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당혹스러워졌습니다. 북측과 개성공단 입주기업들로부터 외면과 항의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실무회담이 사실상 결렬되던 지난 25일 제6차 회담에서 박철수 북측 단장은 회담 종료 직후, 남측 공동취재단 기자실로 찾아와 기자회견을 자청해 “결렬위기”라며 남측 대표단을 향해 “백수건달들이다”라고 힐난했습니다.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기 위한 협상을 하러 왔는데 남측 대표단이 회담할 생각은 않고 시간만 때우다가 다음에 다시 만나자며 회담을 연장만 하자 이렇게 ‘백수건달’이라고 표현한 듯싶습니다. 공직에 있으면서 밥만 축내고 거들먹거리면서 할 일은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인가요. 뜨악했는지 지난 28일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개성공단 재가동 논의를 위해 북측에 실무회담 재개를 제의했습니다. 류 장관은 “우리 기업들의 더 큰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막기 위해 부득이 중대한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면서 “마지막으로 이에 대해 논의할 회담을 제의한다”고 이른바 ‘최후통첩’을 보냈습니다.

이 와중에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불만이 터졌습니다.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과 북의 여섯 차례의 회담. 이 회담들을 가장 애간장을 태우며 지켜본 측은 다름 아닌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일 것입니다. 따라서 누가 진정성 있게 회담에 임하는지도 그들이 가장 잘 알 것입니다. 말하자면 심판관인 셈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북측 손을 들어줬습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전체 123개 기업의 대표와 관계자들이 30일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성명서를 채택해 “우리는 지난 6차 회담에서 북한 제안에 대해 전향적이었다고 본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아울러, 우리 정부에 대해 “회담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의제가 대부분 북한 안에 반영된 것으로 입주기업들은 보고 있다”고 밝힌 것입니다.

한마디로 개성공단 정상화에 북측이 적극적이었고 우리 정부는 놀고먹었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우리 국민입니다. 웬만하면 우리 정부측 편을 들 텐데 오죽하면 북측 손을 들어줬겠습니까? 개성공단 가동 중단 원인 규명이라는 단 하나의 원칙만 강조하고 유연성을 전혀 발휘하지 않는 우리 정부에 대한 단죄인 것입니다.

북측은 이틀째인 30일이 넘도록 우리 정부의 제의에 대해 답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측이 아직 답을 하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일 것입니다. 하나는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식으로 우리 당국이 외려 ‘마지막 회담’, ‘중대 결단’하니까 어이없어 할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남측이 개성공단 정상화에 의지가 없는데 어떤 새로운 제의를 해도 백약이 무효라고 생각하기에 답할 가치도 못 느낄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북측이 반응을 안 보이자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다며 사실상 중대 결단 실행을 시사합니다. 그래선 안 됩니다. 정부는 북측과 개성공단 입주기업들로부터 외면 받는 현실을 직시하고 또 그 이유를 헤아려야 합니다. 그렇다면 답은 명료합니다. 지금이라도 개성공단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갖고 마지막 회담이 아닌 새로운 회담을 다시 제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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