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남과 북의 신년사 분석을 통해 필자는 3~4월의 ‘낮은 수준의 위기국면’을 잘 넘기고 물밑 접촉을 통해 7월~8월경 남북대화와 6자회담이 재개되는 긍정적 시나리오와 3~4월의 ‘낮은 수준의 위기국면’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대북압박과 북한의 반발로 ‘높은 수준의 위기’가 조성되는 부정적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긍정적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더 크다고 전망했다.(<통일뉴스> 1월 2일자)
긍정적 시나리오 구체화

첫째, 북미접촉과 6자회담 재개 움직임이 다시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 1월 7일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다시 초청한다면 킹 특사를 보낼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고, 1월 20일 북한에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배준호, 45세) 씨가 평양 우의병원에서 석방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케네스 배 씨 석방문제를 매개로 북미접촉이 시작된 것이다. 킹 특사는 지난해 8월 말 배 씨의 석방을 논의하기 위해 방북하려고 했지만 북한이 한미합동훈련에 ‘B-52H’ 전략폭격기가 참여한 것을 이유로 거부해 무산된 바 있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관련국들의 협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1월 21일 방한 중인 윌리엄 번즈(William J. Burns) 미 국무부 부장관은 김규현 외교부 제1차관과 면담을 가진 뒤 “우리는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함께 움직이는 것의 중요성을 논의했다며 “우리는 신뢰할 수 있고 진정성 있는 비핵화를 위한 협상 재개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미가 “장성택 처형으로 약간 주춤했다 할 수 있는 북핵문제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힌 대목이 주목된다. 구체적 협의를 위해 글린 데이비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1월 27일부터 중국, 한국, 일본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중단된 6자회담 재개 협의가 다시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6월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밝히며 미국에 고위급회담을 제안한 후 6자회담 관련국들은 조속한 회담재개를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고, 특히 북한의 지지를 얻은 6자회담 의장국 중국이 여러 경로를 통해 미국에 북한과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9월과 10월에 북미간 비밀접촉이 있었다는 설도 흘러나왔다. 그러나 11월 21일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과 우다웨이 한반도사무 특별대표와의 회담 후 미국의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북한이 영변의 핵시설 복구를 추진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핵문제를 둘러싼) 6자회담으로 돌아갈 길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해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협의는 사실상 무산된 바 있다.
새해 들어 지난해 무산됐던 킹 특사의 방북과 6자회담 재개협의가 동시에 모색되고 있고, 성사 가능성 또한 높은 상황이다.
북한의 지속적인 대화공세

그러나 북한 국방위원회가 ‘중대 제안’의 내용을 부연 설명하면서 23일 발표한 ‘공개서한’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비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인민군 최고사령관인 김정은 최고지도자의 특명’에 따른 것임을 밝혔다는 점에서 북한의 ‘대화공세’는 올해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다. 우리 정부가 우려하는 북측의 상반기 ‘군사 도발’은 가능성이 크지 않다. 김정은체제의 불안성도 장성택숙청 이후 북한 내부의 상황전개를 볼 때 그 근거가 희박하다.
셋째, 3~4월 ‘위기국면’의 주요 변수였던 ‘키리졸브-독수리’한미합동군사연습의 강도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1월 26일 “올해 키 리졸브 및 독수리 연습은 평년과 같은 수준과 범위에서 시행될 것”이라며 “미국 항공모함이나 전략폭격기 등은 참가하지 않는 쪽으로 계획이 수립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북한이 강력하게 비난했던 ‘전략적 핵타격수단들’이 올해 연습 때는 참가하지 않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북한의 반발강도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6자회담 재개돼야 남북대화도 순항

물론 이 과정에서 단계별로 협의를 해나가려는 남측과 큰 틀의 합의를 위한 포괄적 협의를 내세우는 북측의 입장이 지속적으로 충돌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어떤 태도를 취할 지도 주목된다. 구조적인 측면에서 ‘북핵문제’와 ‘냉전적 정치지형’을 뛰어넘어 남북정상회담 논의가 구체화 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남북대화가 원만하게 진행될 경우 ‘남북정상회담의 가능성’ 자체를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신뢰와 원칙’을 표방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스타일상 2월 이산가족상봉 실현과 이산가족상봉의 정례화 합의가 남북관계 개선의 속도와 폭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산가족상봉 성사는 올해 남북관계 개선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박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북핵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6자회담이 재개돼야 남북대화도 탄력을 받을 것이다.
지난해 개성공단 재개와 이산가족상봉에 합의한 후 다시 남북대화가 중단됐던 경험은 대화의 수요자체가 현실로 그대로 이어지지 않다는 점을 보여줬다. 또한 남북대화가 안정적 수준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우여곡절과 돌발변수가 가로놓여 있다. 손발이 맞는 않는 박근혜 대통령과 외교안보라인의 부조화가 해소돼야 하고, 남북의 경제협력과 사회문화교류를 막고 있는 ‘5.24조치’ 등 이명박 정부의 유산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난해 ‘안보 변수’를 활용해 지지율을 높이는데 일정한 효과를 봤던 박근혜 정부가 ‘안보패러다임’에서 ‘평화패러다임’으로 전환할 수 있는 지도 지켜봐야 한다.
진보진영의 새로운 통일담론 필요

이러한 상황에서 민간 평화.통일운동은 평화 및 대화 분위기 조성과 남북공동행사 개최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우선 ‘키리졸브-독수리’한미합동군사연습 기간에 남북 간에 긴장을 완화하는 평화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남북 간 ‘갈등지수’보다 ‘평화지수’를 높여야 하는 것이다.
둘째, 지난해 무산된 남북공동행사를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난해 7월 5일 ‘6.15공동선언실천 민족공동위원회’(6.15민족공동위원회)는 공동위원장회의를 갖고 8.15 민족공동행사를 개성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하는 등 8개항의 합의사항을 발표했으나 무산됐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시대를 열어가야 하고, 그것을 위한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면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강화하고 민간교류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하였다. 남북대화의 진전과 맞물려 지난해보다는 민간교류영역이 넓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6.15나 8.15를 계기로 남북 공동행사가 성사되도록 추진해야 할 것이다. 당국과 새누리당까지 포함하는 연대틀을 사고해야 하며, 추진과정에서도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셋째, 새로운 통일담론을 제시해야 한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나온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은 기저에 ‘북한 급변사태론’이 깔려 있지만 우리 사회 일각의 ‘통일무용론’이나 ‘통일회의론’을 직접 반박하며, ‘통일 이슈’를 선점해 정치적으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여러 차례 언급한 DMZ평화공원 조성,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구상 등이 남북 사이에 논의되기 시작하면 진보진영의 ‘통일담론’이 상당부분 흡수될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은 통일이 대박이라고 말했을 뿐이며 어떻게 대박을 이룰 것인가라는 구체적 방향이나 정책노선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통일은 우리 경제가 대도약을 하는 기회”라는 메시지는 남북관계 개선과 구체적 논의가 수반된다면 상당한 영향력을 확보할 수도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나온 ‘북방경제론’이나 ‘남북경협론’이 통일과정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지만 표면적으로 보면 유사하게 비춰질 수 있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통일대박론’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보수세력의 반발을 무마하는 ‘대응논리’로 활용할 수도 있다. 비판을 넘어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차별화 된 통일담론이 필요한 셈이다.


6문단 1줄, 2줄:이산가족상봉 -> 이산가족 상봉
7문단 4줄:김정은체제 -> 김정은 체제/장성택숙청 -> 장성택 숙청
8문단 1줄:'키리졸브 -> '키 리졸브/4줄 핵타격수단들 -> 핵타격 수단들
9문단 1줄:이산가족상봉 -> 이산가족 상봉
10문단 3줄: 취할 지도 -> 취할지도
11문단 1줄: 이산가족상봉에 -> 이산가족 상봉에/3줄 맞는 않는 -> 맞지 않는/5줄 높이는데 -> 높이는 데
12문단 2줄: 키리졸브 -> 키 리졸브
13문단 3줄: '키리졸브 ->'키 리졸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