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3월 말 ‘새로운 형태의 핵시험’을 언급한 이래 4차 핵실험 가능성이 국제사회의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북한이 과연 핵실험을 할까?’, ‘한다면 언제쯤 할까?’,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이란 무엇일까’ 하는 의문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22일 우리 국방부가 “함경북도 길주지역에 있는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에서 다수의 활동들이 감지되고 있”다고 밝히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국방부는 “우리 군은 북한이 단기간 내에 기습적으로 핵실험을 할 수가 있고, 또 과거 사례에도 보듯이 핵실험을 위장한 기만 가능성에도 염두를 두고 있다”면서도 “언제든지 기습적으로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상태에 와 있다”고 평가해 ‘북 핵실험 임박설’을 퍼트렸습니다.

이때 국방부가 출처를 밝히지 않은 북한 내부 정보를 공개했습니다. 이례적인 일입니다. 국방부에 따르면, 최근 북한 내부에서 “적들이 상상하기도 힘든 다음 단계 조치를 취할 준비를 하고 있다”, “4월 30일 이전에 큰일이 일어날 것이다”, “4차 핵실험이든 전선에서 문제가 나든 뭔가 심각한 긴장이 생기기 직전의 분위기인데, 큰 한방을 준비하고 있다”라는 말이 돌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말들은 국방부가 북한에서 한 워딩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보입니다. 아주 현장감 있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보 차원에서 볼 때 이 같은 발설은 드문 경우가 아니라 해선 안 되는 일입니다. 국방부가 금기시 된 보따리를 푸는 것을 보니 안보장사를 해야 할 무슨 말 못할 이유가 있는가 봅니다.

그런데, 미국 존스 홉킨스대학교 북한 전문 사이트 <38노스>는 22일(현지시간) 풍계리 핵시험장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시작됐다”면서도 핵실험 준비의 초기 단계이거나 특별히 자극적이지 않은 목적이라고 결론지었습니다. 핵실험 임박 징후가 아니라면서 국방부의 견해를 부정한 것입니다.

이에 국방부는 북 핵실험 임박설에 “한미 정보당국이 똑같이 보고 있다”면서 “38노스가 보는 위성사진은 흐릿해 정보당국에서 보는 것과 전혀 다르고, 다른 수단도 보유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도록 설득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시진트(SIGINT, Signal Intelligence)로 입수한 듯한 북한 내부의 발언을 공개하고, 과학성을 띤 38노스의 견해를 반박하고 또 대통령까지 나서 북한의 핵실험을 자꾸 키우는가 하는 점입니다.

물론 기존의 행태에서 볼 때 북한은 핵실험을 한다고 예고했을 경우, 다소 시차가 있고 또 정치군사적 요소를 고려하기는 하지만 대부분 실행을 했습니다. 사실 핵보유국을 선언한 북한이 언제고 핵실험을 할 것인가는 상수입니다. 하지만 ‘4월 30일 이전’에 할지 또는 그 이후에 할지는 변수입니다. 그런데 두 가지 변수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습니다. 어느 쪽이냐에 따라 외부세계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어쨌든 북한의 핵실험 여부는 25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과 6.4지방선거, 특히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로 우리 사회가 ‘집단 우울증’에 빠져 있는 터에다 이 여파가 장기성을 띨 것으로 예상돼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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