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가 오는 11일 방한한다. 진보정당인 정의당이 초청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의당이 무라야마 전 총리의 방한을 두고 도 넘는 언론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정의당은 보도자료에서 무라야마 전 총리의 방한에 '한일관계를 평화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일본의 대표적 양심세력이자 연륜있는 노 정치가의 '평화여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무라야마 전 총리는 1995년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사죄한 대표적 문건인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한 인물임에 틀림없다.

'무라야마 담화'에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제국의 여러분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줬다. 의심할 여지없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밝혀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 일본군'위안부' 문제 등은 언급되지 않아 두루뭉술하다는 지적을 꼬리표처럼 달고 있다.

게다가 무라야마 전 총리는 '통절한 반성'을 했지만,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이라는 명목으로 '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 국민기금'(이른바 국민기금)을 만든 장본인이다. 국민기금은 말 그대로 국민들의 뜻을 모은 돈, '위로금'이라는 의미,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고, 전쟁범죄에 대한 국가배상 원칙을 위배하는 행위였다.

이는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 운동에 상처를 줬고, 심지어 일본군'위안부' 피해국가들 사이에서 편가르기를 해 온 극악한 물질적 처방에 불과했다.

그런 국민기금을 만든 이가 바로 무라야마 전 총리였다. 말 뿐인 사죄였을 뿐 진정한 사죄와 배상과는 거리가 먼 인물인 셈이다.

그런 인물을 '노동에 기반하고 시민이 참여하는 진보정당'이라는 정의당이 초청하면서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게다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입힌 무라야마 전 총리를 피해자들과 만나게 하겠다고 한다. 과욕이다.

한편으로는 정의당의 과욕이 이해가 된다. 아베 신조 총리 출범 이후 일본 정부와 사회가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극우적 시각을 표출하는 현 상황에서 '무라야마 담화'를 다시 읽어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라야마 초청을 두고 진보정당이라는 정의당이 '무라야마 담화'를 극찬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진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존재가 아니다. 하나를 알면 둘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토대로 무엇을 실천해야 하는지를 국민들과 나눠야 하는 존재이다.

그런 의미에서 무라야마 초청은 단순 극찬에 그쳐서는 안된다. '무라야마 담화'가 어떤 의미인지, 어떤 한계를 지녔는지, 이를 어떻게 뛰어 넘을지, 진정한 한.일관계를 위해 일본정부가 과거사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바로 진정한 '무라야마 담화' 재조명이다.

그러나 지금 정의당의 무라야마 초청이 진정한 한.일관계를 위한 '무라야마 담화' 재조명을 위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자신들의 존재 과시를 위한 수단으로 '무라야마 초청' 카드를 꺼낸 것은 아닐까.

때만 되면 과거 식민지 피해자들의 손을 잡아주는 정치인들의 행태와 다를 바 없는 이번 초청행사가 달갑지만은 않은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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