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 [사진-개성 사진공동취재단]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남북 7차 실무회담이 열린 14일, 남북은 5개항을 담은 합의서를 채택했다.

지난 4월 북측이 개성공단 근로자를 철수한 지 129일째, 지난달 4일 남북 1차 실무회담 이후 40일 만이다.

이번 합의에서 최대 성과는 개성공단 가동중단 재발방지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지난 여섯 차례 실무회담에서 남북은 가동중단 원인을 두고 이견을 보였다. 남측은 북측이 개성공단 근로자를 철수했다는 이유로 '북측'에 책임을 물었다.

하지만 북측은 지난 3월 키리졸브-독수리 한.미 연합군사연습과 김관진 국방장관의 '개성공단 인질구출' 발언, 그리고 남측 일부 언론의 '달러박스' 보도 등을 개성공단 가동중단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이번 7차 실무회담에서 양측은 한발 씩 양보,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위한 합의서' 1조에서 "남과 북은 통행제한 및 근로자 철수 등에 의한 개성공단 중단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한다"고 명시했다.

합의서에서 남측은 그동안 주장해온 북측의 책임을 문서화하지 않되, △통행 제한 및 근로자 철수 등에 의한 개성공단 중단사태 재발 방지, △남측 인원의 안정적 통행, 북측 근로자의 정상출근, 기업재산 보호를 명문화했다.

또한 북측도 지난 회담에서 제시된, '합의서 초안'에 명시된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라는 부분도 넣었다.

즉, 남측은 '북측'이라는 책임소재를 묻지 않았고, 북측도 '정치적 언동 및 군사적 위협'을 꺼내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합의서상 주체는 '남과 북'으로 하되, 통행제한 및 근로자 철수 등에 의해 개성공단 중단사태가 발생하였음을 명백히 하면서 향후 일방적 조치로 인해 유사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한 것"이라고 의미를 뒀다.

실무회담 남측 수석대표인 김기웅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도 이날 회담결과 브리핑에서 "(주체 관련) 양보나 후퇴나 이런 표현은 적절치 않고 내용을 봐달라"며 "출입차단 근로자 철수를 누가 했는지는 아는 것이고 보장하는 내용들이 누가 보장하는지 실체적 내용을 갖고 주어가 누군지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즉, 합의서에 북측이라는 책임주체가 명시되지 않았지만 합의서 내용이 암시적으로 책임소재를 북측으로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남북은 개성공단 가동중단으로 인한 피해보상도 큰 틀에서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 이는 남측이 책임소재와 함께 중요시 여겼던 부분으로, 이번 회담에서 북측은 남측의 조치에 상응하는 조치를 해야한다는 입장을 이야기했다고 한다.

남측의 조치에 상응하는 조치는 정부가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한 금융지원, 세금감면 등에 해당되는 것으로, 북측도 이에 상응한 피해보상을 할 것으로 보인다.

가동중단 재발방지,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상설협의기구로 보장

남북은 개성공단 가동중단 재발방지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는 북측이 제기한 기구로, 지난 2007년 10월 10.4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 총리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이다.

통일부는 이에 대해 "공동위원회는 합의서 이행문제를 포함, 공단 운영과 관련한 현안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남북 당국간 상설협의기구의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즉, 기존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는 민간 성격으로 당국의 지시를 받아 운영, 남북간 합의이행에 제약이 있지만,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는 당국이 직접 운영해 가동중단 재발방지 등의 이행이 보다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는 중국.싱가폴 정부간 협의체인 '소주공단 연합협조이사회'(Joint Steering Committe)에서 착안됐다.

이번 합의에 따라 '남북공동위원회'에서는 산하 분과위원회를 두고 △개성공단 가동중단 피해보상, △통행.통신.통관 등 실무협의 등을 다루게 된다.

기구 설치를 위해 남북은 빠른 시일 내에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남북은 1차적으로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합의서 교환 방식으로 협의하고, 쟁점이 있을 시 실무접촉을 통해 타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3통 문제' 해결, '남북 공동 해외 투자설명회' 추진

이번 남북 합의의 성과 중 주목되는 것은 통행.통신.통관 등 이른바 3통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이다. 또한 남측이 중요시했던 개성공단 국제화 방안도 구체적으로 합의한 것도 성과로 꼽힌다.

이는 북측이 남측의 안을 대부분 수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3통 문제'의 경우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끊임없이 제기했던 민원사항이었고, 개성공단 국제화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 당시부터 공론화했기 때문이다.

'3통 문제'와 관련, 지금까지 통행절차는 3일전 특정 날짜와 통행을 신청해야 했고, 유선전화만 가능했으며 반출물자는 전수검사로 이뤄져왔다.

하지만 남북은 △일일 단위 상시통행, △인터넷, 이동전화 사용, △선별검사 등을 합의해, 기업들의 애로사항이 해결됐다.

개성공단 국제화와 관련해서는 △외국기업 유치 장려, △노무.세무.임금.보험 등 관련 제도 국제적 수준 발전, △생산품 제3국 수출시 특혜관세 인정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노무.세무.임금.보험 등을 국제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경우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번 개성공단 국제화 합의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공동 해외 투자설명회' 추진이다.

이는 지난 2009년을 마지막으로 진행된 남북 합동 해외공단 시찰보다 적극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남북은 △중국 북경.상해 등 경제특구 시찰(2005년), △중국 소주.청도.대련 등 경제특구 시찰(2007년), △중국.베트남 경제특구 시찰(2009년)을 한 바 있다.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 가능성 열려

이번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합의로 남북간 현안이었던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의 길이 열리게 됐다.

지난달 10일 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 위원장 김양건)와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위원장 강수린) 은 각각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실무회담, 추석계기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위한 남북 적십자회담을 제의했다.

그러자 남측은 개성공단 문제해결 집중을 이유로, '금강산 관광 재개 실무회담'을 거부하고, 이산가족 상봉 실무접촉을 수용했고, 이에 북측은 '개성공단 문제에 집중하겠다'며 회담제의를 거둬들인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남북이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함에 따라,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광광 재개를 위한 논의가 가능해졌다.

김기웅 남측 수석대표는 이날 회담결과 브리핑에서 "정부는 이번 합의를 계기로 남과 북이 각종 현안문제를 상호존중과 호혜의 정신에 입각해 협의해 나가면서 남북 간 신뢰를 구축하고 지속가능한 남북관계 발전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해, 향후 남북간 현안문제 논의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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