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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문제, 2003년으로 퇴행하나? 한.미.일 정상회담과 되살아난 ‘CVID’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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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3.26  16:5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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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을 모았던 25일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 계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 한.미.일 3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 개최와 CVID 방식의 북핵 문제 해법이 제시됐다.

당초 역사문제로 관계가 악화된 한.일 정상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중재 형식으로 만난다는 사실 만으로도 눈길을 끌었던 회담이었지만 한.일 관계의 현안인 ‘위안부’ 문제 등 역사문제는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

핵안보정상회의 계기 3자 회동이니만큼 북핵 문제를 주로 다루는 것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지난 21일 한.미.일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이례적으로 청와대가 아닌 외교부가 발표하면서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국장급 회의를 개최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에 있다”고 굳이 언급했던 사실이 무색해진 상황이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한.일 간 역사 문제가 다뤄지지 않은 채 박근혜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악수한 사실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한.중 정상회담은 물론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나타났듯이 시진핑 주석은 “금년 들어 (한)반도 정세가 전체적으로 완화 추세이고 남북관계가 일정하게 개선됐다”며 “각방은 (한)반도 정세가 다소 완화된 기회를 잡아서 이른 시일 내 6자회담을 다시 열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한.미.일 3국은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해 나갈 수 있도록 중국의 협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면서도 중국이 촉구하고 있는 6자회담 재개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고 갑자기 한.미.일 3자 수석대표 회의를 들고 나왔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이라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전개로 미국과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는 러시아는 물론, ‘건설적 역할’을 바란다는 중국까지 제치고 한.미.일 3자 수석대표 회의를 갖겠다는 것은 6자회담을 진영 논리로 가져가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물론 전날 박근혜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한.중.미 수석대표 간 등의 관련 노력을 하도록 하자”고 언급한 바 있다. 한.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한.중 정상회담을 배치한 것과 유사한 패턴일 뿐이다.

사실,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의 회동은 거의 매해 이루어지고 있어 새삼스러올 것도 없다. 가장 최근으로는 지난해 11월 조태용 당시 수석대표가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도 일본 이하라 준이치 수석대표가 방미해 글린 데이비스 수석대표와 3자회동이 성사된 바 있다.

오히려 지난달 말 조태용 수석대표가 외교부 제1차관으로 승진한 뒤 6자회담 수석대표인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공석인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비정상의 정상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더구나 북핵 문제를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로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일견 타당한 듯 보여도 북핵 문제의 역사성을 알고 있는 이들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부시 대통령 시기인 2003년 8월부터 베이징에서 시작된 6자회담 초기에 미국은 주야장천 CVID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미국은 북한의 일방적 양보 만을 요구하며 어떤 협상안도 제시하지 않았고, 따라서 6자회담은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결국 2004년 6월 3차 6자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이 싫어하는 CVID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면서 6자회담은 탄력을 받았고 결국 이듬해 9.19공동성명 채택에 성공했다.

물론 9.19공동성명 어디에도 CVID라는 표현은 들어가지 않았다. 오히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여타 당사국들은 이에 대한 존중을 표명하였고, 적절한 시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관한 경수로 제공문제에 대해 논의하는데 동의하였다”는 대목이 포함됐다.

사실 한.미.일의 입장에서는 혹시라도 북한이 핵 폐기 후 다시 핵무장으로 되돌아가는데 유리한 발판이 될 수 있는 북한의 ‘핵에너지 평화적 이용권’을 인정하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고, CVI 방식을 고집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을 것이다.

그러나 협상에는 상대가 있는 법.
만약 북한에 CVI 방식의 북핵 폐기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다른 국가들 역시 북한에 CVI 방식의 안전보장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무엇을 믿고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를 할 수 있겠는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안전을 보장받을 때 뿐일 것이다.

과연 한.미.일 등 6자회담 관력국들이 북한에 이 같은 온전한 안전을 보장할 방법이 있을까? 그런 방법이 있다면 아마도 CVI 방식의 북핵 폐기도 가능할 것이다.

국제정치에서 치열한 외교적 협상은 누구의 머리에서 나오는 이념이나 원칙에 따라 마음대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상대가 있고 주고받는 과정에서 형평성을 맞춰야 하는 너무나도 현실적인 문제다.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와 CVI 방식의 북핵 폐기 운운은 동맹국끼리의 단결과 자족감을 만족시켜줄 지는 몰라도 복잡한 한반도 정세를 풀어가는 데는 역부족인 역사 퇴행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수정,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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