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사건 숨겨진 이야기』,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눈길을 끄는 책이 도서출판 선인에서 발간됐다.

최고의 북한 전문가로 꼽히는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가 <민족21 통일이야기> 시리즈로 두 번째 발간한 얇은 단행본이다.

▲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가 쓴 『장성택 사건 숨겨진 이야기』(도서출판 선인) 표지. [사진 - 통일뉴스]
정창현 겸임교수는 이미 <통일뉴스>를 통해 ‘장성택 사건’에 관한 몇 편의 글을 발표해 상당한 평판을 얻은 바 있다.

주류 언론이나 학계 전문가들이 ‘소설’을 써대고 있을 때 가장 사실에 가깝고 가장 풍부한 내용으로 균형잡힌 논지를 일관되게 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번 신간에서도 북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 보도 내용과 특별군사재판 판결문, 김정은 제1위원장의 노동당 제4차 세포비서대회 연설문 등 1차 자료에 충실히 근거해 역사적 맥락과 다양한 정보들을 추가해 이 사건을 총체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2012년 12월부터 2013년 4월까지 긴장이 고조된 시점에 장성택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이와 관련 장성택이 2012년 12월 ‘은하 3호 장거리 로켓’ 발사와 2013년 2월의 3차 핵실험에 대해 반대의견을 갖고 있었다는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장성택 핵실험에 반대했나?, 65쪽)

“두 전언의 내용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장수길이 운영하는 무역회사의 자금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당 행정부 간부들에 대한 내사가 이때 시작됐다고 한다.”(한 달여 동안 공개석상에 등장하지 않아, 69쪽)

“노동당 중앙당 과장급 이상의 간부 중에서 장성택 사건과 직접 관련돼 정치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람은 국내 전문가나 언론의 예상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이른바 장성택 라인은 없다, 74쪽)

뿐만 아니라 “장성택은 누구인가”, “김정은 시대 북의 ‘경제와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어떻게 볼 것인가”, “장성택은 ‘내각책임제 원칙 위반’을 위반했나”, “김정은 시대 북은 어디로 가나” 등 이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사안들을 하나하나 짚고 있다.

장성택이 김일성 주석의 딸 김경희와 김일성종합대학에서 만나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승낙받은 이야기부터 학생간부 직을 도맡고 “동서고전을 읽어 이색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박식한 편”이었다는 인물평, 73년 ‘70일 전투’에서 공을 세워 국기훈장 1급을 수여받았지만 76년 평양주민 소개작업 때 비판을 받은 이야기 등은 까마득한 옛이야기처럼 들린다.

김정은 시대의 ‘병진노선’에 대해서도 “1990년대 초반 김일성 시대에 제시된 마지막 노선을 대외적 정책의 기준점으로 삼는다는 것”이라며 경제노선으로 ‘3대 제일주의’와 대외노선으로 요즘식 표현으로 ‘포괄적인 대외전략’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한마디로, 장성택 사건을 집중 조명함으로써 김정은 시대 북한의 알파부터 오메가까지를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설명해주는 셈이다.

북한에 대한 단편적인 ‘첩보’들이 마치 사실인 양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있는 우리 언론과 학계의 현실에서 저자의 북한 문헌 분석 작업과 최선의 정보취합 및 가공작업은 학자이자 기자인 저자만의 단연 돋보이는 능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장성택의 측근들이 실제로 ‘1번 동지’라는 말을 했는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이런 말이 나왔는지는 불확실하다”거나 “현재로서는 확인하기 어려운 전언이다” 등 모르는 부분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미덕까지 갖추고 있다.

장성택 사건이 궁금한 이들에게, 아니 김정은 시대 북한의 향방이 궁금한 모든 이들에게 『장성택 사건 숨겨진 이야기』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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