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3일차인 25일 오전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작별상봉에서 북측 김민례(83) 씨가 조카인 남측 김용일 씨에게 절을 받고 있다.[사진 - 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 작별상봉을 마치고 북측 가족들이 버스에 오르자 남측 가족들이 눈물로 배웅하고 있다. [사진 - 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우리 64년 만에 만나는 건데 이렇게 이별이래. 어떡하면 좋아.”
“형님, 이제 마지막이예요. 우리는 울지 말고 헤어지자. 하늘에선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야 돼. 사랑합니다.”

2박 3일 간의 꿈결 같은 시간이 흐르고 영원한 생이별을 다시 맞는 ‘작별 상봉’장 금강산면회소는 “지금부터 10분 후에 단체상봉을 종료할 예정이다”는 예고방송이 나오자 울음바다가 됐다. 가족별로 둘러앉은 테이블에선 ‘고향의 봄’, ‘가고파’ 등의 슬픈 합창이 울려 퍼지기도 했다.

23일부터 금강산에서 진행된 설계기 이산가족 2차 상봉행사가 25일 오전 9시부터 1시간동안 진행됐으며, 1차 상봉과 바꾸어서 북측 가족이 먼저 버스에 오르자 남측 가족들이 눈물로 배웅했다.

▲ 작별상봉장인 이산가족면회소는 눈물바다가 됐다. 남측 최고령자인 이오순(94) 씨가 동생인 북측 조원제(82) 씨의 손을 잡은 채 오열하고 있다.[사진 - 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 북측 반리현(80) 씨가 남측 동생인 반태현, 반봉현 씨 등과 함께 눈물을 흘리며 고향의 봄을 부르고 있다.[사진 - 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북측 리현우(83) 씨와 4남매 상봉의 감격을 맛본 남측 동생 태우 씨는 “6.25때 헤어진 형인데, 형 때문에 다른 가족들이 다 죽은 줄 알고 65년 동안을 죄책감을 갖고 살았데”라고 아파했고, 여동생 정수 씨는 “우리 오빠 또 언제 보지”, “어떡해. 계속 눈물이 나온다”고 애꿎은 기자에게 하소연했다.

오빠가 먼저 버스에 오르자 동생 정우 씨는 버스 창가로 뛰어가 “오빠 문 좀 열어봐”라며 오열했고, 북측 가족들이 버스 안에서 창문을 열자 까치발로 버스에 매달린 채 “오빠 건강해”라고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부녀상봉으로 관심을 모았던 북측 남궁렬(87) 씨의 딸 봉자 씨는 “아버지, 조금만 일찍 만났으면... 5년만 일찍 만났으면”이라고 말을 잊지 못했다. 5년전 어머니가 타계했기 때문. 아버지 남궁렬 씨도 “내가 (네 엄마를) 기다렸는데”라며 눈물을 흘렸다.

3명의 여동생과 상봉한 북측 최고령자 박종성(88) 씨는 버스에 오르며 “동생들아 건강 잃지마라. 건강하면 또 만난다”고 달랬고, 여동생들은 “우리 걱정 말고 오빠도 건강하세요. 통일되면 봅시다”라며 손을 놓지 못했다. 버스가 출발하자 여동생들은 “나 어떻게 살아. 우리 오빠, 보고 싶어서 어떻게 해”라며 오열했다.

▲ [사진 - 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 [사진 - 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누나를 만난 남측 동생 조돈빈 씨는 “이제 통일되면 고향(강원도 양구)이랑 교통이 좋아서 2시간 밖에 안 걸린다. 세월이 좋아지면...”이라고 말했고, 누나 조매숙 씨는 동생을 마치 어린아이처럼 쓰다듬으며 눈물을 흘렸다. 조매숙 씨의 딸 신현예 씨는 종이에 “통일아 오너라, 안녕히 다시 만나요”등의 내용을 담은 글을 적어 둘째 삼촌 조돈방 씨에게 주기도 했다.

조씨 남매들은 ‘고향의 봄’을 함께 부르며 얼싸안았고, 누나는 “찔레꽃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을 연이어 부르다 “이별가를 불러주던 못 잊을 내 동생아”라며 목놓아 울음을 터트렸다.

여동생을 만난 북측 최준규(77) 씨는 “오늘은 헤어지는 날이지만 울지 말고 웃자. 기쁘게 헤어지자. 이제는 널 만나 여한이 없다”며 “통일돼서 우리 이렇게 다 모여 살자. 나는 건강을 지킬 테니까 너도 조국 통일될 때까지 살거라”라고 당부하며 눈물을 훔쳤다. 여동생 양자 씨는 “아버지 훈장(부친도 북에 계시다 사회주의 애국희생자로 돌아가셨음)이랑 다 고향 산소에 갖다놓고 고할께요”라고 오빠를 안심시켰다.

남측 동생 이종신(74) 씨는 북측 형 종성(85) 씨에게 “형님, 한번 업어드리겠다”며 깡마른 형을 업어서 상봉장 문 앞까지 모셨다. 종신 씨는 “형이 겉은 말랐는데 발은 퉁퉁 부어있었다”며 거동이 불편한 형의 건강을 걱정했다.

남측 상봉자들은 가족 주소와 생일, 제삿날을 적어주거나 편지를 전하기도 했으며, 마지막 기념사진을 찍기도 해다. 북측 김민례(85) 씨의 남측 가족은 동생 용일(82) 씨부터 차례로 큰절을 올렸다.

단체상봉 종료가 가까워지자 곳곳에서 오열, 통곡하는 상봉자들로 행사장은 온통 눈물바다가 됐고, 적십자 진행요원들도 모두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북측 적십자 관계자에게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자 그는 “그렇지요. 눈물 안 나면 조선사람 아니지요”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 유일한 부녀상봉자인 남측의 남궁봉자 씨가 아버지인 북측 남궁렬(86) 씨 품에 안겨 오열하고 있다. [사진 - 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 작별상봉에서 북측 박계화(81) 씨가 남측 동생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위로하고 있다.[사진 - 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 오빠인 북측 박종성(87) 씨를 떠나보낸 박종순 씨가 버스를 바라보며 오열하고 있다.[사진 - 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남측 단장인 김종섭 한적 부총재는 “가족들 만나려는 분들 많이 계신다.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 해야 한다”고 말했고, 북측 단장인 리충복 북적 부위원장은 “북남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야 한다”고 화답했다.

남측 가족들의 눈물어린 배웅 속에 북측 가족을 태운 버스가 떠남으로써 3년4개월 만에 재개된 남북 이산가족 1,2차 상봉이 25일 오전에 모두 마무리됐으며, 남측 가족과 관계자들은 모두 속초로 향했다.

금강산에서 지난 20∼22일 진행된 1차 상봉은 남측 가족 82명과 동반가족 58명이 북측 가족 178명을 만났고, 2차 상봉은 북측 가족 88명과 남측 가족 357명이 상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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