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가동중단 재발방지 등을 논의하는 남북 후속회담이 10일 개성공단 내 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 60명이 현지 설비를 점검했다.

이날 오전 9시경 개성공단 현지에 도착, 설비를 점검하고 오후 5시경 도라산 출입경사무소(CIQ)를 거쳐 돌아온 기업인들을 통해 현지 분위기를 전해 들었다.

개성공단 내 공장을 둘러본 기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공장 내 설비가 대부분 상태가 양호하지만 일부 기계는 녹이 스는 등 문제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기업인은 "대부분의 기업인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상태가 괜찮다는 반응"이라며 "그러나 일부 누수가 된 부분이 있고 공장 문을 닫은 상태로 있었던 데다 장마철이 오면서 습기가 차서 기계들이 눅눅한 상태였고 녹슨 부분도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밀기기의 센서 부분은 거의 못 쓰게 됐다고 봐야할 것"이라며 "가동해 보고 확인해 봐야지 육안이나 외관상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상황을 전했다.

다른 기업인은 "분실 등 봉인상태는 아무 문제가 없다. 설비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는 다른 업체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인은 "기술자 등 보수관리팀이 와서 기업별 규모에 따라 1~2주일, 길게는 한 달 정도 손상된 부품 등을 교체하고 정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습기가 꽉 차 있다는 것인데 그 동안에도 문제지만, 장마철을 맞아 침수는 막을 수 있다고 하지만 공장을 다 닫아둔 상태에서 이대로 두면 모든 기계가 습기로 다 망가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마로 인해 기계.설비에 문제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기계와 함께 일부 완제품과 원부자재들도 재사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지난 5월 철수할 때만 해도 완제품, 반제품 반출이 절실한 문제였다. 그러나 3개월 여 지난 지금 완제품도 이제 거의 쓸모가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원부자재도 녹슬고 손상이 심해 20%의 가치도 없다. 갖고 가봐야 소용이 없다. 이미 떠난 배와 다를 바 없다"며 완제품.원부자재 반출이 절실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북측 근로자들, 개성공단 재가동 원해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공장 현장에서 북측 직장장(근로자 대표)을 만났다. 북측 직장장들은 각 공장에 나와 기업인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개성공단 가동중단을 안타까워하며 재가동이 즉시 이뤄지기를 희망했다.

한 기업인은 "직장장 총무 등이 미리 나와서 반갑게 맞이했다"며 "대부분의 기업인들이 진짜 너무 반가운 나머지 자연스럽게 서로 껴안게 되더라"며 "몇 년 동안 한솥밥을 먹고 지냈기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더라"고 말했다.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총국) 관계자는 기업인에게 "노동자 5만3천명이 재가동을 기다리고 있다. (노동자들이) 다른 곳으로 가지 않았다"고 말하며, 재가동을 원했다.

개성공단 잠정중단 기간 동안, 북측 근로자들은 농업활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 기업인은 직장장의 얼굴이 검게 그을린 모습에, "농사지었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말했다.

기업인들 "재발방지 보장돼야.. 5.24조치 철회가 국제화"

개성공단 현지를 둘러본 기업인들은 북측의 가동중단 재발방지 보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북측 직장장과 총국 관계자들에게 강조했다.

한 기업인은 "기업인들도 재발장비 약속 없으면 공장을 재가동할 수가 없다. 누가 우리에게 일감을 주겠는가. 바이어들이 불안해서 계약을 할 수 없다. 재발방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북측 관계자들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다른 기업인도 "재가동을 해도 이미 일감이 절반으로 줄게 됐다. 사태의 원인은 북측이 남측에서 제공했다고 주장하지만 직접행동은 북측에서 한 것이니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발방지는 북측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일감이 많아야 노임도 올려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가 이번 후속회담의 의제로 개성공단 국제화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해, 한 기업인은 "5.24조치 철회가 곧 국제화"라고 주장했다.

해당 기업인은 "정부가 발전적 정상화를 말하는데 그러러면 5.24조치가 해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쪽에 문제가 있었다고 할 수 있지만 투자를 막은 것은 정부의 5.24조치"라며 "국제적 기준과 외국기업들의 투자도 이야기하는데 지난 3년 동안 개성공단은 어떤 설비투자도 없었다. 벽돌 한장 못갖고 들어왔다. 어떻게 외국기업들이 들어올 수 있느냐"며 정부에 5.24조치 철회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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