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1일차인 23일 오후,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첫 단체 상봉에서 남궁봉자 씨가 북측 아버지 남궁렬 씨를 60여년 만에 만나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사진 - 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아버지, 저 알아보시겠어요?”
“못 알아보겠어.”
환갑을 넘긴 딸이 얼굴조차 기억 못하는 아버지를 60년 만에 만나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설 계기 이산가족 2차 상봉단 357명이 23일 오후 3시 7분경부터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북측 가족 88명과 극적인 만남을 가진 자리에서 한국전쟁 당시 젖먹이였던 남궁봉자(61) 씨는 북쪽 아버지 남궁렬(87) 씨를 만났다.

이번 2차 상봉에서 유일한 ‘부녀 상봉’ 케이스라서 취재진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은 남궁봉자 씨는 상봉장에 먼저 도착해 문쪽을 계속 보며 초조하게 기다렸다.

아버지 남궁렬씨는 북에서 낳은 자식들의 부축을 받으며 걸어서 입장했다. 딸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버지에게 다가섰고, 둘은 서로 얼싸안고 울기 시작했다. 남궁렬 씨도 소리내며 울었다.

“너희 엄마는?”
“5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아버지는 고개만 끄덕이며 말이 없었다.

이어 조카들에게 "니가 둘째니? 니가 셋째니?"하며 묻고, 조카들은 이북 아들에게 “잘 모셔줘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연신했다.

남궁렬씨는 북에서 결혼해 새로 가정을 이루어 딸(61살)과 아들 남궁성렬(58세) 씨를 낳았고, 부인도 생존해 있다.

▲ 북측의 조원제(82) 씨가 남측 최고령인 누나 이오순(94)(오른쪽), 동생 조도순 씨와 오열하고 있다. [사진 - 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남측 최고령자 이오순(94) 씨는 북측 남동생 조원제(83) 씨를 만자자 “고맙다, 고맙다”는 말만 연신 반복했다.

원제 씨는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난 누님이 안 계시는 줄 알았소, 이게 얼마만이오”라며 오열했다.

동생 원제 씨는 한국전쟁 당시 경상북도 울진의 한 마을회관에서 회의를 하던 도중 인민군 의용군으로 끌려갔고, 누나 오순 씨는 아버지가 호적을 등록하지 않아 시집갈 때 시댁 측 성인 이씨를 따라 등록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오순 씨와 동행한 여동생 도순 씨는 오빠가 들어서자 껴안으며 울기만 했다. 세 남매는 한참을 울고 나서야 각기 준비해 온 가족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60년간 미뤄온 기억을 나누기 시작했다. 

▲ 3년 4개월 만에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첫 단체 상봉에서 북측과 남측 이산가족이 상봉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사진 - 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일본 지바현 출신인 북측 상봉자 황기봉(80) 할아버지는 남측의 형 기복(81) 할아버지와 여동생 가자(73), 조카 명진(60), 영진(58) 씨를 한꺼번에 만났다.

황기봉 할아버지는 남측에 있던 첫째 형과 둘째형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형이 죽었다고... 아이고 참!”하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북측 상봉자 박종성(88) 할아버지의 여동생 종문, 종옥, 종순 씨는 상봉장에 오빠가 나타나자 한꺼번에 달려가 오열했다.

북측 상봉자 김민례(87) 할머니는 이화여대 재학 중 기숙사에 있다가 의용군으로 북한으로 갔다. 김 할머니는 남측의 조카 용수 씨와 용일 씨 등 5명을 만나 울음을 터뜨리고 가족들의 이름을 일일히 기억해 냈다.

전날 숙소인 속초 한화콘도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2차 상봉단은 설레는 가슴을 안고 오전 8시 18분경 버스편으로 금강산으로 향해 오전 9시 30분경 동해선 출입경 사무소에 도착, 출경수속을 밟은 뒤 오후 1시 20분 상봉 장소인 금강산 관광지구에 도착해 온정각에서 점심을 먹은 뒤 숙소인 외금강 호텔과 금강산 호텔에 여정을 풀었다.

이어 오후 3시 7분경부터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60여 년 만에 북측 가족과 재회한 것.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이산가족 상봉이 진행된 것은 2010년 11월 이후 3년 4개월 만이다.

2차 상봉단의 첫 전체 상봉은 오후 5시경에 끝났으며, 저녁 7시부터 남측 적십자사가 주최하는 환영만찬에 가족들이 둘러앉아 저녁을 나눈다.

상봉 이틀째인 24일에는 오전 9시부터 개별상봉을 갖고 공동중식을 한 뒤 오후 4시부터 실내상봉을 한 뒤 금강산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고 25일 오전 9시 작별상봉 후 돌아올 예정이다.  

▲ 북측의 우순용(83) 씨가 남측의 누나 우영희 씨를 얼싸안은 채 오열하고 있다. 우순용 씨는 한국전쟁 때 강제 징집되어 가족과 이별했다.[사진 - 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 북측 반리현(80) 씨가 남측 가족이 가져온 가족들의 사진을 보고 있다.[사진 - 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 북측 주귀순(81) 씨가 남측 동생인 주윤홍 씨와 이야기 나누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주 씨는 한국전쟁 때 가족과 이별했다.[사진 - 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 최인규(81) 씨의 남측 가족들이 카메라로 최 씨의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 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 북측 최준규(77) 씨가 남측의 동생 최양자 씨를 만나 눈물을 훔치고 있다. 최준규 씨는 한국전쟁 때 아버지와 함게 북측으로 피난을 갔다 휴전이 되면서 내려오지 못했다.[사진 - 금강산 사진공동취재단]

(추가2,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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