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평양지구 상업거리 건설 착공식이 16일 북중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김정관 인민군 중장이 착공사를 읽고 있다. [자료사진 - 민족21]
지난 1월 16일 평양에서는 동평양지구 상업거리 건설 착공식이 열렸다. 북한이 중국 자본과 손잡고 평양 동평양지구에 대규모 상업시설 건설에 나선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16일 동평양지구 상업거리 건설의 착공식이 열렸다며 착공식에 김기석 국가경제개발위원회 위원장과 황스짜이(黃世再) 대중화국제투자집단유한공사 회장, 주북 중국대사관 경제무역참사가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조중친선 강조하며 착공식 개최

건설을 맡은 북한 군인건설자들을 대표해 김정관 인민군 중장은 착공사에서 “동평양지구 상업거리가 일떠서면(건설되면) 또 하나의 대규모 상업봉사기지가 마련될 것”이라며 “조중(북중) 두 나라 건설자들이 상업거리를 훌륭히 일떠세워 조중친선의 유대를 굳건히 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중화국제투자집단유한공사 부회장도 축하연설에서 “상업거리가 건설돼 조선인민의 생활 향상에 기여하게 되기를 바란다”며 북중 친선을 강조했다.

참석인사로 봤을 때 동평양지구 상업거리 건설은 대중화국제투자집단유한공사가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부동산.금융.물류 등 다양한 업종에 관여하는 홍콩계 재벌기업으로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인 선전특구를 비롯해 4개 특구를 개발한 경험이 있고, 2012년 6월경부터 북측 조선합영투자위원회와 신의주특구 공동개발을 꾸준히 논의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이 기업이 신의주특구 개발사업자로 확정돼 올해 2월 경 착공식을 가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 2008년 착공식이 열리기 전 동평양지구 상업거리 조성 예정 지역의 모습. [자료사진 - 민족21]
이번에 착공식을 가진 동평양 상업거리는 평양 낙랑구역 통일거리 인근에 건설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지역은 2007년 12월 홍콩계 기업이 ‘상업거리’ 조성을 위해 기초공사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만들어진 조감도에 따르면 이 ‘상업거리’에는 50층 트윈타워 호텔을 비롯해 무역센터, 백화점, 오피스텔 등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이 건설사업은 홍콩의 한 기업과 북측이 합작해 금강경제개발총회사(KKG)를 설립해 추진했으나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그런데 6년이 조금 지난 시점에 마침내 착공식을 연 것이다. 특히 장성택 숙청 이후 북중 간에 이뤄지는 대규모 합작사업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두 가지 측면이 주목된다.

북중경협에 속도 내는 북한

첫째는 장성택 숙청에도 북중 간 합작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북한은 장성택 숙청이후 북중경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8일 장성택 숙청을 공개한 노동당 정치국확대회의를 전후해 북한은 국가경제개발위원회 산하 조선경제개발협회를 내세워 중국 상지관군투자유한공사(상지공사)를 대표로 하는 국제투자집단(컨소시움)과 베이징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신의주-평양-개성사이 고속철도 및 고속도로’ 건설사업에 합의했고, 중국 투먼(圖們)시와 온성경제개발구 개발 계약서를 체결했다.

경의선 철도.도로 건설사업은 신의주-평양-개성 사이의 고속철도를 시속 200㎞ 이상의 복선선로로 건설하고, 시속 120㎞ 이상의 왕복 8차선으로 도로를 건설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2011년 5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이후 본격 논의되기 시작한 이 사업은 그동안 남측과의 합작 또는 남측 기업의 투자유치를 위해 연기돼 왔으나 남측의 참여를 마냥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고 장성택 숙청이후 북중경협의 필요성 때문에 사업자 선정을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

<통일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 사업은 철도의 경우 신의주-평양-개성을 복선으로 건설하고 신의주, 정주, 신안주, 평양, 사리원, 해주, 개성에 고속철역 인터체인지를 설치하며, 고속도로의 경우 2015년까지 신의주-개성 구간을 완공하고, 후반기인 2018년까지 신의주, 평양, 개성 광역인터체인지를 완공한다는 것이다. 투자규모는 총 14조 1천억원으로 철도는 9조 4천억원, 도로는 4조 7천억원의 비용이 소요되고, 자원판매대금 8조4천억원, 건설사 3조원, 민자유치 등을 통한 2조6천억원을 각각 조달하며, 조달방식은 BOT(기부체납), BTL(민간운영), 자원 개발권 담보 등으로 구상돼 있다.

북측 국가경제개발위원회가 공개한 13개 지방급 경제개발구 중 하나인 ‘함경북도 온성섬관광개발구’는 “외국인들에 대한 전문적인 휴양관광봉사를 기본으로 하는 관광개발구로 건설”하며, 총투자액이 약 9천만 달러 규모의 경제개발구다.

동평양지구 상업거리 조성사업의 착공으로 이 같은 북중경협들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평양 상업거리 착공식에서는 어느 때보다도 ‘조중친선’이 강조됐다.

둘째로 경제특구 개발 및 투자유치를 지난해 10월에 설립된 국가경제개발위원회가 주도하고 있고, 장성택 숙청에도 이 기구의 운영이나 구성에는 변화가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 올해 신년사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이 경제특구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 북한의 경제특구 확대정책에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북한은 “내부의 원천과 가능성을 남김없이 동원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면서 대외경제관계를 발전시키는 원칙”에 따라 향후 자력갱생과 대외 무역확대.투자유치를 균형적으로 조화시켜 나가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특히 동평양지구 상업거리 건설에 투자한 대중화국제투자집단유한공사가 홍콩계 재벌기업이라는 점에서 일정 부분 북한의 외자도입선 다양화 시도와 맞물려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김정은시대에 들어와 북한은 중국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외자도입선을 다양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의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은 중국기업들이 북측과 합작계약만 체결하고 실제 투자는 미루고 있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며 “북한은 전통적으로 균형을 중시하기 때문에 특정국가가 일방적으로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고, 실제 투자유치를 늘리기 위해 유럽과 중동자본을 유치하는데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중국기업은 주로 자원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중동과 유럽계 기업 등은 북한의 도시 인프라와 통신, 금융 등에 투자하려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외정책에서도 ‘고립 탈피’위한 적극 행보

또한 북한의 대규모 투자유치 성공은 대외정책 면에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북한이 장성택 숙청이후 외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체제 불안정성’을 조기에 불식시키고, 대외적인 ‘고립’에서 탈피하기 위해 다양한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장성택 처형이 곧 북한 불안정성의 상징’이라고 언급했고, 성김 주한미대사는 “급변사태를 포함한 모든 사태에 대비해 준비태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응해 북한은 북중경협을 통해 다소 소원해진 북중관계를 복원하는 한편, 남측에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중대 제안’을 내놓고, 일본에는 ‘납치자 문제’를 매개로 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 통일운동의 새로운 전진을 강조하는 북한의 선전포스터. [자료사진 - 민족21]
특히 지난 16일 국방위원회 명의로 나온 ‘중대 제안’은 북한이 먼저 실천적인 행동을 하겠다고 예고해 주목된다. 이날 북한 국방위원회는 1월 30일 설명절부터 상호 비방 중상을 전면 중지할 것, ‘키 리졸브’, ‘독수리’ 합동군사연습을 중단 결정할 것과 서해 5도에서 상호 자극하는 모든 행위를 전면 중지할 것 등을 제안하며 북측이 실천적인 행동을 먼저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측이 이산가족상봉을 제안한데 대해 자신들의 구상을 밝힌 것이다. 북한은 “이 중대제안이 실현되면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을 비롯하여 북남관계에서 제기되는 크고 작은 모든 문제들이 다 풀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제안에 대해 우리 정부는 바로 다음 날 “비방 중상 중지 합의 위반은 북한”이라면서 “북한이 사실을 왜곡하고 터무니없는 주장을 계속하면서 여론을 호도하려는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거부의사를 밝혔다. 의외로 빠른 반응을 보인 셈이다.

그러자 북한은 18일 <대결의 악순환을 끝장내기 위한 실천적 제안>이라는 제목의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중대 제안을 실현하려는 우리의 의지는 확고부동하다”며 “이미 선언한대로 실천적인 행동을 먼저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다시 한 번 ‘중대 제안’ 수용을 촉구했다.

한미합동군사연습이 향후 정세변화의 분수령

북한이 먼저 할 ‘실천적인 행동’이 무엇인지, 남측이 거부했음에도 실제 행동에 옮길지는 는 후속조치를 지켜봐야 할 듯하다. 다만 북한이 ‘서해 5개섬 열점지역’에 대해 언급했다는 점에서 이 지역의 긴장을 완화하는 조치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대남 비난 방송 중단, 동계 훈련 일시 중단 및 전방 배치 장비 후방 후퇴 등의 조치도 거론된다. 특히 지난해처럼 ‘키 리졸브-독수리’합동군사연습에 대해 즉각적으로 ‘맞대응’해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 조성됐던 것과는 달리 합동군사연습이 실시되기 전까지는 부분적으로 ‘실천적인 행동’을 개시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반응을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북한이 선전 공세를 할 때일수록 대남 도발에 더 철저히 대비하라”고 지시한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4월 말까지 잠수함 공격,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사이버 테러 등 행위 주체 파악이 힘든 도발을 가한 뒤 5~ 6월에는 장거리 로켓 발사나 4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대외투자 유치를 통한 경제특구 확대와 경제건설을 위해 평화적인 대외환경 조성에 나서고 있는 북한이 올해 상반기에 장거리 로켓 발사나 4차 핵실험을 단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북한은 ‘키 리졸브-독수리’ 합동군사연습 기간에 가급적 지난해보다 긴장수위를 낮추고, 남북.북미대화 모색에 더 방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B-52전략폭격기와 스텔스전략폭력기, 핵 잠수함 샤이엔, F-22 스텔스전투기 등 핵전력을 총동원한 지난해 합동군사연습보다 상대적으로 강도가 낮아져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일단 예고한 대로 북한이 ‘실천적인 행동’을 실제로 이행하는 것이 먼저다. 그럴 경우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한반도신뢰프로세스의 ‘진성성’여부가 시험대에 오를 것이고, 후속조치가 없을 경우에는 북한이 ‘위장평화공세’란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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