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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꽃-울릉도 1974’, 상처 안에서 피어난 꽃<관람기> 울릉도간첩단사건 피해자 서사치유연극 '상처꽃'
류경완 통신원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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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5.14  17: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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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문이라는 잔혹한 국가폭력에 스러진 간첩조작사건 피해자들의 상처와 후유증, 그 치유의 과정을 다룬 연극 ‘상처꽃-울릉도 1974’의 한 장면, 5월 10일 대학로 눈빛극장. [사진제공 - 극단 길라잡이]

“서사치유연극 <상처꽃>은 독재정권 하에서 국가폭력에 짓밟혀 상처받았으면서도 여지껏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피해자들에 대한 미안함과 사과의 연극이자, 함께 살아왔고 함께 살아나갈 사람들에게 보내는 꽃다발 같은 연극이다.” _ 극단 길라잡이

유신 종신집권 기도에 대한 범국민적 저항을 잠재우기 위해 박정희 정권은 1974년 3월 15일 ‘울릉도 거점 47명 간첩단’ 사건을 발표한다. 중앙정보부 남산분실에서의 가혹한 고문조작을 통해 75년 4월 8일 대법에서 3명 사형, 4명 무기징역, 나머지 피고인들은 17년 이하의 징역형이 확정된다. 같은 날 사형이 선고된 ‘2차 인혁당 사건’ 8명은 다음 날 새벽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고, 울릉도 사건의 세 명 역시 77년 12월 5일 사형이 집행되었다. 명백한 사법살인이었다.

오랫동안 세인의 관심에서 잊혀졌던 이 ‘변두리’ 사건은 2006년 7월 당사자인 이성희 선생(17년 복역)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하면서 역사의 수면으로 올라왔다. 2010년 ‘진실규명’ 결정이 내려진 후 개시된 재심공판에서 지금까지 기소된 32명 중 19명이 간첩죄 무죄 선고를 받았고, 나머지 피해자들도 재심과 상고심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고문으로 몸과 영혼이 ‘너덜너덜해져버린’ 이들, 파괴된 가족과 함께 연좌제와 보안관찰의 멍에에 눌린 채 살아온 피해자들의 현재 평균연령은 79.7세이다. 연극은 국가폭력 트라우마 치유프로그램에 참여한 피해자들의 한과 상처를 어루만지며, 동시에 눈물 콧물이 범벅된 관객들의 내상도 끄집어내 보듬는다. 그리고 정면으로 국가폭력과 맞장뜨며 끊임없이 국가의 정체성을 되묻는다. 미술치유 담당 김봉준 화백의 말대로 “큰일 내는 연극”이다.

   
▲ (앞줄 오른쪽부터) 양정순 극단 길라잡이 대표, 이 날 까메오로 출연해 재심개시를 결정하는 판사 역을 맡은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정순덕 민가협 상임의장, 심재환 정평 변호사와 열연한 여덟 명의 배우. [사진제공 - 극단 길라잡이]

   
▲ 재심재판을 준비하는 하나의 중요한 고리로 조심스레 명상치유를 시작하는 피해자들. [사진제공 - 극단 길라잡이]

   
▲ 유신이 왔다. 막간극 ‘간첩특강’과 시사토크 ‘고문의 추억’은 코믹한 만담과 풍자를 통해 간첩단 조작사건의 배경과 진실을 드러낸다. [사진제공 - 극단 길라잡이]

   
▲ 나치 시대 국가폭력에 대한 인간의 무관심과 방관을 경고한 마틴 니묄러, ‘그들이 왔다’ 군무. [사진제공 - 극단 길라잡이]

   
▲ 짐승의 시간을 견뎌야 했던 감옥 안팎의 가족들. [사진제공 - 극단 길라잡이]

   
▲ 전면 모니터에 비치는 김봉준 미술감독의 다양한 판화 영상들은 ‘타박네야’, ‘세노야’, ‘아름다운 것들’ 코러스와 어우러지며 피해자들의 상처를 드러내 키우고, 위로하고 정화한다. [사진제공 - 극단 길라잡이]

   
▲ 김봉준 화백의 ‘난장’(1982), ‘별따세’(1985). [사진제공 - 극단 길라잡이]

   
▲ 연극이 끝난 후 기념촬영. 국가폭력을 온 몸으로 공감하는 장기수 선생들과 민가협 어머니들, 양심수후원회 회원들과 단체 활동가들이 서로 위로하고 또 위로받는다. 연극 내내 29년 전 남영동 대공분실 칠성판에 묶인 필자의 모습도 아련히 떠올랐다. [사진 - 류경완]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유신 치하 긴급조치의 위헌.무효성을 확인한 데 따라 관련 피해자들의 재심 재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5월 9일 한 긴급조치 9호 위반사건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내리며 부장판사가 이런 취지의 얘기를 했다.
“오늘의 무죄 판결은 과거 사법부에 대한 유죄 구형이다. 이런 분들 덕분에 오늘의 우리가 있는데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과거의 숱한 간첩단 사건들과 공안조직사건들이 무죄로 드러나고 있는 2014년에도 가해자의 후예들에 의한 또 다른 간첩조작과 내란음모조작, 종북 공안몰이는 오히려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그리고 오늘, ‘세월호’라는 참극을 눈앞에서 지켜봐야 한다. 국가폭력의 광기에 저항하지 않을 때 마틴 니묄러의 경고처럼 “그들이 나를 잡아갈 때 나를 위해 항의해 줄 이들은 아무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울릉도간첩단조작사건의 피해자 이성희 선생은 말한다.
“분단된 조국에 태어나 분단을 그대로 남겨두고 가는 것은 죄입니다. 분단된 땅에 태어났으면 통일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의 후손들에게 서로를 죽이고 죽는 이 시대를 그대로 물려줄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민족에게 큰 죄입니다.”

   
▲ 연극 ‘상처꽃-울릉도 1974’는 5월 31일까지 총 59회 공연되며 함세웅 신부와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등 민주화에 공헌한 각계 인사들이 매회 다른 까메오로 등장한다. 이후 서대문형무소역사관 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꼭 보시길! [자료사진 - 류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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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보기(1)
jeanchung815 (jeanchung815) 2014-05-21 14:58:37
관람기를 보니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듭니다. 피해자들의 한과 상처를 어루만지며, 동시에 눈물 콧물이 범벅된 관객들의 내상도 끄집어내 보듬는 연극... 피해자 이성희 선생이 하신 말씀, 분단된 조국에 태어나 분단을 그대로 남겨두고 가는 것은 죄이고, 우리의 후손들에게 서로를 죽이고 죽는 이 시대를 그대로 물려준다는 것은 큰 죄라는 말이 큰 울림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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