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L858기 가족회와 시민대책위는 29일 프란치스코작은형제회 성당에서 26주기 추모제를 개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KAL858기 진상규명 없이는 앞으로 부정선거는 계속될 것입니다. 이번 기회에 부정선거의 고리를 끊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는 파탄나고 국민들은 도탄에 빠져 망국의 길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13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1987년 11월 29일, 중동 근로자 등 115명의 승객을 싣고 돌아오던 KAL858기가 사라졌지만 집권세력은 ‘무지개공작’을 통해 노태우 당시 여당후보의 당선을 위해 이 사건을 써먹는데 골몰했다.

‘KAL858기 가족회’와 ‘KAL858기 진상규명 시민대책위원회’는 2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작은형제회 1층 성당에서 26주기 추모행사를 갖고 “한반도의 통일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끝까지 이 사건의 진상규명을 밝히는데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참가자들은 이 사건으로 동생을 잃은 한창연 씨가 낭독한 26주기 성명서를 통해 “전두환 정권은 13대 대선을 앞두고 ‘무지개공작’을 기획하고 KAL858기 사건을 조작하고 활용하는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렀다”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자국민의 생명을 희생물로 삼아 정권 재창출의 도구로 삼았다”고 비판했다.

▲ 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성국 신부가 KAL858기 사건의 의혹을 담은 신작 "전두환과 헤로데"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무지개공작(대한 항공기 폭파사건 북괴음모 폭로 공작)은 2006년 8월 1일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가 ‘KAL858기 폭파사건 조사결과 중간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그 실체가 알려졌고 <통일뉴스>가 행정정보공개를 청구해 일부 내용이 확인된 바 있다.

무지개공작은 “11.29 미얀마 상공에서 폭파 실종된 대한 항공 여객기 사건이 북괴의 테러 공작임을 폭로, 북괴 만행을 전 세계에 규탄하여 북괴를 위축시키고 국민들의 대북 경각심과 안보의식을 고취함으로써 가능한 대선사업 환경을 유리하게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성명은 “KAL858기 조작 사건은 13대 대선을 위한 전두환의 잔인무도한 범죄임이 드러났다”며 “KAL858기 가족회는 지난 대선 이후 박근혜에게 사건 재조사와 진상규명에 대한 협조를 촉구하는 서한을 우편으로 보냈지만 수취인 거부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또한 “가족회는 금년 1월 22일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AL858기 사건 감현희 재조사’를 검토해달라는 서한을 인수위에 전달했다”며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다”고 비판했다.

▲ 맏아들을 잃은 강옥순 씨가 “너무나 억울하고 원통해서 못 죽는다”며 하소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성명은 “전두환 범죄집단이 26년 전 KAL858기 사건을 조작하여 대통령 선거를 관건이 개입한 부정 선거로 치렀다면 작년 18대 대선도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이 총동원된 총체적 부정선거였음이 밝혀졌다”며 “KAL858기 가족회와 대책위는 한반도의 통일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끝까지 이 사건의 진상규명을 밝히는데 멈추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성국 신부는 “분명 가족들은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로부터 수모를 당하고 탄압을 당했다”며 “가해자인 김현희에 대해서는 파격적인 특혜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대비시키고 “수사 발표가 모두 거짓이고 김현희는 테러범이 아니기 때문에 자기들이 저지른 음모, 조작, 비밀이 탄로날까봐 두려워서 우리들의 입을 봉하고 진상규명 활동을 탄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성국 신부는 “최근에 박근혜 집단은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활동해온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들을 종북으로 몰아세웠다”며 “우리 가족회와 사제단은 KAL858기 사건이 하도 많은 의혹을 갖기에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싶을 뿐이지 이것이 북한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 2001년부터 가족회를 이끌어온 차옥정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퇴임했지만 후임 회장을 선출하지 못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고령에 건강상의 이유로 ‘KAL858 가족회’ 회장직을 내놓겠다는 의사를 밝힌 차옥정 회장은 “우리는 26년 간 사람대접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우리들이 죽기 전에, 2세들한테 넘어가기 전에 정말 진상규명을 할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힘 모아서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이 사건으로 장남을 잃은 강옥순 씨도 “너무나 억울하고 원통해서 못 죽는다”며 “정부가 뭐 사람 잡는 정부냐.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 나는 정치하는 사람들 보기도 싫다”고 하소연했다.

윤원일 안중근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추모제에서 김선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감사가 추도사를 했으며, ‘센트럴 필 하모닉’이 추모공연을 했고, 변연식 천주교인권위원회 이사, 김명운 추모연대 의장, 이계환 통일뉴스 대표 등이 참석했다.

▲ 추모제 직후 가족회 회원들이 임원 선출을 위한 회의를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추모제를 마친 가족회 회원들은 회장단 후임 인선을 논의했으며, 이 사건으로 아버지를 잃은 손성기(41세) 씨가 부회장에 선출됐으며, 임옥순 씨가 총무를 맡았지만 회장 선출은 유예했다.

손성기 신임 부회장은 “매년 추도식에 참석해 보면 부인들이 많이 참석하는데, 모두 연로하시고, 미성년자였던 2세들도 이제는 성년이 돼 30대가 많다”며 “1세들이 열심히 하셨기 때문에 고인들을 위해서라도 2세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당연히 잘 계승해야 한다”고 말하고 “진상규명을 위해서 우선 추도식에 2세들이 많이 참석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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