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목 꿩과에 속하는 중형 조류. 한자어로는 보통 계(雞, 또는 鷄)로 쓰였고 촉야(燭夜), 벽치, 추후자(秋候子), 대관랑(戴冠郞)이라고도 하였다. 서기전 6,7세기경부터 우리나라에 사육되기 시작하였다고 하며, 현재의 닭은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 야생하고 있는 들닭이 사육, 개량된 것이다. 닭은 이미 신라의 시조설화와 관련되어 등장한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의 김알지(金閼智)의 탄생설화에 의하면, “신라왕이 어느 날 밤에 금성(金城) 서쪽 시림(始林) 숲속에서 닭의 울음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호공(瓠公)을 보내어 알아보니 금빛의 궤가 나뭇가지에 걸려 있었고 흰 닭이 그 아래에서 울고 있었다. 그래서 그 궤를 가져와 열어보니 안에 사내아이가 들어 있었는데, 이 아이가 경주 김씨의 시조가 되었다”고 하였다. 그 뒤 그 숲의 이름을 계림(鷄林)이라고 하였으며, 신라의 국호로 쓰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설화에서 닭이 이미 사람과 친밀한 관계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국어국문학자료사전, 1998, 한국사전연구사)
닭은 우리민족에게 친숙한 동물이다.
집집마다 닭을 키웠으며 닭 울음소리를 듣고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닭의 고기와 알은 귀한 사람에게 대접하는 음식이었다.
닭은 새벽에 우는 습성이 있고 머리에 붉은 볏을 가지고 있으며,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집단을 이루어 생활하는 생태적 특성이 있다.
사람들은 닭의 이런 생태적 특성을 이용해 여러 가지 상징을 투영했다.
첫째, 닭이 새벽에 우는 특성은 귀신을 쫓는 존재, 벽사(辟邪)의 능력을 가진 동물로 보았다.
닭의 뇌 속에는 콩알 크기의 ‘송과체’가 있는데 일종의 ‘생명자명종’의 역할을 한다. 그러니까 닭이 새벽에 우는 것은 빛에 예민한 생리작용 때문이다.
닭이 실제로 귀신을 물리치는 능력을 가지지는 않았겠지만 밤과 낮의 경계, 즉 낮의 시작을 알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붙여진 상징이다.
귀신은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존재인데 주로 밤에 활동하고 낮에는 사라진다.
이것은 사람들이 귀신이라는 무형의 존재에게 투영한 상징의 결과이다.
인간은 낮에 활동하고 밤에는 쉬거나 잠을 잔다. 인간은 시각을 통한 감각능력이 극대화 되어 있다. 동물을 사냥하거나 농사일 따위는 대부분 시야가 확보된 낮에 이루어진다. 시각이 무력화 되는 밤에는 다른 동물에 비해 생존능력이 현격하게 떨어진다. 그래서 밤에는 맹수들의 공격에 대비하여 동굴이나 나무 위, 울타리를 친 은신처에서 생활했다.
깊은 밤에는 은신처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괴기스런 소리를 내는 맹수들 때문에 밤새도록 두려움에 떨었을 것이고 빨리 아침이 오기를 고대했을 것이다.
깊은 밤에 맹수들의 공격을 받아 죽거나 다친 경험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집단의 무의식 속에 자리잡는다.
집단을 형성하고 튼튼한 울타리와 안전한 집에서 생활하게 된 후에도 여전히 밤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밤의 두려움을 상징하는 현실의 맹수를 무형의 귀신으로 바꾸어 놓았다.
무형의 귀신은 생명을 위협하고 다치게 하는 보이지 않는 존재의 상징이다.
과학이 발전하지 않았던 시대의 사람들은 질병이나 자연재해 따위를 사악한 귀신이 일으킨다고 믿었다. 원인이 밝혀진 암이나 에이즈 따위로 죽는 사람이 훨씬 많지만 사람들은 원인을 모르는 괴질(怪疾)을 더욱 두려워한다. 이처럼 알 수 없는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귀신이라는 실체를 부여한 것이다.
새벽닭의 울음소리는 두려운 밤이 끝났다는 것을 상징한다.
이것은 곧 밤에 활동하는 모든 사악한 귀신이 물러가고 사람의 시간이 시작되는 것을 알려준다.
날지도 못하는 닭에게 귀신을 몰아내는 큰 임무를 맡기고 사람들은 평안을 얻게 되었다.

귀신을 쫓거나 액막이를 할 때 사용하는 ‘부적’이 있다.
부적은 귀신을 쫓는 데 영험한 동물이나 문자를 결합하여 추상적인 형상으로 만드는 데 문자그림의 일종으로 보면 된다. 부적은 대개 주사(朱砂)라는 붉은 물감을 사용하여 그린다. 붉은 물감은 곧 피와 같은 색이다.
‘피’는 생명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피가 빠져나가면 사람이나 동물은 죽는다. 피가 난다는 것은 죽거나 다쳤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피를 보면 본능적으로 흥분하고 두려움을 느낀다.
옛날에는 동물을 죽여 피를 뿌리면서 제사를 지냈다. 이것은 인간이 신에게 생명을 바칠 수 있다는 맹세를 하는 행위이다. 이런 행위가 다양하게 변주되어 피를 내어 충성을 맹세하고 붉은 칠을 한 조형물을 세워 이방인들의 침입을 경계하기도 한다. 아이가 태어난 곳에 피를 상징하는 붉은색 고추를 매다는 것도 같은 의미이다.
피는 죽음의 상징이자 곧 강력한 의지의 상징이다.
죽음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의지는 곧 사악한 기운, 귀신을 막는 주술적 상징으로 발전한다.
부적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강력한 주술적 힘이 필요할 때는 주사(朱砂)물감 대신에 닭의 피를 사용하기도 한다.
닭 피를 사용해 부적을 쓰는 것은 닭이 가진 벽사의 상징과 피가 가진 주술적 상징의 결합을 통해 더욱 영험한 위력을 낼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중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은 붉은색과 금색이다.
붉은색은 피와 같은 색으로 주로 액막이의 상징이다. 금색은 재물을 뜻한다.
부귀영화를 누리면서 무병장수하기 위해서는 금과 같은 재물도 필요하지만 화재,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 도둑이나 강도를 만나고 사기를 당하며 병(病)에 걸리는 것처럼 예측이 어렵고 불가항력적인 사건들이 일어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사람이 잘 사는데 필요한 창의 역할을 금색이 하고 방패의 역할은 붉은색이 하는 것이다.
닭의 횃소리는 새벽을 알려 사악한 귀신을 쫓고 붉은색 볏은 잡귀가 얼씬하지 못하도록 한다.
그래서 닭은 호랑이, 개, 해태와 함께 대표적인 벽사동물이 되었다.
새해에는 닭, 호랑이, 개, 해태의 모습을 그린 그림을 곳곳에 붙여 귀신을 막고 집안이 평안하기를 기원했다.
둘째, 닭의 볏에 따른 생태적 상징이 있다.
닭의 볏은 암컷보다는 수컷의 볏이 크고 색깔도 선명하다. 조류는 대개 색깔에 민감하다. 잘 익은 열매인지를 구분하고 인지하는 색이 바로 붉은색이다.
닭은 집단생활을 하는데 하나의 우두머리를 정하기 위해 수탉들은 피를 튀기면서 싸운다. 크고 선명한 붉은색의 볏을 가진 수탉은 강한 힘을 가졌다는 상징으로 암탉에게 인기를 얻는다.
이런 닭 볏을 선비들은 계관(鷄冠)이라고 불렀다. 그러니까 닭이 모자를 쓰고 있는 형상을 한자로 표현한 것이다.
선비들은 지식인이다. 지식인들은 일반 백성들보다 수준 높은 상징을 사용하고자 했다.
선비들이 주목한 것은 생태적 상징을 바탕으로 하되 문자를 이용해 상징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었다. 고상한 문자 속에 세속적인 욕망의 상징을 숨겨 절제를 하고 체면을 얻는 것이다.
물론 선비라는 계층의 이해와 요구를 정확히 담아내어야 한다.
선비들은 ‘생명력이 풍부한 이상세계’, ‘태평성대’를 실천하고 구현하는 사람들이다.
이것을 ‘정치’라고 개념으로 정의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관직을 얻어 세상에 나아가 정치를 하는 것을 ‘출세(出世)’라고 불렀다.
선비들의 출세욕망을 담은 그림을 ‘출세그림’이라고 한다.

닭 볏을 계관(鷄冠)이라고 쓰고, 다시 계관(鷄冠)의 모자 관(冠)을 관직(官職)의 관(官), 즉 벼슬로 바꾸어 해석한다. 이렇게 닭 볏 때문에 닭은 관직을 상징하는 동물로 바뀐다.
닭 그림에 맨드라미를 함께 그려 넣는 경우도 있다. 맨드라미는 닭 볏과 비슷하게 생긴 생태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맨드라미를 한자로 계관화(鷄冠花)라고 불렀다.
계관화(鷄冠花)의 관도 닭 볏과 마찬가지로 관(官)으로 바꾸어 해석한다. 그러니까 닭과 맨드라미가 함께 그려지면 관 위에 관이 얻어진 모습으로 높은 관직을 상징하게 된다.
똑같은 닭 그림이라고 하더라도 백성들과 선비들은 전혀 다른 해석을 한다.
귀신을 쫓는 액막이 그림이 선비들에게는 ‘출세그림’으로 바뀌는 것이다. 닭의 생태적 특징으로 출발하지만 수용자의 필요와 만나면서 뜻이 바뀌는 것이다.
백성들에게는 ‘출세그림’은 별 필요가 없다. 현실적으로 과거시험에 급제를 해 관리가 되는 확률은 극히 희박하기 때문이다. 또한 선비나 양반들에게도 벽사, 액막이 그림은 필요했고 실제 사용했지만 ‘출세’라는 현실적 요구가 훨씬 더 강했다.
셋째, 닭의 집단생활이 주는 상징이 있다.
닭은 무리를 이루어 생활하고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엄격한 위계질서를 가진다.
하지만 이런 닭의 생태적 특성은 조선 말기에 이르러서야 상징성을 얻는다.
닭 그림은 백성들의 벽사, 선비들의 ‘출세’의 내용을 담은 상징으로 굳어진다. 숱한 화가들이 닭 그림을 그렸지만 궁중회화까지 발전하지 못한다.
닭을 주인공으로 하는 그림 중에 가장 발전한 것은 온 몸을 금색으로 칠한 황금닭 그림이 있다. 궁중화원이었던 김홍도가 일본 사신 행렬에 참가하여 황금닭이 그려진 일본화를 베껴 그렸다는 기록이 있다.
김홍도에 의해 금계가 그려지고 궁궐을 장식하지만 황금닭은 정형화 되지 못한다.
출세의 욕망을 숨긴 닭 그림에 금색을 칠하는 것은 곧바로 허영이 되어버린다. 궁궐에서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금색을 사용하지 않았다. 화려함과 허영, 사치는 조선시대의 가치와 전혀 관계가 없고 경계의 대상이었다. 특히 ‘엄격한 예법과 자발적 청빈’을 추구하고 이것을 지키지 못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염치’를 가진 선비들이 ‘출세그림’의 상징인 닭에 금색을 칠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닭에 금칠을 하려면 생태적 상징, 제한적 욕망을 넘어 보편적 상징이 되어야 한다. 새의 상징은 날짐승의 대표하고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역할인데 궁중회화에는 이미 봉황이나 주작이 그 역할을 하고 있었다. 여기에 닭이 끼어들 여지는 없었다.
아무튼 닭은 궁중회화의 소재로 발탁되지 못하고 다시 대중화의 길을 걷는다.
조선 말기에는 삼정(三政)이 문란해지고 관리가 부패하고 외세의 침입으로 암울한 시대상황이 만들어진다. 공동체가 무너지면서 가문과 가족에 대한 집착이 강해졌다.
이런 시기에 집단을 이루어 생활하는 닭의 생태적 특징은 화목한 가족의 상징으로 발전한다. 그렇다고 기존의 벽사와 출세에 대한 상징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상징 위에 화목한 가정이라는 상징이 추가되는 것이다.
닭 한 마리를 그리던 벽사그림에서 닭과 맨드라미를 함께 그리는 ‘출세그림’으로 발전하고 다시 수탉과 암탉, 병아리를 함께 그려 화목한 가정을 뜻하게 된다. 여기에 부귀의 상징인 모란이나 원추리를 추가하기도 한다.
고급문화가 대중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은 바로 ‘비빔밥 현상’ 혹은 ‘융합’이다. 하나의 그림에 여러 상징을 결합하여 많은 사람들의 이해와 요구를 담는 것이다.
수탉과 암탉, 병아리, 바위, 맨드라미, 모란, 원추리 따위의 요소가 결합된 그림은 ‘출세를 하여 부귀를 얻고 화목한 가정을 이루며 사악한 귀신을 쫓아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내용이 된다.

모두 수탉, 암탉, 병아리의 가족을 그렸다. 주변에 바위와 대나무, 모란 따위는 가족의 화목이라는 주제를 풍성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자료사진 - 심규섭]
우리그림이 가지고 있는 상징의 특징은 폭이 넓다는 것이다.
사실 부귀, 장수, 다산, 출세, 가정의 화목 따위는 인류의 보편적인 욕망이다. 여기에 정치적 해석이나 사상적 잣대를 들이댈 필요는 없다.
인간이 가지는 보편적 욕망은 시대나 문화에 따라 달라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귀는 ‘돈을 많이 벌고 무제한으로 소비’하는 것이겠지만 이와 반대되는 제도를 가진 사회에서는 ‘공동체를 위하여 생산력을 높이고 소비를 절제’하는 일이 잘사는 일이 되고 종교적 신념을 가진 사람은 ‘가난한 사람은 복이 있나니’란 성경구절처럼 ‘물질적 욕망을 절제하여 정신적 부귀를 누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출세’가 돈과 권력을 움켜쥔다는 의미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행위로 해석되기도 한다.
사물에 붙어있는 상징은 그 시대의 상황을 드러내는 징표이다.
이런 상징을 사용하는 미술작품도 그 시대를 반영한다.
우리그림이 ‘부귀와 장수’라는 상대적이고 제한적인 욕망의 상징을 넘어 ‘생명과 평화와 공존’이라는 보편적 상징으로 발전하는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


4문단 4줄; 무력화되는-> 무력화 되는
9줄 자리 잡는다.-> 자리잡는다.
5문단 2줄; 쫓는데 -> 쫓는 데
만드는데 문자그림 -> 만드는 문자그림
8문단 8줄; 일반백성들 보다 -> 일반 백성들보다('보다'가 조사로 쓰이면 붙여써야 합니다)
11문단 8줄; 정형화되지 -> 정형화 되지
12줄 상상도 못할 -> 상상도 못 할('못'이 부사로 쓰여서 띄어써야 합니다. '-지 못하다'에서는 보조용언으로 쓰여 붙여씁니다.)
사진 3 설명; 병아리의 가족의 -> 병아리의 가족을
13문단 8줄; 움켜진다는 -> 움켜쥔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