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하루 사이에 북한에 대해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발언을 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4일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해 “북한이 하고 있는 행동이 굉장히 실망스럽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니까”하고는 계속해서 “신뢰할 수 없다. 말을 한 것이 어떻게 될지 예측을 할 수 없으니까, 신뢰할 수 없으니까”라고 연거푸 북한에 대해 ‘신뢰’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이틀 전인 2일에는 프랑스 <르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의 정상회담과 관련, 단서로 ‘북한의 진정성’을 달기는 했지만 “남북관계의 발전이나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말했습니다.

이틀 사이에 북한과 김 제1위원장에 대한 입장이 180도 달라진 것입니다. 엄밀하게는 하루 사이에 뒤바뀐 것입니다.

영국 BBC와 인터뷰는 서유럽으로 떠나기 나흘 전인 지난달 29일에, 프랑스 르피가로와의 인터뷰는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각각 이뤄진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하루 사이에 박 대통령의 김 제1위원장과 북한에 대한 평가가 달라져 있는 것입니다.

이 두 발언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장벽이 있습니다.

정상회담이란 신뢰에 바탕해 성사되는 것입니다. BBC와 인터뷰에서 김 제1위원장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고 말해 놓고는 다음날에는 르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하루 전에 신뢰할 수 없다고 해놓고서는 다음날 신뢰가 있다는 식이니 도무지 그 어법과 의도를 알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하루 사이에 엇갈리는 말을 하니 오히려 박 대통령이 북한과 주변으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조자룡 헌 칼 쓰듯 ‘신뢰’를 남발하니 그 가치도 하락하고 또 그 의미도 바뀔 정도입니다. 남한테 신뢰를 요구하거나 탓하기 이전에 내가 먼저 일관성을 보여 신뢰를 주어야 합니다.

북한도 박 대통령의 의중을 알 수가 없을 것입니다. 북한 측에 일관되게 조율된 메시지를 주는 게 필요합니다. 하루 사이에 냉탕과 온탕을 오간다면 어느 누가 장단에 맞춰 춤을 추겠습니까?

지난 2일부터 박 대통령은 6박8일간의 일정으로 서유럽을 순방 중입니다. 순방 전에 미리 인터뷰를 한 것이긴 하지만 첫 방문지인 프랑스와 두 번째 방문지인 영국에서의 발언이 다르게 나왔습니다. 세 번째인 벨기에와 네 번째인 유럽연합에서는 또 어떤 대북 발언이 나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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