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잠정중단 92일째를 맞아, 개성공단 기계전자부품 소재 기업인들은 남북 당국 조치가 없을 시 개성공단 내 설비를 국내외로 이전하겠다고 3일 밝혔다.

개서공단입주기업 중 기계전자부품 소재 기업인들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입장을 발표했다.

김학권 개성공단기업협회 전 회장은 "개성공단 사태가 장기화 하면서 기계부품을 생산하는 우리 기업들은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다"며 "빈사상태의 기업회생과 바이어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하여 빠른 시일안에 폐쇄든 가동이든 결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김 전 회장은 "결정이 안될 시에는 개성공단 설비를 국내외 지역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다"며 북측에는 △군 통신연결과 설비이전에 대한 제반 조치, 남측에는 △설비 이전 필요 조치 및 제반대책 강구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상기 항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최후를 맞는 기업의 입장에서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즉, 남북 당국이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실효적 조치를 취하라고 압박하는 카드로 '설비 국내외 이전'을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기계.전자부품 소재 기업인들의 설비 이전 발표는 앞서 지난달 20일 중대조치 발표 예고에 따른 것이다.

김학권 전 회장은 "우리 기업인들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지만 개성공단의 불확실한 경영환경으로 인한 우리 투자기업인들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 좌절감에 놓여있다"며 "절망적인 심정"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김 전 회장은 "개성공단은 우리 근로자와 북한 근로자들이 가슴과 땀이 함께 어우려져 경제활동을 하는 화해협력의 장이자 삶의 터전"이라며 "미래의 공동번영을 갖고 갈 수 있는 작은 경제의 통일이라고 하는 사명감을 갖고 평화의 제품을 찍어내는 곳이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모든 생산설비 및 주변기기들이 고철로 변해가는 모습에 참담한 심정으로 이제 우리 기계전자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인들은 (방북통행) 요구조차 들어주지 않아 입장을 밝힌다"고 말했다.

123개 개성공단 입주기업 중 기계.전자부품 업체는 총 43개로 재영솔루텍, 대화연료펌프 등 전자.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곳이 대다수로 평균 1백억원을 투자, 전체 투자금액의 2/3를 차지한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북한 당국의 일방적인 조치로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지 3개월이 지났고, 이로 인해 우리 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에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정부입장을 발표했다.

통일부는 "정부는 남북 당국간 대화를 통해 우리 기업들의 어려움이 하루속히 해결될 수 있기를 기대하였으나, 아직까지 북한이 남북 당국간 대화에 응하지 않음으로써 기업들의 피해가 누적되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북측을 탓했다.

그러면서 "오늘 기업들이 발표한 내용을 심층 검토한 후, 대응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수차례 방북요청을 묵살한 통일부가 이들의 설비 이전 발표에 표족한 해답을 내놓을 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문제 해법을 푸는 방법은 북측에 당국간 대화를 다시한번 제의하는 것이지만, 이마저도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기 때문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여러 가지 정책적인 대안을 검토하는 데는 아무래도 관련부서와의 검토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입주기업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이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검토하고 난 뒤에 대응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가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첩경이고 본질적인 방도는 이미 정부가 제안해 둔 개성공단 문제 해결을 위한 당국간 회담에 북한이 성실한 자세로 응해 나오는 게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첩경이고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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