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부터 각 공장에서는 이익에 따라 종업원의 급여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게 됐다.”
지난 6월 13일 평양에 지국을 두고 있는 일본 <교도통신>이 르포기사에서 밝힌 내용이다. 이와 관련 <교도통신>은 재일 <조선신보> 기사를 인용해 “개혁조치가 선행 도입된 평양의 전선공장에서는 종업원의 급여가 20~30배로 늘어났다”라고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해 말부터 공장.기업소에 ‘지배인 책임경영제’를 전면 실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사회주의적’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시행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각 공장.기업소에서는 당 책임비서와 지배인의 책임 하에 독립채산제가 강화되고 생산 계획부터 물자 조달, 생산물 판매, 분배까지 책임지게 됐다.
임금 측면에서만 보면 노동자들이 많이 일할수록, 기업소가 수익을 더 낼수록 임금을 더 받게 됐다. 물론 이같은 조치는 이미 2002년 사회주의경제관리개선조치(‘7.1조치’)이후 북한이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었던 정책이다. 올해 들어와 이같은 정책이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되기 시작한 것이다.
‘7.1조치’ 때 15~25배 임금 인상

북한은 이 같은 현상을 없애기 위해 2002년 7월 1일 ‘사회주의경제관리개선조치’를 단행했다. ‘실리’와 ‘이득’에 따른 분배를 철저하게 하도록 한 조치였다. ‘번 수입에 의한 평가’, ‘생산자 위주의 가격 조정’을 골자로 하는 ‘7.1조치’이후 각 기업에서는 업종별, 기술자들의 자격 급수별 생활비 기준을 다시 정하고, 번 수입 안에서 노동 정량과 작업과제 수행 정도에 따라 생활비를 계산해 지급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근로자들의 생활비 중 성과급에서 차등이 생기고, 북한 주민들의 개인별, 세대별 ‘소득격차(임금격차)’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북한 당국도 “사회주의원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최대한의 실리를 얻는 것은 경제조직사업에서 지켜야 할 중요원칙”이라며 “사회주의분배원칙을 실시하는 데서는 평균주의를 없애고 일을 많이 한 사람에게는 물질적으로 많은 몫이 차례지게 할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평가받게 하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2002년 ‘7.1조치’를 단행하면서 노동자의 임금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해 새로 기준임금을 정했다. 평균 15~25배 정도 생활비가 인상됐다. 국내외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 기준에 따라 북한 노동자의 평균 임금을 지금도 2천원으로 평가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최근 평양 르포기사를 쓰면서 북한인들의 월평균 수입이 북한돈 4천~5천원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적어도 현재 평양의 실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지난해부터 본격 보급되기 시작한 인라인스케이트는 22만 1600원(광복거리 슈퍼마켓 판매가격), 통닭구이 1kg에 1만원, 고기만두 1kg에 3천원, 은하수과자 5kg에 1만8천원 등에 팔린다. 2011년에 문을 연 보통문거리 고기상점에서는 칠면조고기가 1kg에 1,300원, 오리고기가 1kg에 700원, 생돼지발족이 1kg에 500원에 팔린다. 만약 평양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이 2천~5천원이라면 이 같은 상품을 구매하거나 유원지를 이용하는 게 불가능하다.
2000년대 중반 기준 생활비보다 6배 이상 받아
그렇다면 평양 노동자들의 임금은 어느 정도일까? <교도통신>은 “평양의 전선공장에서는 종업원의 급여가 20~30배로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아쉽게도 이 보도만으로는 이 공장 노동자가 얼마나 받는지를 알 수 없다. <교도통신>이 언급한 ‘평양의 전선공장’은 평양 평천구역 새마을1동에 자리잡은 평양326전선공장이다. 필자는 운 좋게도 2006년 5월 12일과 16일, 두 차례 이 공장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

2005년 이 공장의 월별 총수입계획은 대략 6,800~7,700만원 선이었고, 실적은 8,400~9,700만원 선으로 19%~43% 정도 계획을 초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번수입(소득)도 계획보다 11~57% 초과 달성했다. 공장의 1인당 평균 생활비 지급액은 가장 적었던 2월이 1만 3,574원이었고, 가장 많았던 9월이 3만 2,000원이었다. 남쪽과 달리 월별로 성과급 액수에 따라 생활비 편차가 큰 것을 알 수 있다. 직장별로 생활비 지급액도 달랐다. 2005년 6월의 경우 공장 평균 생활비는 2만 104원이었는데, 연신직장의 1인당 평균 생활비는 2만 4,179원, 케이블직장은 2만 2,363원, 절연직장은 2만 3,582원, 생필직장은 1만 9,829원, 자력갱생직장은 2만 2,807원, 공무직장은 2만 685원으로 최고 4,400원 정도의 차이가 났다.
2002년 ‘7.1조치’때 공개된 ‘생활비 기준표’에 따르면 전력공업 분야 노동자의 생활비는 최하 1,140원, 최고 4,780원으로 정해져 있다. 그러나 생활비, 장려금, 상금을 합한 2005년도 326전선공장의 1인당 평균임금은 2만원대였다. 2002년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이 2천원이라고 할 때 10배 정도의 실질임금을 받고 있었던 셈이다.
같은 시기에 방문한 다른 공장의 노동자들도 통상 기준 생활비 1,100원(최하)~4,000원(최고)에 성과급이 더해져 1만원~1만5천 원 정도의 임금을 받고 있었다. 남한이나 중국이 투자한 합영회사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은 대체로 1만 5천원 내외였다. 중국의 지원으로 건설된 대안친선유리공장의 박정웅 제1지배인은 2006년 5월 16일에 만났을 때 “평균 생활비가 1만원을 넘는데, 성과급이 6천원 정도를 차지한다”라고 말했다. 고려호텔 등 특급호텔에 근무하는 여성봉사원의 경우 평균 7,000~8,000원 선(기준 생활비는 1,000원~2,160원)이고, 가장 많이 받은 달은 1만 5,000원을 넘는 경우도 있었다.
<표> 북한 근로자의 임금체계 변화(2005년 기준)
| 종사직종 | 7·1조치 | 7·1조치 | 인상률 | 독립채산제에 따른 실제 지불임금액 | |
| 탄광,광산 종사자 | 고급기능자 | 270~300원 | 5,680~6,000원 | 20배 | 3~6만원 |
| 일반생산직 노동자 | 110원 | 2,000원 | 18배 | 1만원 | |
| 농업종사자 |
| 월평균 2,300원 |
| 월평균 1만원 | |
| 교원 | 대학교수 | 270원 | 4,000원 | 15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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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비스 | 의례원 | 100원 | 2,000원 | 20배 | 1.8~2만원 |
| 군인 | 소장 | 247원 | 6,670원 | 27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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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권영경, <북한의 최근 경제개혁 진행 동향에 대한 분석>《북한의 경제》,경인문화사, 2006.
2006년 1월에 발표된 통일교육원 권영경 교수의 연구(<북한의 최근 경제개혁 진행 동향에 대한 분석>)에 따르면 ‘7.1조치’이후 석탄, 광업분야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3만~6만원, 일반생산직 노동자의 임금은 1만원, 서비스업 종사자는 1만 8천원~2만원 정도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의 일반 가정에서 이 정도 임금은 상당한 수준이다. 2003년 10월 초 평양 고려호텔에서 만난 30대 중반의 여성 봉사원의 사례가 참고된다. 딸 하나를 둔 이 봉사원은 도급임금을 받고, 세대주(남편)는 대학 교수로 정액임금을 받는다.
“세대주(남편)와 내 생활비(임금)를 합치면 8,000원 정도입니다. 달마다 차이가 있지만 쌀 판매소에서 쌀을 구입하는데 월 1,500원, 시장에서 부식물 구입하는데 월 2,000원 정도, 기타 지출이 3,500원 정도입니다. 알뜰하게 쓰면 매달 1000원 내외를 저금할 수도 있습니다.”
2003년 시점의 평양시 인민위원회 부국장의 사례도 비슷하다. 그의 임금은 3,500원, 부인은 2,000원, 도급임금을 받는 큰 딸은 3,000원, 작은 딸은 1,500원을 받아 이 가정의 월 총 수입은 은 1만원 정도였다.
“나라에서 공급되는 쌀이 키로당 44원, 우리 식구가 먹고사는데 쌀값은 한 달에 1,600원이면 되고 아파트나 전기값도 400원을 넘지 않습니다. 물론 국영상점에 없는 것들은 시장에서 구입해야 하지만 어떻게든 가계를 꾸려나갈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평양 326전선공장 노동자 임금이 20~30배 늘었다고 한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40만~60만원의 임금을 받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참고로 평균 100달러의 임금을 받는 개성공단 노동자의 경우 북한의 시장환율(1달러=8000원)로 환산하면 80만원에 해당한다. 또한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발표한 북한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011년 기준 1,250달러였다. 이와 비교하면 이 공장의 평균 임금이 턱없이 높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평양326전선공장이 북한에서는 ‘선군시대 현대화의 본보기공장’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공장.기업소 노동자의 임금은 이보다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액임금 받는 사무직 근로자 생활 빠듯
공장.기업소처럼 독립채산제가 적용되는 단위와 달리 고정급을 받는 사무직의 경우 사정이 좀 다르다. 북한 노동자의 임금, 즉 생활비는 원칙적으로 도급임금제(독립채산제)의 적용을 받는다. 다만 노동정량을 정확히 계산할 수 없거나 노동의 결과를 수치적으로 평가하기 힘든 부문의 근로자는 정액임금제를 적용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무원들은 정액임금 근로자이다. 물론 정액임금제에서도 작업한 노동시간과 기능, 기술, 자격정도에 따라 기본노임 액수가 다르다. 사무원 중에서 당 관료, 행정기관의 사무직 종사자의 경우에는 정액 임금제의 적용을 받고, 기관.기업소의 관리자나 사무직의 경우는 소속 직장의 생산직 종사자의 도급임금에 준하여 지급하는 도급임금제의 적용을 받는다.
따라서 정액 임금제를 적용 받는 정무원(공무원), 사무직 노동자의 경우 도급임금제 적용을 받는 공장.기업소 노동자보다 임금수준이 낮다. ‘7.1조치’직후 기준에 따르면 노동당의 지도원이 3,500원 전후, 중간 관리자가 2,400원 정도였고, 교수는 4,000원 정도의 임금을 받았다. 2006년에 만난 북측의 한 정무원은 “25년 정도 근무했는데, 현재 생활비로 3,600원 정도를 받고 있다”며 “이것만 가지고는 생활하기 어렵고 안해(아내)도 일하기 때문에 두 사람의 수입을 합하면 빠듯하게 생활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정액임금을 받는 사무직 근로자의 경우 대체로 맞벌이를 하거나 부인이 시장에 나가 장사해야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2007년에 만난 30대 후반의 한 사무직 여성은 “나는 외국 대표단이 오면 통역을 해 부수입을 얻기 때문에 상관없지만 그런 부수입이 없는 경우에는 시장에서 장사를 해 부족한 생활비를 보충한다”라고 말했다.
공장.기업소의 임금 결정 자율성이 확대됨에 따라 임금이 늘어난 것에 비례해서 정액임금제를 받는 사무직 근로자들의 임금도 김정은시대에 들어와 인상됐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2000년대 중반이후 몇 차례 사무직 근로자의 생활비를 인상한 바 있다. 현재로서는 사무직 근로자들의 임금이 어느 정도 인상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휴대폰 구입 및 사용, 슈퍼마켓과 전문상점 이용 등 최근 소비형태(구매력)를 볼 때 북한 주민들이 임금 인상 외에 장사 등 다양한 형태로 추가 소득을 올리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