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이나 상업적인 일에는 대차대조표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자칭 ‘김정은 친구’인 전 미국 프로농구(NBA) 스타 데니스 로드먼의 방북은 초기부터 찬반양론에 휩싸였습니다. 한편 북한이 ‘장성택 숙청’ 이후 ‘평상시와 다름없음’을 선전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는 분석과 다른 한편 로드먼이 김정은 제1위원장과 친교가 있는 유일한 미국인이기에 귀중한 정보원이라는 견해가 서로 맞선 것입니다.

여기에다 이번 로드먼의 방북은 두 가지 점에서 관심을 끌었습니다. 하나는 ‘장성택 숙청’ 이후 김정은 제1위원장이 첫 외부인사로 로드먼을 만날 것인가 하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김 제1위원장의 생일에 맞춰 북.미 친선 농구경기를 갖는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그런데 방북 초기 로드먼의 CNN 출연으로 찬반양론이 더욱 불거졌습니다. 지난 6일 방북한 로드먼은 7일 미국 CNN에 출연해 북한에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1년 넘게 복역 중에 있는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 문제와 관련 그가 잘못해 북한에 억류됐다는 주장을 펼치며 앵커와 설전을 벌인 것입니다.

이 설전으로 로드먼의 방북은 더 거센 찬반양론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독재자의 선전가라는 비판과 함께 북한 문제를 공론화시켰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습니다. 이제 로드먼의 방북 자체가 노이즈 마케팅이 된 것입니다. 이로 인해 국제사회의 시선이 더욱 평양에 쏠렸습니다.

어쨌든 김정은 제1위원장의 생일이라는 8일, 친선 농구경기가 열렸습니다. 이때 두 가지 일이 벌어졌습니다.

하나는 로드먼이 친선경기에 앞서 “(김정은) 원수님의 생신날을 축하하기 위해 미국에서 조선에 들어왔다”며 김 제1위원장 앞에서 생일 축하 노래 ‘해피 버스데이 투 유’(Happy Birthday to You)를 부른 것입니다. 이와 관련 재일 <조선신보>는 “김정은 원수님의 생신날이 공개되기는 처음”이라고 알렸습니다.

다른 하나는 이날 농구경기를 김정은 부부를 비롯해 군부 핵심 세력인 최룡해 부부와 경제 사령탑인 박봉주 부부가 함께 관람한 것입니다. 이른바 부부동반을 한 것입니다. 이 역시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여기에서 두 가지 ‘로드먼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북한이 로드먼을 불러 김 제1위원장의 생일을 공식적으로 대내외에 알렸으니, 이제 북한은 김 제1위원장의 생일도 태양절이나 광명성절처럼 공식 기념행사로 치를 공산이 커졌습니다. 또한 스포츠 친선경기이긴 하지만 북한의 (최)고위급 인사들이 부부동반으로 관람한 것은 북한이 매우 세련되게 국제화로 가고 있다는 대외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이는 로드먼이 13일 방북을 마치고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기자들에게 “이번 북한 여행은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며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에게 현재 북한에서 어떤 현실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라며 북한 방문 배경을 전한 데서도 뒷받침됩니다.

찬반양론 속에 진행된 로드먼의 방북, 그리고 그의 방북을 통해 북한이 의도한 ‘로드먼 효과’를 국제사회는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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