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문이라는지 공동보도문이 없이 끝나서 아쉽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박근혜 정부 들어 첫 고위급 접촉이었고, 접촉을 통해서 쌍방이 현안 문제를 포함해 관심사안에 대해 진지하게 충분히 의견교환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12일 판문점에서 밤늦게까지 진행된 남북 고위급 접촉이 성과를 남기지 못하고 끝났지만 통일부 관계자는 13일 오전 기자들에게 이같이 ‘의의’를 부여했다.

“공동보도문 합의는 안됐지만 진행과정에서 쌍방의 설명에 대해 진지하게 경청을 했고 쌍방은 자기들 관심사안을 충분히 설명했다”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이 정도 회담이면 통상 공동보도문 정도는 하는 게 관례”라며 남북 양측이 모두 공동보도문 초안을 준비해갔다고 확인했다.

이후 일정에 대해서는 “공동보도문 합의 과정에서는 구체적으로 차기 접촉 날짜 논의는 되지 않았다”며 “끝나면서 연락관 접촉을 통해 차기 접촉 문제를 협의하자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또한 “2차 (수석대표)접촉 이후에 내부 지침을 받았는데 2차와 달라진 게 없어서 접촉이 종료된 것으로 보인다”며 “남북은 지속 협의해 나가기로 하고 접촉을 종료했다”고 밝혔다.

남북간 정치협상이 합의문 보다 수준이 낮은 공동보도문조차 내지 못한 경우 통상 ‘결렬’됐다는 표현이 등장하지만 이번 고위급 접촉 이후 당국자들은 ‘결렬’이라는 용어는 피하고 ‘지속 협의’를 거론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 당국자는 “우선 우리 측은 어제 접촉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취지와 내용을 설명하고 북측의 호응을 촉구했다”며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원만한 이행과 북한의 비핵화 결단 촉구 등의 입장을 명확히 북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한 “북측은 우리 언론보도를 언급하며 비방중상 중지,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을 요구했다”며 “한.미 훈련 기간에 이산상봉 행사를 개최 할 수 없다는 게 원칙적 입장이라고 밝혔다”고 확인했다.

아울러 “(북측은) 중대제안과 공개서한 내용이 대부분 반복된 듯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북이 중대제안에서 언급한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에 대해 설명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당국자의 설명 중 우리측이 관심사항으로 ‘북한 비핵화’ 문제를 제기했다는 것은 처음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의 진정성을 행동으로 보여 달라는 명확한 요구를 했다”며 “북한도 비핵화가 김일성의 유훈이라고 강조하며 자기들도 비핵화를 추진한다면서도 핵문제는 기본적으로 남북간 논의할 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확인했다.

이 당국자는 남측이나 북측이나 최고지도자의 ‘친서’ 전달은 “없었다”고 확인했으며, 정상회담 관련 논의도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북측이) 5.24조치나 금강산 관광은 한 마디도 안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역시 핵심 쟁점은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한미 합동군사연습 기간이 겹치는 문제였음이 재확인됐다. 이 당국자는 “쟁점이 북이 이산상봉과 군사훈련을 연계해서 군사훈련을 상봉 이후로 하라고 주장을 했고, 우리는 그것을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그게 제일 컸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오전은 주로 상호 관심사에 대해서 얘기했다”며 “북은 오후에 이산상봉과 군사훈련을 연계해서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북측이 오후에 이 문제를 들고 나와 접촉이 삐걱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정부로서는 상봉행사는 작년에 합의돼서 추진된 사항이고 두 차례 합의해서 연기된 행사기 때문에 더 이상 연기돼서는 안 된다는 분명한 입장”이라며 “북측 반응을 봐야 하지만 상봉행사를 앞으로 계속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틀 정도 우리가 군사훈련 일정을 양보할 수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북한이 기본적으로 연계해선 안 된다는 게 정부 입장이기 때문에, 이틀이든 하루든 그게 중요하지 않다”며 “거기에 우리가 호응하게 되면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한 “명시적으로 행사가 연기됐다거나 하는 게 없어서 북의 명확한 반응이 없어서 정부는 상봉 행사를 정상 추진한다는 입장에 따라서 선발대는 행사 5일전에 파견하므로 15일에 파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북의 입장이 조만간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관례를 보면 북이 방송을 통해 앞으로 어떻게 할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또한 “인력이 작업 중이어서 금강산 현지에서 상봉 관련 달라진 게 있으면 북에서 전달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산상봉 행사준비에 관해서는 “북에 눈이 많이 온 것은 사실이고 교통이 원활하지 않은데 인력 동원 등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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