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은 해야겠다. 가만히 앉아서 넘기기에는 기자로서의 양심에 걸린다.

지금까지 북한이 어떠한 표현을 사용해도 그 표현은 사회의 문화를 반영하는 것이기에 존중해왔다. 하지만 이번은 차원이 다르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27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지난 25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비난했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비난의 수위는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있다. 비난의 상대가 누구이든 우리와 맞지 않는 대상이고 기대치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였다면 자신의 입장에서 비난할 수 있다.

하지만 비난의 표현은 어느 정도껏 이다. 이번 성명에서 경악을 금치 못한 것은 '위안부'를 욕으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조평통은 대변인 성명에서 '기둥서방에게 몸을 바치면서 남을 모해하는 간특하고 요사스러운 기생화냥년'에 이어 '극악한 사대매국노, 추악한 미국위안부, 더러운 민족반역 매음부로서의 몰골을 여지없이 드러냈다'고 표현했다. 실망스럽다.

'위안부'가 무엇인가. 일제의 잔혹한 전쟁범죄 중 하나로 전쟁 하 여성을 성적 대상물로 전락시키고, 체계적인 집단강간을 미화한 표현 아닌가. 그렇기에 국제적으로는 '위안부' 제도의 잔학성을 구체화하기 위해 '성노예'라는 표현을 쓰는 것 아닌가.

그런 '위안부'를 욕의 한 표현으로 사용했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표현 그대로 옮긴다면 '위안부'는 기생화냥년이고 추악하고, 더러운 매음부라는 것인가. 그것이 북한이 생각하는 '위안부'란 말인가.

한국 내 얼치기 극우보수집단인 '일베'(일간베스트)가 '넌 위안부나 해라'라고 표현하고 일본 극우파들이 '위안부는 더럽다'고 떠들어대는 것과 뭐가 다른가.

지난달 중국 심양에서 열린 일본군'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해외 토론회에 취재차 참석했던 점에서 이번 북한 조평통의 성명은 실망스럽다.

당시 참석자들은 일본군'위안부'제도의 잔학성에 분노했다. 일본군'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증언에 모두가 눈물을 흘렸다. 과거 식민지 시기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시 하 여성폭력을 반대한다는 강한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그랬던 북한이, 물론 조평통이기는 하지만, 불과 한 달 만에 아무리 비난수위를 높인다고 하더라도, '위안부'를 욕으로 사용했다는 점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다.

욕에도 품격이 있다. 흔히 하는 욕은 그 사회의 문화를 반영한다. 욕이 지닌 의미도 다양해서 감칠맛이 난다고도 하고 무섭다고도 하고, 해학적이라고도 한다. 제아무리 욕이라도 정도를 지키기에 그런 것이다.

그러나 정도를 벗어나는 욕은 손가락질을 받는다. 그 사람의 품위는 사라지고, 질타의 대상이 될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위안부'를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사용한 성명에 조평통은 반성해야 한다.

백날 '여성은 꽃이라네'라는 노래를 부르면 뭣 하는가. 잘못된 인식부터 바로잡아야 말이 통하고, 진실이 전달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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