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길재 통일부 장관과 금강산기업인협의회 관계자들이 23일 오후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만났다. 류길재 장관과 최요식 금기협 회장이 악수하는 장면. [사진제공-통일부]

금강산 관광 중단 5년 4개월 만에 금강산기업인협의회(금기협) 관계자들이 류길재 통일부 장관을 23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금기협 관계자들은 남북경협자금 등 대출 현실화를 요구했으나, 류길재 장관은 "다른 기업과 형평성을 따져야 한다"며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이날 오후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최요식 금기협 회장, 신양수 부회장, 김희주, 부회장, 이종흥 부회장, 손창용 이사 등 관계자 5명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면담이 열렸다.

면담 직후, 금기협 관계자들은 기자회견을 자청, △금강산 투자기업의 현실,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투자 및 매출손실액에 대한 실질적 보상, △금기협-통일부-현대아산 상시협의체 구성 등을 요구한 면담 내용을 밝혔다.

김희주 금기협 부회장은 "금기협 투자자들의 어려운 현실과 처참한 삶을 뭉클한 마음을 가지고 눈물을 글썽이면서 장관께 건의드렸다"며 "가장 불합리하게 생각하는 금강산 투자 기업들의 투자자금 산정, 경협자금을 신용대출로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신용수 부회장도 "투자액에 비해 5.8% 밖에 대출이 안 됐다. 시각적으로 지원을 1차와 2차 해줬다는데, 실질적으로 미미하게 이뤄졌다"며 "개성공단에 비하면 우리는 세월이 6년에 접어들고 있다. 현실적인 추가 지원대출이 되어야 저희가 버티고 대체사업을 하든 뭘 하든 해야하지 않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류길재 장관은 "장관 취임하자마자 다각도로 연구하고 있다. 금기협의 어려운 점을 최대한 빨리, 신속하게, 많이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도 별도의 자료를 통해 "추가적 지원방안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기협 관계자들이 장관과 면담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하지만 실제 알려진 류 장관의 발언은 맥락이 달랐다는 것이 면담 참석자들의 반응이다.

한 참석자는 "이번 만남이 흡족하지 않다. 다만 만났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류 장관은 말을 조심히 하더라.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류 장관은 추가대출에 대해 "기획재정부 등 유관부처와 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다른 기업과 형평성도 따져야 한다"며 금기협의 추가대출 요구에 다소 부정적 반응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이에 한 참석자는 "우리가 다른 기업과 무엇이 다르냐. 형평성에 무엇이 어긋나느냐"며 "개성공단과 우리가 다른 차이가 뭐냐"고 따졌다.

다른 참석자도 "현실적으로 대출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장관은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면서 "하지만 형평성을 언급했다. 기재부와 협의도 필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얼마나 적극성을 갖고 움직일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일단은 긍정적인 만남이라고 본다"면서도 "장관이 진실성을 갖고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였는지 모르겠다. 일단 두고 보겠다"고 말했다.

금기협 측의 핵심 요구 사항인 추가 대출 부분에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형평성'을 언급해 다소 어색한 만남이었지만, 금기협 관계자들은 일단 첫 만남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최요식 금기협 회장은 "감개무량했다. 앞으로 자주 만나기로 했고, 오늘 우리의 억울함을 주무 장관님한테 토로했다는 것에 만족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종흥 부회장도 "오늘 만난 자리는 우리의 실제 어려운 부분을 주무장관이 직접 경청했다는 데 큰 의미를 둔다. 가능한 시간이 되고 여건이 되는 대로 만나는 쪽으로 이야기가 됐다"고 첫 면담을 평가했다.

한편, 금기협 측이 '통일부-현대아산-금기협 상시협의체' 구성을 요청한데 대해, 통일부측 배석자는 "검토해보겠다"는 답을 했으며, 금강산 관광 재개 요구에 류길재 장관은 "원론적인 재개는 원한다. 다만 전반적인 남북관계와 연관되어 있으니 상황을 주시하고 지켜보자"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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