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땀을 쥐게 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무슨 한-일전 축구시합을 보는 듯했습니다. 남북 간에도 이토록 좋은 일이 아슬아슬하게 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남과 북은 14일 7차 당국간 실무회담을 열고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5개항의 합의서를 채택했습니다. 단번에 이명박 정부 5년의 고행을 뛰어 넘는 쾌거입니다.

이날 회담의 최대 쟁점은 개성공단 중단사태와 관련, 재발방지 보장 문제였습니다. 남북은 합의서에서 “남과 북은 통행 제한 및 근로자 철수 등에 의한 개성공단 중단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음이 없이 남측 인원의 안정적 통행, 북측 근로자의 정상 출근, 기업재산의 보호 등 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여섯 차례 실무회담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서 북측은 남측을 겨냥해 ‘정치적 언동 및 군사적 위협’을 넣자고 주장했고, 남측은 ‘북측’이라는 재발방지 주체를 명시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실무회담에서 서로 한 발씩 양보를 했습니다. 가장 어려운 대목에서 타협을 한 것입니다. 나머지 문제들은 일사천리로 타결된 듯싶습니다.

사실 한-일전 축구시합과 달리 남북 간에는 승패 개념이 있을 수 없습니다. 남이 이기든 북이 이기든 종당에는 우리 민족이 이긴 것이니까요. 그래도 이 같은 남북 모두의 ‘온전한 승리’라는 공동 인식에 다다르기까지는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기에 어쩔 수 없는 갈등과 길항이 필요했고, 또 당분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쨌든 남과 북, 해외의 개성공단 정상화를 바라는 마음들이 한데 모여 공력(公力)이 되어 극적인 타결이 이뤄졌습니다. 이 합의 소식에 국민 모두가 기뻐하겠지만, 무엇보다 직접적 당사자인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입장 발표가 눈길을 끕니다.

이들은 “금번 회담에서 극적으로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를 이끌어 주신 우리정부와 북측 당국에 우리 입주기업인들은 진심을 담아 환영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면서 “우리 입주기업들은 개성공단은 ‘화합과 공동번영을 추구할 수 있는 남북경제협력의 작은 통일마당’으로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임을 개성공단 정상화를 지지해 주신 존경하는 국민여러분을 비롯하여, 우리 정부, 북측 당국 및 북측 근로자 여러분들께 약속드린다”며 더도 덜도 없는 환영과 기쁨을 나타냈습니다.

이제 남측은 남측대로 대북정책을 새롭게 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고, 북측은 북측대로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첫 단추를 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남과 북은 이 기쁨을 만끽하되 앞으로 닥칠 새로운 일에도 이번 회담의 교훈인 양보와 타협의 정신으로 나서길 바랍니다.

이제 남과 북은 5년여 만에 새로운 합의를 도출해 냈습니다. 이번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는 그 성과가 작을지 모르지만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작은 신뢰가 커다란 민족화해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지켜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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