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방위원회가 지난 5일 오후 청와대 국가안보실 앞으로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살포를 문제 삼는 내용의 전통문을 보내왔다고 통일부가 6일 밝혔다.

이번 대북전단 살포는 탈북자 단체인 '기독교탈북인연합회'(대표 이민복)가 지난 3일과 4일 강원도 철원, 경기도 연천 일대에서 성경책을 살포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탈북자 단체를 포함해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살포는 민간의 영역이므로 막을 수 없다는 방침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6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 입장은 민간단체에서 자율적으로 하는 전단 살포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 삼기가 어렵다"며 "정부가 자제를 요청하거나 물리적으로 못하게 할 입장이 아니다. 정부가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2012년 10월 탈북자 단체들로 구성된 '북한민주화추진연합회'가 경기도 파주 임진각에서 뿌리던 대북 전단은 경찰의 통제로 무산된 바 있어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살포를 막을 수 없다는 정부의 태도에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지난달 17일 정례브리핑에서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전단 살포를 추진하는 단체에 대해서 남북관계라든지 이런 상황을 고려해서 과거에도 자제 요청을 했었다"며 "앞으로 그런 움직임이 있을 경우에 자제 요청이 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말한 것과 배치된다.

특히, 북한 국방위원회가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살포 항의성 전통문을 보낸 것은 지난달 14일 열린 남북 고위급 접촉 결과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이행 여부를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남북은 이산가족 상봉행사 합의와 함께, 상호 이해와 신뢰를 증진시키기 위해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중상을 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으며, '상호 비방중상'에는 당국간 비방중상을 포함해, 언론과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살포 문제가 다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는 북측에 언론의 자유를 언급하며, 당국 차원의 비방중상은 중단하되, 언론을 통제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또한, 여기에는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살포도 민간의 영역을 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당시 북측은 비방중상과 관련해 언론과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살포를 문제 삼았다"며 "우리는 이에 대해 통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설명했고, 북측은 노력해달라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즉, 언론과 민간단체의 행위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에서 대북 비방중상을 통제할 수 없되, 당국 차원의 비방중상은 중지하겠다는 셈이다. 하지만 북측이 남측의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노력해달라'고 한 것은 지난 사례와 같이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살포를 정부가 어느 정도 막아 주기를 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살포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아 북측과의 신뢰형성에 금이 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국물도 없다' 발언은 비방중상 아닌가?

언론과 민간의 영역을 정부가 통제할 수 없다 하더라도, 정부 당국자들이 북한을 향해 협박성 대북발언을 하는 것은 '비방중상'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제기된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지난 5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헌정회 초청 강연회에서 "지난 1년 동안 북한을 끈질기게 설득한 결과 작지만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설득은 읍소나 부탁의 차원이 아니고 당당하게 했다"며 "앞으로 북한이 우리와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속된말로 국물도 없다"고 말했다.

여기서 '국물도 없다'는 발언은 대북 협박성 발언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아, 당국 차원의 비방중상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이에 통일부 당국자는 "(비방중상에) 동의할 수 없다. (비방중상) 잣대를 말하기 어렵지만 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해 '서울 불바다', '청와대 날려버리겠다' 식의 발언이 비방중상"이라며 자의적 해석을 내놨다.

또한, 북한의 사회단체들이 대남 전단을 살포한다는 가정에 대해서는 "북한에서는 당국과 민간 구분이 잘 안 되는 부분이 있는데 같은 잣대로 봐야 한다"고 말해 '상호 비방중상'에 대해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정부가 북측과 합의한 '상호 비방중상 중단'에 모호하고 이중적인 잣대를 적용하고 있는 가운데, 북측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는 우리 정부의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논의 제안에 대해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지 않다"며 거부했다.

그리고 "현 남북관계로 보아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같은 중대한 인도적 문제들은 남북 적십자 간 협의로 해결될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해, 차후 열릴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이산상봉 문제와 함께 비방중상 문제가 다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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