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국정원)이 24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NLL대화록)을 전격 공개함에 따라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국정원의 NLL대화록 공개는 생뚱하게 터졌습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정치개입 문제로 여야 간에 국정조사 문제가 논의되는 과정 속에서 느닷없이 NLL대화록 문제가 쟁점이 된 것입니다. 정상회담의 NLL 관련 내용은 국정원 선거 개입 논란과 별개의 사안인데도 말입니다.

국정원은 NLL대화록을 공개하면서 △6년 전 내용이 현 시점에서 국가안보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오히려 회담 내용을 둘러싸고 국론분열이 심화되고 국가안보에 악영향이 초래된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본질은 생존의 문제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NLL대화록이 공개되자 △국정원의 정치중립성 문제 △대화록 공개 적정성 여부 △노무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진위 △이에 따른 국론 양분 등 새로운 갈등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혹을 떼려다 혹 붙인 격이 된 것입니다.

전문을 훑어봐도 국정원과 여당이 주장한 노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은 없습니다. 요지는 노 대통령이 ‘NLL을 평화지대로 만들겠다’는 것인데 “이 말이 NLL 포기라면 박근혜 대통령의 ‘DMZ를 세계평화공원으로 만들겠다’는 말은 DMZ 포기인가”라는 말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이번 국정원의 오판에 따른 NLL대화록 공개는 다음 몇 가지 이유에서 나라를 어렵게 하고 박근혜 정부를 궁지에 빠트릴 소지가 있습니다.

먼저, 정상회담의 경우 적어도 수십 년 동안은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외교관례가 깨졌습니다. 국가간 신의와 비밀의 원칙이 깨진 것입니다. 일본에서 1965년 한일협정이나 독도문제와 관련한 민감한 사안을 공개해도, 그것도 부분 발췌해 일방적으로 공개해도 하릴없이 당하게 되었습니다.

당장, 닥쳐온 한.중 정상회담이 문제입니다. 정상의 대화가 이처럼 쉽게 공개될 정도라면 박근혜 대통령이나 시진핑 주석이 북한문제나 한중FTA 등에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파손되기 쉬운 상호 신뢰에서 출발하는 이상한 모양이 되었습니다.

특히, 남북관계에서 남측이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북측의 ‘최고 존엄’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발언을 일방적으로 공개함에 따라 북측의 반발이 예상됩니다. 북측은 지난해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공개질문장을 통해 박 대통령의 2002년 5월 평양방문과 관련 “장군님(김정일)의 접견을 받고 평양시의 여러 곳을 참관하면서 친북 발언을 적지 않게 했다”면서 “우리에게 와서 한 말들을 모두 공개하면 온 남조선 사람들이 까무러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국정원이 이처럼 민족문제를 정치적 차원이나 자신의 생존 차원에서 공개 이용하는 것은 일종의 범죄행위이자 이적행위입니다. 국정원의 NLL대화록 공개는 결국 부메랑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그 부메랑에 국정원만 당하는 게 아니라 박근혜 정부도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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