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는 30일 미 의회에 제출한 ‘2013년 테러보고서’에 쿠바, 이란, 시리아, 수단 등 4개국을 ‘테러지원국’(State Sponsors of Terrorism)으로 재지정했다고 명시했다.

보고서는 북한에 대해 “1987년 발생한 대한항공기 폭파 사건 이후 어떤 테러 활동에 대해서도 북한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바 없다”며 “관련법에 따라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되기 전 6개월간 어떤 국제 테러행위도 지원하지 않은데다 앞으로 테러행위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과 미국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은 지난 2007년 '10.3합의'를 통해 북핵 프로그램 신고와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를 합의했고, 2008년 10월 11일 미국은 마침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사실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 자체가 정치적 합의에 의해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다는 명백한 선례를 남긴 셈이다. 

어쨌든 그 이후로는 북한이 국제사회가 인정한 테러행위를 추가로 저지르거나 지원하지 않는 한 당연히 테러지원국 명단에 포함될 리 없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명백한 사실이다.

지난해 북한이 국제사회가 인지할만한 테러행위에 가담한 적이 있었다면 우리 언론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을 것이고, 북한은 테러지원국 명단에 다시 포함됐을 것이다.

알다시피 우리 정부가 ‘1번 어뢰’를 근거로 북한이 저질렀다고 발표한 2010년 천안함 사건의 경우도 북한은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고 유엔 안보리에서도 북한의 ‘유죄’를 입증하지 못했다.

그러나 미 국무부의 2013년도 테러보고서를 보도한 국내 언론들은 일제히 ‘미, 북한 테러지원국서 7년째 제외’ 등의 제목으로 마치 북한이 7년 동안이나 테러지원국에서 ‘제외’됐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모 언론사의 기사는 “미국이 올해도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했다”로 시작된다. 미국이 북한을 ‘올해도’ 테러지원국에서 제외한 것이 ‘뉴스거리’이거나 미 국무부가 ‘직무유기’라도 한 듯한 뉘앙스다.

이에 비해 ‘미 국무부, 이란 등 4개국 테러지원국 재지정’이라는 <미국의소리> 기사 제목은 객관 보도의 전형을 보여준다. 물론 <미국의소리>는 ‘미 국무부, 북한 '대 테러 비협력국' 지목...테러지원국은 제외’라는 별도의 기사를 덧붙였지만.

솔직히 현실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수행하는 기자라면 “미국이 올해도 자신의 입맛에 맞는 테러지원국 명단을 발표했다”거나 “미국은 올해도 자신들은 제외한 테러지원국 명단을 발표했다”로 기사를 시작하는 것이 더 적확할 것이다.

유엔도 아닌 미국 국무부가 세계 모든 나라를 대상으로 테러지원국 명단을 작성하는 것 자체가 미국의 자국 중심주의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네 나라 모두 미국의 눈에 거슬리는 정권이 집권하고 있는 나라라는 점도 이같은 미국의 자국 중심주의를 반증하고 있다.

북한 역시 1987년 11월 KAL858기 사건을 이유로 이듬해 한국 정부의 수사결과 발표 5일 후인 1월 20일 미국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했다. 당시 북한은 자신들이 저지른 일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부인했고 사실 여부를 떠나 유엔 안보리에서도 북한의 ‘유죄’를 확정짓지는 못한 상태였다.

오히려 세계 각지에서 행해지고 있는 테러행위 중 미국의 손길이 보이지 않게 작용하고 있는 사안이 많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중동지역에서 행해지고 있는 이스라엘이 관계된 테러행위를 미국이 적극 비호하고 있다는 것 역시 모르는 기자들이 별로 없을 것이다.

습관적으로 ‘미, 북한 테러지원국서 7년째 제외’ 제목의 기사를 쏟아내는 우리 언론의 현실에서 과연 대통령까지 나서서 ‘대박’이라고 외쳐대는 ‘통일’은 언제쯤에나 이루어질 수 있을까?

(수정,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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