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로 접어들었습니다. 매선 바람이 나뭇가지를 때립니다. 낙엽이 포도(鋪道) 위로 아무렇게나 나뒹굽니다. 나뭇가지를 치는 바람만큼 지금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들이 자주 벌어지고 있습니다. 공권력이 저지른 일입니다. 떨어지는 건 낙엽정도가 아닙니다. 정당 활동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그리고 언론의 자유 등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시작된 민주주의 유린 행위가 박근혜 정부 들어 총체적이고 전방면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 유신시대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이미 박근혜 정부는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으로 그 정통성을 심하게 훼손 받고 있던 참입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기본입니다.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했다면 이는 천인공노할 일입니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합니다.

사상의 자유, 정당 활동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입니다. 지난 5일 정부가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안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습니다. 정부는 청구 배경으로 통합진보당의 목적과 활동이 우리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당 해산은 법이 아닌 오로지 국민 심판으로만 가능하다고 봅니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심판은 다음 선거에서 국민들이 투표를 통해 판단하면 될 것입니다.

집회·결사의 자유 역시 민주주의의 근간입니다. 전교조가 잠깐 법외노조로 몰렸습니다. 다행히도 13일 법원에 의해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이 중단됐지만, 정부는 지난 달 24일 전교조가 해직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관련 규약을 시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외노조로 통보한 바 있습니다. 노조의 생명은 자주성입니다. 전교조가 자주성을 지향하니 정부가 눈엣가시 같은 존재라고 없애겠다는 발상에 다름 아닙니다.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역시 민주주의의 근간입니다. 인터넷언론의 등록·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가 등록취소심의위원회에서 <자주민보>에 대한 등록취소 심판 청구건이 통과됐다고 지난 7일 밝혔습니다. <자주민보> 폐간 여부가 행정소송에 맡겨진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과 보수단체 등이 <자주민보> 폐간 민원과 집회를 통해 서울시를 압박했기에 뒷맛이 영 개운치 않습니다.

대선이 끝나고 다시 겨울로 접어들고 있지만 정국은 여전히 ‘국정원 수렁’에 빠져있습니다. 선거에 명백한 의혹이 있는데 이조차 제대로 수사가 안 된다면 이는 민주주의 사망 선고나 마찬가지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바람이 매서워집니다. 코트 깃을 올리고 어깨를 움츠려도 찬바람이 폐부를 찌릅니다. 공권력이 살을 에이는 칼바람이 되어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무너지면 모든 게 무너집니다. 남북관계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2013년 초겨울의 살풍경이 여간 을씨년스럽지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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