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북관계가 다시 험악해지고 있습니다. 북측이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선언에 대해 ‘흡수통일 의도’라며 사실상 거부했습니다. 게다가 우리 정부가 무인기 추락 사건이 북측 소행이라고 하자 북측이 ‘제2의 천안함 모략극’이라고 반박하며 남측에 공동조사를 제의해 왔습니다.

남북관계가 엇박자를 넘어 대결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북측이 남측의 드레스덴선언과 무인기 소동에 대해 강력한 반박 입장을 밝히게 된 기저에는 이른바 ‘비방․중상’ 문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알다시피 북측의 비방․중상 중지에 대한 집념이 매우 강합니다. 북측은 올해 신년사에서 이미 남측에 대해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비방․중상 중지를 요구했으며, 이후 이른바 ‘중대 제안’과 ‘공개 서한’에서 비방․중상 중지 등을 요구하며 남북관계 개선을 추구해 왔습니다.

여기서 북측이 우려하는 비방․중상의 핵심은 이른바 ‘최고 존엄’과 ‘체제’ 그리고 ‘전략적 병진노선’ 등과 관계가 있습니다. 그러기에 북측은 지난 2월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 일정이 키리졸브-독수리 한미 합동군사연습과 겹침에도 불구하고, 이산가족 상봉과 상호 비방․중상 중지를 맞바꿔 합의를 한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북측은 남측이 그 합의를 깨고 대북 비방․중상을 일방적으로 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북측은 14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진상공개장에서 남측에 대해 “최근 얼토당토않은 무인기 사건까지 조작하여 반공화국 모략선전과 비방․중상에 더욱 광분하고 있다”며, 남측의 비방․중상 사례를 숱하게 열거했습니다.

무엇보다 북측은 박근혜 대통령을 콕 찍었습니다. 지난 12일 북측은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를 통해 드레스덴선언을 공식적으로 비난하면서 “북남관계를 악화시키고 민족의 전도를 막아나서는 첫째가는 화근이 박근혜 자신의 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북측은 “그 입이 열리면 동족을 시비하고 헐뜯는 온갖 얄미운 요설과 악의에 찬 험담이 쏟아져 나오고 그것으로 북남관계가 더 위태로워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입이 비방․중상의 근원지라는 것입니다.

이처럼 북측이 비방․중상을 걸고 나오자 우리 국방부도 14일 무인기 북측 소행설을 부정하는 북측에 대해 “대한민국을 비방․중상하는 것”이라고 역공을 취했지만 좀 군색해 보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예기치 않은 비방․중상 논쟁으로 남북관계가 어긋나고 있습니다. 더 악화되기 전에 수를 내야 합니다. 다행히도 남과 북은 지난 2월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상호 비방․중상 중지를 합의한 고위급 접촉에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상호 편리한 날짜에 고위급 접촉을 갖기로 합의를 했습니다. 지금 그 카드를 사용할 때입니다. 남과 북이 누구라 할 것 없이 먼저 고위급 접촉을 제의해 함께 만날 것을 권유해 봅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