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가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최근 남과 북의 대화 이후 오랜 기간 옴짝달싹 않던 한반도 주변국들이 기지개를 펴면서 본격적으로 움직일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 첫 신호탄이 중국의 행보에서 나타났습니다. 지난 19일 미국을 방문한 창완취안(常万全) 중국 국방부장은 라이스 미국 대통령 보좌관과의 회담에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의 지도자가 관계국과의 대화 의향을 밝히고 있다”며 미국 측에 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하도록 촉구했습니다.

중국이 이번엔 북한으로 향했습니다. 우다웨이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26일 방북한 것입니다. 그는 6자회담 의장입니다. 27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만났다고 합니다. 두 사람은 6자회담을 총괄 지휘했던 경험이 있으니, 회담 내용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오는 30일 방북할 예정입니다. 일단 방북 목적은 한국계 미국 시민권자 케네스 배(배준호) 씨의 석방입니다. 북한은 최근 몇 차례에 걸쳐 케네스 배 씨의 특별교화소와 병원 입원 생활을 전하면서 그의 석방 호소를 알린 바 있습니다. 미국이 이에 호응한 것으로 보입니다. 킹 특사의 방북과 케네스 배 씨의 석방은 장차 전개될 북미대화나 6자회담과 관련해 긍정적인 분위기 조성을 해 줄 것입니다.

다음 달 중순에는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한.중.일 순방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북미관계나 6자회담과 관련해 어떤 변화의 계기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이는 모두가 개성공단 정상화 이후에 나타난 현상입니다. 남북관계가 얼음장 같았을 땐 남북은 물론 주변국들도 모두가 동결(凍結)상태로 있었는데 남북이 대화를 시작하자 조금씩 녹아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른바 ‘북핵문제’나 한반도 평화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그 주요 당사국인 북한과 미국이 만나야 합니다. 여기에는 북미 양자회담이든 6자회담이든 다 필요할 것입니다. 북한도 수차례에 걸쳐 유관국들과 6자회담 등 각종 형식의 대화를 갖겠다고 밝히고 또 강조해 왔습니다.

북한과의 회담에 완강했던 미국도 이제 움직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미국은 북한의 대화 요구에 대해 북미대화에 앞서 남북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한 발 비켜나 있었는데 이제 그 조건이 충족된 것입니다.

어쨌든 남북의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로 북한과 미국과의 대화도 가시권 안에 들어온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남북관계와 6자회담 등 북미관계의 병행발전은 필수적입니다. 개성공단 합의라는 나비효과가 어디까지 그 위력을 발휘할지 기대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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