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2009년 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함경북도 무산광산연합기업소를 현지지도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기업소 전경을 본 뒤, 탐사를 통해 더 많은 예비광량을 확보하고 최신 과학기술에 기초한 채굴 대책들을 자세히 세울 것을 지시했다. 한 달 후 김정일 위원장은 황해남도 재령광산을 현지지도 했고, 다시 두 달 후 이번에는 함경남도 단천시에 있는 대흥청년영웅광산, 검덕광업연합기업소, 룡양광산 등을 둘러봤다. 그는 광산의 기술혁신과 장비현대화를 강조했다.

<사례2> 2009년 봄 북한 대표단이 영국 등 유럽 여러 국가를 방문했다. 주로 IT분야의 협력과 프로그램 공동개발 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대표단 단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아 북한 IT산업을 총괄하는 노동당의 고위간부였다고 한다. 그해 북한은 이탈리아 IT업체 엘레콤과 공동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이탈리아와 아르헨티나 등에 수출했다.

<사례3> 2009년 10월 초 북한은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방북했을 때 양국 관광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달 하순 김정일 위원장은 새로 건설된 묘향산 유원지를 시찰하고, “묘향산지구에서 새로운 명소를 더 많이 찾아내 인민의 문화휴식터, 세계적인 관광등산지로 훌륭히 꾸리라”는 과업을 제시했다. 다음해 4월 13일부터 4박 5일간의 일정으로 중국 단체관광객과 참관단 395명이 북한의 여러 지역을 관광했다. 이들 관광객들은 베이징(北京), 톈진(天津), 상하이(上海), 랴오닝(遼寧), 지린(吉林), 헤이룽장(黑龍江), 광둥(廣東) 등 10개 성.시에서 모집됐으며, 12~13일 항공편과 열차편으로 평양에 도착했다. 수백 명의 관광객이 전용열차를 이용해 북한을 관광한 것은 이것이 처음이었다.

2009년 자원개발, 관광.IT산업을 新성장동력으로 설정

▲ 2009년 10월 초 북한을 방문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협동농장을 방문해 농사현황에 대해 듣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는 방북 당시 양국 관광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다방면의 북중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자료사진 - 민족21]
2009년 새로운 후계자의 등장과 함께 북한 경제에는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선군(先軍)’에서 ‘선경(先經)’으로 조금씩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2009년 5월 2차 핵실험 이후 더욱 뚜렷해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대외무역 활성화와 해외자본 유치를 강조하는 한편 새로운 외화획득 산업으로 광물.관광.IT산업을 집중 육성할 것을 지시했다. 앞에서 언급한 3가지 사례는 이러한 북한의 정책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대북 경제제재가 강화되면서 무기수출이 막히고, 해외투자가 정체된 상황에서 자체적으로 자본축적을 할 수 있는 산업분야에서 활로를 모색한 것이다. 2010년 중국의 한 대북소식통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9년 자원개발, 관광.IT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산업으로 설정하고, 단계적으로 합작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특히 자원개발분야의 투자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라고 밝혔다.

2011년 초 북한은 ‘국가경제개발 10개년 전략계획’에 관한 내각 결정을 채택하고, “하부구조 건설과 농업, 전력, 석탄, 연유, 금속 등 기초공업, 지역개발을 핵심으로 하는 국가경제개발의 전략적 목표”를 확정했다. 이 계획은 특히 철도, 도로 등 경제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초점이 맞춰졌고, 이를 위해 국가예산에서 완전히 독립된 별도의 자본 확보와 집행구조를 갖는 국가경제개발총국을 설립했다. 북한은 자원개발, 관광.IT산업 등 3대산업에서 벌어들이는 외화를 밑자금으로 하면서 연간 100억달러의 해외자본을 유치한다는 거창한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북한의 공식 해외투자유치기관인 조선합영투자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말까지 외국인기업 306개가 북한에 투자했으며, 투자총액은 14억 3700만불에 그쳤다. 그 결과 김정은시대에 들어와 북한의 경제개발 자금확보에서 자원개발, 관광.IT산업 등 3대산업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김정은시대에 이뤄진 다양한 건설사업의 자금원천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를 시사한다.

자원개발 및 활용을 다양화

▲ 2011년 6월 최영림 내각총리가 시찰한 함경남도 단천시의 검덕광업연합기업소 모습. 북한은 단천지구 광산들과 공장, 기업소의 수익을 전적으로 인민생활자금에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료사진 - 민족21]
풍부한 지하자원은 전통적으로 북한의 주요한 ‘외화획득원’이었다. 2010년에도 북한은 신년 공동사설을 통해 “풍부한 지하자원을 적극 개발 리용하여 인민생활향상과 경제강국건설에 필요한 원료도 해결하고 자금도 확보해나가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다만 2009년부터 북한의 광산개발 및 투자유치의 성격이 변모됐다. 첫째, 북한이 1차 광물의 수출을 제한하고, 자체적인 광산현대화을 통해 광물의 가공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광물수출의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2010년 미지질조사국(USGS)의 데이비드 멘지 박사는 “북한의 광산업이 지난해 북한 국내총생산(GDP)의 11.4%를 차지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매우 광산업의 비중이 높다”며 “북한이 이들 천연자원을 단순히 수출하는 데서 나아가 가공해 수출함으로써 부가가치를 창출해 경제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둘째, 북한은 중국의 동북진흥계획 추진과 북중경협의 확대와 관련해 SOC(사회간접자본)부문에 대한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과거 직접적 수요가 있는 광물자원, 식량, 에너지원 및 생필품 등의 단순 물자교역이 주를 이룬 북중경협 형태에서 벗어나 자원개발을 매개로 기반시설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0년 7월 설립된 조선합영투자위원회는 공개적으로 광산 개발과 이에 따른 가공품 판매를 담보로 도로, 철도, 항만 등의 개선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새로운 사업방식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북한은 일부 지역의 광물자원을 ‘특정 분야’에 사용하도록 지정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비철금속 생산지역인 함경남도 단천지구의 비철금속을 수출해 벌어들인 자금을 전적으로 경공업 발전에 사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 3월 18일 개최된 전국경공업대회에서 “장군님(김정일)께서 중공업의 위력도 인민의 생활에서 나타나게 해야 한다며 단천지구 광산들과 공장, 기업소를 뚝 떼어 전적으로 인민생활자금을 보장하는데 복무하도록 해주셨다”라며 처음으로 밝혔다.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인 관광산업

▲ 북한은 동해안 관광 거점으로 원산 관광특구를 개발 중이다. 사진은 금강산 관광에 투입된 만경봉호가 원산항에 정박해 있는 모습이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관광산업은 최근 가장 큰 성장을 한 분야다. 북한은 북중 관광협력을 확대하면서 굴뚝 없는 산업인 관광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장기적으로 관광사업을 획기적인 외화수입 산업으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2010년 중국도 북한에 대한 단체관광을 전면 허용하는 한편 북한과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육로관광 활성화와 새로운 국내외 관광지 개발 등을 통해 동북지역 관광산업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중국인의 북한 관광 노선은 단둥에서 신의주를 거쳐 평양에 들어가는 노선과 옌볜에서 산허(三合)-청진, 칠보산을 가는 코스, 백두산-삼지연-평양을 잇는 코스 등에 불과했지만 최근 북한은 함흥, 평성, 개성, 원산, 금강산 등을 추가로 관광지로 개방하고, 원산에 국제공항을 건설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평양을 비롯해 백두산, 칠보산, 원산, 개성, 금강산 등 6곳을 관광특구로 지정할 계획이다. 중국 당국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23만 7000여 명의 중국인이 북한을 방문했다. 통상 북한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3만명 정도로 알려져 있던 것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북한은 연간 100만 명의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외 파견 근로자 증가

▲ 평양 조선콤퓨터센터에서 연구자들이 프로그램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조선콤퓨터센터는 인력양성과 프로그램 개발 등 북한 IT분야의 중심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자료사진 - 민족21]
북한은 2000년대에 들어와 IT산업 육성을 강조하면서 대대적으로 전 산업 분야에 걸쳐 IT 기술을 응용한 기술개건 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높은 수준의 기술과 인력을 보유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하드웨어에 비해 소프트웨어 분야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 북한은 해외 합작사업 유치 및 IT분야 인력 파견에 적극적 태도를 보이는 한편 그동안 부족한 점으로 지적돼온 시장성과 창의성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북한은 2003년부터 중국과의 합작으로 펜티엄Ⅳ급의 조립 생산에 들어갔으나 컴퓨터 보유 대수와 생산 능력은 아직까지 부족한 형편이다. 그러나 인공 지능과 퍼지(Fuzzy), 음성, 지문 인식 등을 활용한 소프트웨어는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한은 주로 산업 현장에서 실용화 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2006년 1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중국 IT 및 통신장비 관련업체를 9곳이나 방문해 이 분야의 북중교류에 깊은 관심을 나타낸 바 있다.

최근 북은 장거리 미사일, 인공위성 개발을 수행한 IT분야 기술력을 바탕으로 실용성과 상품성을 갖춘 프로그램 개발에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의 한 대북무역업자는 “중국 베이징, 선양(審陽) 등에는 북한의 우수한 IT인력이 나와 해외투자를 유치해 공동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물론 북한의 IT산업이 새로운 ‘달러박스’로 소기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제 수출관리체제로 1996년 체결된 전략물자 수출통제협정인 바세나르협정(Wassenaar Arrangement)에 의해 대외 수입의 제한을 받고 있는 대외환경이 개선돼야 한다. 또 국제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제품개발을 가능케 할 수 있는 내부 제도개선, 해외시장 개척 등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대북 경제제재가 강화되는 속에서 북한은 단기적으로 해외 인력파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북중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애니메이션 등 정보기술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이 긴밀해지고 있다. 중국에는 북한의 IT 인력 약 5천여 명이 파견이 되어 있으며, 이들이 연간 벌어들이는 외화만 하더라도 약 1억 달러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의 고급 IT 인력의 중국 파견도 활발해지면서 3만 달러 이상의 고액연봉을 받는 전문가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2010년 최영림 총리의 방중을 계기로 IT분야의 인력 외에도 건설, 의류가공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해외파견 노동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2009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자력갱생’을 함께 대외무역 확대, 해외자본 유치를 강조하며 자원개발, 관광.IT산업을 새로운 외화획득산업으로 개발하도록 한 것은 김정은시대에 또 하나의 ‘유훈’으로 계승되고 있다. 북한은 최근 경제개발총국을 국가경제개발위원회로 승격시켜 해외자본 유치와 경제특구 확대, 경제기반시설 건설을 담당하도록 해 해외자본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대북 경제제재가 지속되는 조건에서 대규모 해외자본 유치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3대산업을 강조한 것은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사전포석이었을 것이다. 김정은시대에 북한이 평양 만수대거리와 창전거리에 주택단지를 새로 조성하고, 새롭게 공원, 식당, 슈퍼마켓 등 각종 편의봉사시설을 건설할 수 있는 자금도 여기서 나왔을 것이다. 또한 이렇게 건설된 놀이공원, 식당, 슈퍼마켓의 운영수익은 휴대폰 단말기 판매수익과 함께 다시 경제개발자금으로 재투자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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