하게 된 근인(根因)이라고 하면 이 역시 너무 지나친 생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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