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대길(立春大吉)이 맞긴 맞는가 봅니다. 입춘이 하루 지난 5일 남과 북은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했습니다.

남북은 이날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 준비를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을 갖고 오는 20∼25일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개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2010년 10월을 마지막으로 중단된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3년4개월 만에 다시 열리게 됐습니다.

이번 실무접촉을 앞두고 우리 정부의 2월 중순 상봉행사 개최 제의에 북측이 한미 군사훈련을 이유로 3월 이후로 상봉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으나 기우임이 드러났습니다.

오히려 놀라운 점은 이번 합의 날짜가 우리 정부가 애초 제의한 이달 17∼22일보다는 3일 늦어진 것이기는 하지만 이산가족 상봉행사 기간의 후반부가 키 리졸브 연습 기간과 일부 겹치는 것으로 알려져 북측의 용단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마침 이날 실무접촉에서는 회의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북측 수석대표인 박용일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중앙위원은 “올해 북남 사이의 첫 접촉을 통해서 북남관계 개선의 따뜻한 춘풍을 안아오는데 우리 적십자 단체들이 앞장서야 된다”고 분위기를 띄었고, 우리측 수석대표인 이덕행 대한적십자사 실행위원도 “남북관계에 서로 믿음을 쌓고 협력하는 계기가 되도록 같이 노력하자”고 화답했습니다.

북측이 이처럼 이산가족 상봉에 적극적인 자세로 나온 것은 신년사에서 밝힌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 마련’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판단됩니다. 아울러, ‘중대제안’(1월16일)과 ‘공개서한’(1월23일)에서 밝힌 남북관계 개선도 ‘위장평화공세’가 아닌 진정성임을 알린 게 되었습니다. 북측으로서는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 된 셈입니다.

그러기에 이번 합의에 대해 우리 정부가 “북측이 우리 제의에 호응해왔고, 그동안 우리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이라’고 한 것에 대해서 말이 아닌 행동으로 답을 하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평한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이제 우리 정부도 북측에 대해 더 이상의 경계를 풀고 새로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 나섰으면 합니다.

이제 남과 북이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함으로써 최소한의 신뢰구축을 쌓았습니다. 이번 상봉행사를 계기로 그간 과제였던 이산가족 상봉의 상시화와 다양화도 함께 논의되길 바랍니다. 나아가, 상봉행사가 금강산에서 진행되는 만큼 시선은 자연히 금강산 관광 재개로 옮겨지게 되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이 본격적인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로도 작용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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