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란 나라 자체가, 나라도 아니지 않습니까? 계속 거짓말하는 역사퇴행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정말로 있을 수 없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빨리 없어져야 되는데요."

북한에 대한 강한 적개심을 가진 인사의 발언이 아니다. 국민을 상대로 정부의 행정업무를 설명하고, 입장을 밝히는 대변인이, 그것도 정례브리핑이라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심지어 어느 기자도 묻지 않았는데, 쏟아낸 말이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12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소형 무인기 관련 북한의 반응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강한 유감'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까지는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문제적 발언은 마지막에 쏟아졌다. 브리핑에 참석한 기자 그 누구도 추가 답변을 요구하지 않았는데, 김민석 대변인은 "참고로"라고 운을 떼면서 "나라도 아니지 않습니까. 정말로 있을 수 없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빨리 없어져야 되는데요"라면서 '북한 붕괴'를 언급했다.

대변인은 정부의 입장을 정제된 표현으로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위치라는 점에서 김민석 대변인의 발언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이는 세월호 침몰 이후 국방부가 '4월 핵실험설'을 흘리고, 북한의 국지도발 가능성, 소형 무인기 조사결과를 내놓는 일련의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세월호 정국'을 타개하기 위한 노림수가 아니냐는 의혹을 거둘 수 없다.

국방부는 세월호 침몰로 정부에 대한 불신이 높아가는 가운데, 지난달 22일 "4월 30일 이전에 큰일이 일어날 것", "큰 한방을 준비하고 있다"는 등 대북 시진트(신호정보) 감청 내용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당시 국방부를 제외한 통일.외교부처는 북핵 실험 가능성에 무게를 두지 않았다. 그리고 국방부가 공언한 '4월 핵실험설'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아 공염불로 그쳤다.

뒤이어 국방부는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가능성, 국지도발 징후 포착 등으로 북한 도발설을 또 다시 유포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달 29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10여분간 130mm 해안포를 동원, 50여 발을 발사하는 데 그쳤다.

그리고 국방부는 조사기간이 1~2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발견한 지 한 달만에 한.미 공동조사팀 이름으로 북한 소행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북한은 국방위 검열단, 판문점대표부 등의 이름으로 반박하고 있다. 국방부의 조사결과 신빙성이 높다면, 반론도 들어줄 필요는 있지 않을까.

국가안보를 지켜야 한다는 점에서 국방부의 일련의 발표를 사사건건 문제삼고 싶지 않다.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국방부가, 언제 있을 지 모를 도발에 대비한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4월 핵실험설'에서부터 우려됐듯이, '아니면 말고' 식의 발표는 국방부가 '세월호 정국'을 북한 도발이라는 카드로 국민의 시선을 돌리려는 의도로 밖에 읽히지 않는다.

여기에 국방부 대변인이 공개석상에서 북한을 두고 "빨리 없어져야 한다"라고 돌출 발언을 한 것은, 연이은 발표가 엇나가고 체면을 구긴 국방부가 이번에는 북한을 자극해서 북한의 행동을 이끌어 내, '세월호 난국'을 타개해보려는 속셈이 아닌가 할 정도로 '불온하게' 비친다.

"빨리 없어져야 한다" 라는 발언에는 또 다른 문제점이 있다. 국방부의 인식처럼 북한이 빨리 없어져야 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드레스덴 통일 구상'과 여기에 들어있는 3대 대북제안은 뭣하러 존재하는가.

없어져야 할 대상에게 사탕발림만 한 것 아닌가. 박 대통령의 통일구상에 대한 평가는 제쳐두고서라도, 국방부는 박 대통령의 구상에 반기를 든 것 아닌가. 그 정도로 절박하게 북한을 자극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국방부가 '세월호 침몰'로 손가락질받는 정부의 방패막이가 되겠다며, 어떻게든 북한을 자극해 국민의 시선을 돌려보겠다는 속셈이라면, 당장 거두길 바란다. 김민석 대변인이야말로 대한민국을 진정으로 '자유와 민주시장이 있는 가치있는 나라'라고 생각한다면, 국방부의 정치적 행동을 버려야 한다.

국민이 두 눈 부릅뜨고 있는 나라에서 과연 누가 '역사 퇴행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국방부는 자문해 봐야 한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