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현대사 이야기꾼인 임영태가 『두 개의 한국 현대사』(생각의길. 336쪽. 1만5천원)를 냈다. 그는 이 책에서 우리 현대사에서 쟁점이 될 만한 사건들 열다섯 가지를 추렸다.

뉴라이트 한국사 교과서 파동과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비롯해 광복절 논쟁, 백범 김구 암살 사건, 김수임 간첩사건, 서승·서준식 형제의 존엄한 투쟁, 김대중 납치사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등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 현대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한다.

이어 이 열 다섯 가지 이야기들을 두 개의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게끔 해석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세상사에는 두 개의 시각에 의한 ‘역사 전쟁’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해석 틀이 새롭다. 다름 아닌 상식과 비상식의 역사 읽기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것(‘역사 전쟁’)은 좌우 이념 갈등에서 생겨난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상식과 비상식의 문제’이다. 그것은 ‘정상과 비정상의 충돌’이며 ‘역사에 대한 진실과 왜곡의 격돌’이다. 이 책은 비상식과 비정상, 왜곡된 눈으로 바라보는 한국 현대사를 상식과 정상, 진실의 눈으로 비판하고 있다.”

이념의 문제라면 생각하고 분석해야 하기에 읽기가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상식의 문제이기에 이 책은 편하게 읽힌다. 어차피 인간은 상식적이니까. 쉽게 읽히고, 재미있다는 게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미덕이다.

▲ 『두 개의 한국 현대사』(생각의길. 336쪽) 표지

그뿐이랴. 이 책의 열다섯 가지 이야기들은 동시대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은 내용들이다. 그러나 책을 들면 잘 몰랐던 사실들이 나타나고, 잘못 알고 있던 오류들이 교정되고, 나아가 각 사건들이 하나로 연관돼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나오는 열다섯 개의 사건들은 한국 현대사의 고리인 셈이다.

어느 책에나 재미있거나 새롭고, 감동적인 장면이 있기 마련이다. 이 책에선 서승, 서준식 이야기를 담은 ‘형제의 비극, 그리고 인간을 위한 투쟁’ 편이 아닌가 싶다.

이들 형제가 간첩으로 조작되고, 고문을 견딜 수 없어 ‘죽는 것이 소원’이었기에 몸에 석유를 뿌리고 난로불로 자살을 시도했지만 모진 목숨만 부지되고, 이후에도 끊임없는 비타협적 투쟁. 그리고 무엇보다 어머니, 두 아들의 옥바라지를 위해 ‘고리키의 어머니’인지도 모르고 그 이상의 역할을 한 어머니 오기순.

공안당국이 아들들의 전향을 요구하자 어머니가 “이 사람들이 전향을 권하라고 하는데, 나는 모르니까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하거라. 다만, 사람을 배반하는 더러운 인간이 되어선 안 된다”고 말하는 대목에선 눈시울이 붉어진다.

저자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과거사 정리 기구인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일하며 공식 보고서 발간 작업을 총괄했기에, 그의 저서에 신뢰가 가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줄곧 한국 현대사에 천착해온 저자는 이 책 외에도 『산골 대통령 한국을 지배하다』,『국민을 위한 권력은 없다』,『대한민국사 1945~2008』, 『대한민국 50년사 1, 2』, 『북한 50년사 1, 2』 등이 있으며, 공자서로 『거꾸로 읽는 한국사』,『거꾸로 읽는 통일 이야기』,『1980년대 한국 노동운동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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