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이 5일 오전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시작됐다. 이덕행 남측 수석대표(오른쪽)와 박용일 북측 단장(왼쪽)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통일부]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이 5일 오전 10시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시작돼 40분 만인 10시40분에 마무리됐다.

남북은 오전회의 이후, 1차 수석대표 접촉(오전11시 20분~오전11시30분), 2차 수석대표 접촉(오후1시10분~오후1시25분)을 가졌으며, 점심도 거른 채 현재 3차 수석대표 접촉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실무접촉에는 남측에서는 이덕행 대한적십자사 실행위원을 수석대표로 송혜진, 김성근 실행위원이, 북측에서는 박용일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중앙위원을 단장으로 김영철, 리강호가 마주했다.

오전회의 모두발언에서 박용일 북측 단장은 "이번 첫 만남이 북남 사이 관계 개선을 위한 매우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입춘을 맞았지만 아직도 겨울 날씨는 쌀쌀하다. 올해 북남 사이에 첫 접촉을 통해서 그야말로 북남관계 개선에 따뜻한 춘풍을 안아오는데 우리 적십자 단체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덕행 남측 수석대표는 "적십자의 기본 정신에 입각해서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을 기다리는 이산가족들에게 기쁜 소식도 안겨드리고 또 남북관계를 서로 믿음을 쌓고 협력하는 그런 계기가 되도록 같이 노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출발에 앞서 이날 오전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이덕행 수석대표는 "이산가족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 드리고 새해 남북관계 개선에 첫 단추가 잘 끼워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실무접촉의 최대 쟁점은 정부가 제안한 오는 17일부터 22일까지 금강산 행사 일정 합의여부다.

앞서 북측은 지난달 24일 설 이후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제안한 이후, 우리 정부가 17-22일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제안했지만, 일주일 뒤 일정에 대한 언급없이 실무접촉에 응했다.

우선 17일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는 약 2주간의 준비기간을 고려할 때 매우 빠듯한 시간이다. 정부는 최대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해당 일정에 맞게 열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북측은 설 이후 이산가족 상봉행사 날짜를 남측에 위임했지만, 이달 말 시작될 예정인 '키 리졸브-독수리 한.미 연합군사연습'을 문제삼을 것으로 보인다.

▲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 오전회의가 오전 10시부터 40분 동안 진행됐다. [사진제공-통일부]

북한 국방위원회는 중대제안과 공개서한으로 △상호 비방중상 중단, △상호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 △한반도 비핵화 의지 등을 표명했고, 이를 남측이 수용할 것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실제 북한은 중대제안에서 밝힌 바와 같이 설 이후 비방중상을 줄였다는 게 군 당국의 판단이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3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대남위협, 또는 대남비방 방송은 최근에 계속 줄고 있는 추세"라며 "그렇지만 그 외 다른 중지나 다른 군사활동, 북한이 말하는 서로 중단하자고 하는 그런 활동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즉, 북한은 중대제안에서 밝힌 상호 비방중상 중단을 먼저 행동으로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관건은 '키 리졸브-독수리 한.미 연합군사연습'이다. 북한이 상호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을 촉구하고 있지만, 북한으로서는 비방중상을 먼저 중단했음에도 남측이 어떤 반응도 하지 않는 데 대해 불만을 품을 가능성이 있다.

▲ 남측 대표단이 군사분계선을 통과해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통일부]

이는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남측의 필요에 의한 것이고, 한.미 연합군사연습이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일종의 '먹튀'(먹고 튄다)를 당할 수 있다는 판단에, 북측이 17일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선뜻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28일 북한 국방위원회 서기실이 청와대 안보실장으로 전통문을 보내, 서북도서 해상사격훈련 중단을 촉구했지만, 우리 군 당국은 이를 일축하고 그대로 진행,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대한 정부의 제안에 응답하지 않았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춰, 정부는 이번 실무접촉에서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행사 연기 입장을 들고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군 당국도 당초 이달 초 발표할 예정이던 '키 리졸브-독수리 한.미 연합군사연습' 일정을 실무접촉 뒤로 발표를 미뤄 놓은 상태이다.

(추가 2,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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