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중국, 유럽연합 등을 방문하면서 남다른 패션 감각을 뽐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들이 ‘패션외교’라고 크게 떠들며 극찬을 했습니다. 박 대통령이 정장과 한복 그리고 그 나라의 전통복 등을 번갈아 입고, 또 이들 옷에다 여러 색깔들을 배합함으로써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것입니다.

이제 그 패션외교의 메시지 결과 하나가 중국 측에서 나왔습니다.

중국이 지난달 23일 동중국해 상공에 중국방공식별구역(CADIZ) 설정을 선포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구역 안에 한국 관할인 이어도가 들어가 있습니다. 우리로선 어안이 벙벙할 따름입니다. 지난 6월 말 중국을 방문한 박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과 ‘오랜 친구’처럼 만난 게 오버랩 됐기 때문입니다.

박 대통령이 올해 시진핑 주석과 세 차례나 만났다고 합니다. 그중 첫 번째 만남인 지난 6월 박 대통령의 방중 슬로건이 ‘심신지려’(心信之旅)였습니다. ‘마음과 믿음을 쌓아가는 여정’이라는 것입니다. ‘신뢰’의 한 표현임 셈이죠. 이에 시 주석도 박 대통령에게 ‘라오펑요우’(老朋友:오랜 친구)라고 화답하면서 ‘신뢰’ 관계를 표시했습니다.

그런데 라오펑요우가 박 대통령의 뒤통수를 친 것입니다. 시 주석이 박 대통령을 라오펑요우라고 부르며 웃음기로 맞이할 때, 이미 중국 내부에서는 대외비로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준비했을 것입니다.

그때 박 대통령이 입었던 옷이 무슨 필요가 있습니까? 그때 박 대통령의 패션이 중국에 무슨 메시지를 주었다는 것입니까? 중국더러 이어도를 포함하는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하라고 메시지를 보냈다는 말밖에는 안됩니다.

결국 패션이 허울임이 밝혀진 것입니다. 패션이 외교의 본질이거나 국익을 보장하는 건 아닙니다. 따라서 패션외교, 외국어외교, 이미지외교도 모두 껍데기일 뿐입니다. 늦었지만 패션에 탐닉했던 박 대통령이나 이를 패션외교라며 떠들었던 언론이나 모두 잘못을 깨달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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