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열리는 가운데, 남북 언론인들의 자연스런 만남도 이뤄졌다.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열리는 금강산 현지에는 남측 언론인 29명이 파견됐으며, 북측도 다수 언론인들이 나왔다.
개별상봉이 비공개로 진행되는 가운데, 외금강호텔 로비에서 남북 언론인들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눴다.
북측 인사를 처음 마주한 남측 기자가 로비 커피숍 테이블에 앉지 않자, 북측 인사는 "아니 기자양반이 그렇게 주변머리가 없어서 어떡합니까. 내가 한참부터 여기 앉아있었는데"라며 "하여튼간 (남측 기자들의 취재가) 열성이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측 기자의 취재수첩을 가리키며 "그거 쓴 것 좀 보면 참 좋겠다"고 장난을 쳤다.
북측 인사들은 남측 언론사들, 특히 인터넷 언론사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인사는 <뉴스1> 기자에게 "언론이 잘 해야 우리가 이런 상봉도 하고 그러는 것 아니냐. 보도가 너무 과하다"며 "<뉴스1>은 성향이 어떠냐. 조중동 중 어느 편이냐"고 묻자, 해당 기자는 "우리는 편이 없다"고 답했다.
다른 인사는 "(<뉴스1>은) 중도라고 한다"고 말하자, 옆에 있던 북측 인사는 "그러면 잘됐다. 남북관계 여는데 선구자 역할을 한번 하시오. 선구자가 뭔지 알지? 좋잖아"라고 웃으며 말했다.
한 북측 인사는 <이데일리>,<데일리안>,<쿠키뉴스> 등 인터넷 언론에 관심을 보이며,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 때처럼 언론 통제를 못하는 것같다"라고 타박했다.
이에 남측 기자가 "통제가 뭐냐?"라고 묻자, "그 뭐 낙하산 인사 그런 거 하고.. 하긴 나름대로 또 하겠지 뭐 방법이 다 다른 거겠지. 어느 정부든 다 언론은 통제한다"며 지난 14일 남북 고위급 접촉의 비방 중상 중단 등을 거론했다.
한 남측 기자는 북한 웹 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의 남측 기자 실명 비난을 언급, "그런 거 할 때는 이름 정확히 알고 제대로 써줘야 한다. 그리고 우리 기자 이름 많이 언급해줘야지 빠지면 기분 나빠한다"라고 하자 남북 언론인들은 파안대소했다.
북측 인사들은 남측 기자들의 개인신상에 대해서도 궁금해 했다고 현지에서 전해왔다.
미혼인 한 여기자에게 "나이가 몇 살이냐. 애기같은데 어려보인다. 왜 아직 결혼을 하지않느냐"고 물으며 "남측에서는 나이가 들어도 결혼하지 않는 여자들이 많은 것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30대 중반인 해당 여기자를 걱정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이제 결혼할 수 있느냐. 남자들이 있느냐. 올드미스다"라며 농담도 건넸다.
"남측 언론, 기자들이 역할 해야한다. 서로 관계가 좋아져야 하지 않느냐"
지난 20일 저녁 북측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주최로 열린 만찬에서 같은 테이블에 앉은 한 북측 관계자는 남측 기자에게 남북관계 개선 역할을 주문했다.
이 관계자는 "<KBS>랑 사육신했고, <SBS> 등과 조용필 공연 등을 했다"며 "그때는 정말 남북이 사이가 좋았다. 교류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중대제안을 하고 이번에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되게 하기 위해 정말 많이 신경썼다. 그런데도 남측에서는 자꾸 진정성을 보이라고 이야기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이런 행사를 계속 해야하지 않느냐. 지난 9월에도 하려고 했는데 남측이 그렇게 나와 못했는데, 서로 관계가 좋아져야 하지 않느냐"며 "남측 언론, 기자들이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인사는 "남측 언론이 너무 심하다. 좀 민족교류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기사를 써야 한다"며 "작년 이산가족 상봉 무산된 것도 다 남쪽 언론 때문이다. 이번에 이산가족 상봉으로 첫 단추를 잘 끼웠기 때문에 부디 남쪽 언론에서 잘 써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도 "이산가족 상봉을 하게 된 것은 모두 우리의 중대제안 때문"이라며 "그런데 남쪽 언론에서 계속 딴소리한다. 그러면 안돼. 부디 이번에 오신 남쪽 기자분들이 분위기를 잘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북측 기자는 "남한 정부는 언론을 왜 잘 다스리지 못하느냐. 이해가 안간다"며 "우리 공화국은 당과 언론이 하나다. 당도 인민을 위해 봉사하고 언론도 인민을 위해 봉사를 한다. 그래서 당과 인민은 한 몸이다"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북측, 남측 언론보도에 격앙
북측 인사들은 남측 언론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애육원 방문 보도를 두고 날선 반응을 내놨다.
한 북측 인사는 "본질적인 부분과 비본질적인 부분을 구분해야 한다. 본질은 원수님의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다는 것을 사진이 말해주고 있는데 남측 언론에서는 비본질적인 부분을 부각시켜서 꼬투리를 잡는다"고 화를 냈다.
그는 "이산상봉 관련 논의가 잘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수 언론이 그런 비방의 보도를 하는 것은 남북관계를 해치는 것"이라며 "제발 언론이 남북관계가 잘 될 수 있도록 신경쓰는 자세를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이산가족 상봉 관련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 당시, 미국의 B52 전략폭격기가 출격한 것에 대해서도 "남북관계를 훼방 놓는 것 아니냐. 그런 정도의 중대사안이라면 남한 당국자가 (출격을) 거부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런 자주성도 없느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조선일보 기자 왔느냐? 한번 만나서 이야기 해보고 싶다"고 하자, 1차 상봉 취재단장을 맡고 있는 <조선일보> 기자를 만나게 해주겠다는 말에 "대면하면 서로 신경이 날카로워질 것 같다"며 웃음을 보였다.
다른 북측 인사는 "남측 언론은 왜 그렇게 모든 것을 삐딱하게만 보냐"며 "우리가 선의로 발표한 중대제안을 위장평화공세라느니, 국면전환용이라느니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언론의 역할이 뭐냐. 우리민족끼리 잘 해보려고 할 때 부채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자 옆에 있던 다른 북측 인사는 "남측 언론을 보면 남북관계가 잘되도록 하는 부채라기보다는 꼭 하로동선 같다"고 꼬집었다.
'하로동선'은 여름철 화로와 겨울철 부채라는 뜻으로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의미여서 남측 언론인들을 자극했다.
남북, 김연아 화제로 대동단결
남북 언론인들이 남북관계를 두고 날을 세우면서도, 김연아 선수의 소치 동계올림픽 은메달 획득 이야기로 마음을 합했다.
북측 인사가 "김연아 선수는 금메달을 땄습니까"라고 물어 남측 기자가 "은메달을 땄다"고 답했다.
이에 북측 인사는 "은메달도 대단한 거지요"라고 말해 김연아 선수는 남북의 마음을 하나로 합치는 매개체가 됐다.
"금강산 관광 재개되면 바로 활용할 수있다"
남측 기자들을 만난 북측 인사들은 금강산 관광 재개를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호텔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인사는 "유지 잘 된 것같은데. 관광 재개 되면 바로 활용할 수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 재개되면 바로 활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다른 인사는 "마식령스키장은 우리 인민들이 아주 가고 싶어 하는 곳이다 진짜 잘 만들었다"며 "금강산에서 마식령스키장까지 1시간 반 정도밖에 안걸린다. 남북교류가 잘되고 금강산도 재개되면 남쪽 인민들이 금강산을 포함해서 마식령스키장까지 관광하는 것 얼마나 좋으냐. 빨리 그렇게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19문단:딴소리한다.→딴소리 한다. 안돼.→안 돼.
20문단:안간다→안 간다
26문단:부채역할을→부채 역할을
31문단:것같은데.→것 같은데 재개 되면→재개되면
32문단: 1줄 곳이다→곳이다. 2줄 안걸린다.→안 걸린다. 잘되고→잘 되고
3줄 해야한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