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28일 김정은 제1위원장이 당, 정, 군의 주요 간부들과 함께 청년절을 맞아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횃불컵’1급 남자축구 결승전을 관람하고 있다. [자료사진 - 민족21]
지난 8월 28일 청년절을 맞아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는 ‘횃불컵’1급 남자축구 결승전이 열렸다. 이날 김정은 제1위원장은 박봉주 내각 총리,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리영길 군 총참모장,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김경희.김기남.최태복.김양건.김평해.문경덕 당비서, 강석주.로두철 부총리, 조연준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 당.정.군의 고위간부들과 함께 이 경기를 관람했다.

다음날 북의 언론매체들은 김 제1위원장이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사진을 여러 장 공개했는데, 그중 한 장의 사진이 눈에 띈다. 골이 들어가자 관중들이 환호하는 모습이다. 김 제1위원장이 활짝 웃고 있고, 박봉주 총리가 오른쪽 바로 옆자리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장정남 인민무력부장은 아예 일어나 손을 높이 들어 박수를 치고 있고, 그 옆에 있는 한 군 간부는 일어나 만세를 부르고 있다. ‘격의’없는 모습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다.

당과 군의 2세대 주요 인사들의 퇴진

또한 김정일시대와 비교해 보면 김정은 제1위원장 공식취임 후 북한 군부의 핵심인물이 50-60대로 세대교체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김정일시대 마지막 시기 북한 군부를 대표했던 김영춘.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리명수,현철해.박재경 대장 등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김정은 제1위원장 등장 후 과도기적으로 군을 이끌었던 리영호 차수, 김정각 대장, 김격식 대장 등도 은퇴하거나 일선에서 물러나 명예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자리에는 상대적으로 젊은 군단장 출신의 새 얼굴들이 총참모장, 인민무력부장에 기용됐다. 리영길 총참모장, 장정남 인민무력부장은 지난 8월 25일 열린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결정에 따라 상장에서 대장으로 승진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노동당 출신인 60대 초반의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김 제1위원장의 다음 가는 군 서열인 총정치국장을 맡은 것을 비롯해 군 수뇌부는 모두 김정은시대의 인물로 교체됐다. 올해 들어 전방부대의 군단장이 전원 교체된 것을 비롯해 일선 군단장들의 상당수도 40대에서 60대 초반의 중장, 상장들로 교체된 것으로 전해진다. 군에 대한 당의 영도와 지도가 강화되면서 위상이 높아진 인민군 총정치국의 부국장, 부장들도 손철주.한동근 상장 등 50대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김정은시대에 들어와 ‘3세대’ 군부인사들이 약진하고 있는 셈이다.

노동당도 예외가 아니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노.장.청 배합’ 원칙에 따라 인사를 해왔다. 김정은시대에도 이 원칙은 유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당 정치국과 비서국에는 60-70대 원로들이 포진해 있다. 그러나 김양건 비서를 제외하고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지방 현지지도에는 주로 젊은 층의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들이 수행하고 있다(김정은 제1위원장의 상반기 현지지도표 참조).

북한에서 현지지도는 ‘수령’과 ‘인민대중’이 직접 만나는 지점이고, 정치리더십의 중요한 표현양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현지지도는 노동자.농민들의 생산현장, 지식인들의 연구현장, 군인들의 각종 부대 등을 최고지도자가 직접 방문해 현장을 샅샅이 둘러보고 당면과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직접 제시하고 지시를 내리는 방식이다. 물론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에서도 국가지도자가 산업현장 시찰이나 주요 행사에 참가하는 일이 자주 있지만, 북한의 현지지도는 유별난 데가 있다.

김일성.김정일시대에 현지지도가 일상화되어 최고지도자는 북한 전역의 생산현장, 연구현장, 군부대 등을 자주 방문해 평양에 머무는 날이 오히려 적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점에서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현지지도는 노동당의 정책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현지지도에 누가, 얼마나 자주 수행했느냐가 그 간부의 위상을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게 해준다.

올해의 경우 노동당에서는 황병서 부부장(조직지도부), 최 휘 제1부부장, 박태성 부부장, 마원춘 부부장 등 4인이 김정은 제1위원장의 현지지도에 자주 동행하고 있다. 황병서 부부장은 조직지도부에서 군 담당이어서 군대와 관련된 경제단위 현지지도에 10차례 이상 동행했다.

<표> 김정은 제1위원장의 경제부문 현지지도 (2013년 1~6월)

보도일

현지지도 등

지 역

부 문

동행자

참고

3.11

룡정양어장 (룡연군)

황해남도

식료

최룡해 김격식
김영철 박정천
림광일 안지용

 

3.18

전국경공업대회 연설

평양

경공업

 

3.24

식당유람선 대동강호

평양

상업

 

 

4.27

해당화관

평양

상업

리설주

 

4.30

양각도축구경기장

평양

건설

리설주
최룡해 장성택
현영철 리영길

5.5

국가과학원 생물공학분원
잔디연구소

평양

국토관리

최룡해 최태복
박태성 황병서

 

5.6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건설장

평양

건설

최룡해 황병서
마원춘

문수물놀이장 건설장

평양

건설

미림승마구락부

평양

건설

5.14

강태호 동무가 사업하는 기계공장

* 미공개

기계

최룡해

 

5.16

인민군 2월20일공장

* 미공개

식료

최룡해 전창복

 

5.18

룡문술공장

평안북도

식료

최룡해 전창복
박정천 서홍찬

 

5.21

인민군 제621호 육종장

* 미공개

농업

 

 

5.26

인민군 제639군부대 관하
동해후방기지

강원도

식료

손철주 전창복
박정천 서홍찬

 

인민군 제534군부대 관하
종합식료가공공장

강원도

식료

 

마식령스키장

강원도

건설

손철주 전창복
박정천 서홍찬

 

5.28

인민군 제313군부대 관하
8월25일수산사업소

* 미공개

어업

최룡해 김격식
장정남 리영길
손철주 렴철성
전창복 윤동현
조경철 안지용
김수길 황병서

 

5.31

인민군 제1521호기업소

성천강그물공장

함경남도

어업

최룡해 장정남
손철주 최 휘
박태성 마원춘

 

마전해수욕장

함경남도

건설

6.2

인민군 제549군부대 돼지공장

* 미공개

식료

박정천 안지용
최 휘 박태성

 

6.3

고산과수농장

강원도

농업

김격식 최 휘
박태성 박정천
안지용

 

6.4

전체 군대와 인민에 호소문
- 마식령속도 창조

평양

건설

 

6.5

보성버섯공장

* 미공개

식료

김경옥 최 휘
박태성 황병서

 

6.7

평양기초식품공장

평양

식료

최룡해 문경덕
백계룡 최 휘
박태성 전창복

 

6.13

창성군의 여러 부문 사업

평안북도

지방

최룡해 최 휘
박태성 리만건

 

6.14

대관유리공장

평안북도

광학

최룡해 최 휘
박태성 홍영칠
리만건

 

6.17

허철용 동무가 사업하는 기계공장

* 미공개

기계

최룡해 최 휘
박태성 홍영칠
손철주 윤동현

 

6.19

1월18일 기계종합공장

평안남도

기계

최룡해 홍영칠
윤동현 한성호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

평안남도

화학

최룡해 박태성
김영남

 

안주시 송학협동농장 남새온실

평안남도

농업

 

6.22

강계뜨락또르종합공장

자강도

기계

최룡해 박태성
강관일 황병서
홍영칠 윤동현
박정천 김택구
류영섭 김춘섭

 

6.23

강계정밀기계종합공장

자강도

기계

 

 

장자강공작기계공장

자강도

기계

6.24

노동자들과 모란봉악단 공연

관람 후 역사적인 연설

자강도

 

6.28

룡성기계연합기업소 2월11일공장

함경남도

기계

 

 

6.29

신흥기계공장

함경남도

기계

 

 

※ 현지지도 36회 가운데 ▲표시(3회) △표시(5회) 부분은 직접적인 경제부문 현지지도는 아니지만, 넓게 보면 경제부문과 관련된 활동이어서 표에 포함시킴(<민족21>9월호).

최근 김정은 제1위원장의 경제부문 현지지도에 자주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은 최 휘, 박태성, 마원춘 3인이다. 최 휘 제1부부장은 최재하 전 건설상의 아들로,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한 뒤 청년동맹 비서, 당조직지도부 당생활지도담당 부부장으로 활동했으며, 2000년 평양학생소년예술단을 이끌고 서울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 지난 5월 9일 김정은 제1위원장 부부가 전승절 60주년 경축공연을 준비 중인 은하수관현악단을 방문한 언론 보도에서 최 휘는 당중앙위 제1부부장으로 소개했다. 당에서 조직 또는 선전분야를 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김정은 제1위원장의 경제부문 현지지도에 16차례나 동행한 박태성 부부장은 최측근 경제전문가로 추정될 뿐 상세한 이력은 알려져 있지 않다. 지난해 5월 9일 김정은 제1위원장의 만경대유희장 시찰 때 동행자 명단에 처음 이름을 올린 마원춘 부부장은 백두산건축연구원 출신으로, 주민편의시설인 류경원, 인민야외빙상장, 만수대지구 창전거리,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등 주요 시설물 건설현장에 동행해왔으며 당 재정경리부 부부장 겸 설계실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50대의 3세대 인물로 보인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과 내각쪽에는 세대교체가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내각의 경우 70대의 박봉주 총리, 강석주 부총리가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젊은 로두철 부총리를 비롯해 상(장관)급에는 40-50대들이 다수 기용돼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3-4세대 사상교육 강조

▲ 지난 6월 초 김정은 제1위원장이 군이 새로 지은 보성버섯공장을 현지지도하고 있다. 김경옥, 최휘 당 제1부부장 등이 수행했다. [자료사진 - 민족21]
사실 주요 간부의 세대교체는 어느 나라나 일반적인 현상이고, 북한에서도 지도자의 교체나 간부정책의 변화에 따라 세대교체가 점진적으로 이뤄져왔다. 대표적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97년 당 총비서에 공식취임한 후 대중단체→내각→노동당→군의 순으로 세대교체를 단행한 바 있다. 특히 정보화시대에 맞는 ‘실력’, 실제적인 성과를 내는 ‘실적’과 ‘실리’ 등 ‘3실주의’가 간부 발탁에서 주요하게 고려됐다.

이러한 흐름이 김정은시대에도 그대로 이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특히 경제살리기를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고 지방 현지지도에 적극 나서고 있는 김정은 제1위원장으로서는 활동력이 떨어지는 원로보다 의욕적으로 현장을 챙길 수 있는 실무 부부장들을 대동하고 현지지도에 나서고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사전에 예고 없이 불시에 현지지도에 나서는 등 현장에서 직접 실무를 챙기는 업무 스타일로 알려진 김정은 제1위원장의 정치리더십에도 어울린다. 당과 군의 원로를 대우, 배려하면서도 실제 현장활동에서는 ‘3세대‘ 간부들을 주로 대동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40대 후반-50대 초반의 소장층들이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으로 속속 승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정일시대 후기에 부상한 북한의 3-4세대는 해외의 새로운 조류에 민감하고, 컴퓨터를 기반으로 하는 정보화의 흐름에 적응하기 시작한 세대다. 또한 이들은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로 대내외 노선의 변화에 공감하고 있다. 북한은 2000년대 중반이후 “우리 사회의 주력을 이루는 혁명 3세, 4세들을 정치사상적으로 준비시켜야 한다”며 부쩍 3-4세대의 사상교육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또한 이 무렵부터 북한은 “혁명 1세들은 조국을 해방했고, 2세들은 전승을 안아 오고 부강 조국의 기둥을 세웠다”면서 “이제는 3세, 4세들의 차례”라고 밝히면서 3세대의 역할론을 내세웠다.

북한에서도 전쟁을 겪지 않은, 1970~80년대에 대학이나 군관학교를 나온 새 세대가 2000년대에 들어와 급부상했고, 김정은시대에 들어와 북한사회와 정치권의 주력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1990년대 중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시기를 거친 북한의 3-4세대들은 혹독한 경제난을 경험한 만큼 경제부흥에 대한 열망 또한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 북한의 3-4세대에 대한 인식과 역량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북한의 3세대들은 1960~80년대 경제성장의 혜택을 받으며 소학교, 중학교, 대학교시절을 보내 ‘주체사상’ 교육을 가장 체계적으로 받은 세대다. 북한 3세대의 특징은 1970~80년대 경제가 비교적 좋은 상황에서 국가로부터 무상으로 체계적인 교육을 받으면서 사회주의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습득한 엘리트층이라는 점이다.

북한을 방문했을 때 만난 이들 세대는 ‘국가의 혜택’을 받은 만큼 충성도가 높고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려는 보수적 사고를 갖고 있었다. 내부 사회주의 경제운영의 개선, 대외무역의 활성화 등에서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전면적인 개혁.개방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정적 시각을 나타낸 것이다.

중국의 한 북한전문가는 “북한의 3세대들이 앞선 세대들보다는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회주의를 고수해야 한다는 생각은 유지하고 있다”며 “북한의 개혁 개방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까지 김일성종합대학 졸업생들조차도 컴퓨터 교육이나 활용수준이 대단히 낮았다”며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대학을 다닌 북한의 4세대들은 전반적으로 과거보다 실무역량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일본의 한 북한전문가는 “1990년대 후반부터 북한이 외교, 경제관료를 중심으로 30-40대 젊은층을 적극 육성했다”며 “현재 북한의 경제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북한의 새로운 세대는 세계 경제의 흐름이나 북한 경제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고, 실무역량이 뛰어난 간부들도 상당히 준비돼 있다”라고 평가했다.

어느 평가가가 맞을 지는 향후 김정은시대 북한의 선택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다만 최근 북한이 지식경제시대에 맞는 ‘실력을 갖춘 간부’들로 점진적 세대교체를 추진하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해 4월 15일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김일성 주석 탄생 100돌 경축 열병식에 참석해 한 첫 공개연설에서 김일성, 김정일시대를 “자주의 길, 선군의 길, 사회주의 길”이라고 규정하고, 새로운 노선으로 ‘새 세기 선업혁명을 통한 지식경제강국 건설’을 제시했다. 세계적 추세와 지식경제시대에 맞는 세대교체 방향과 새로운 간부 등용 기준을 제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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