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당국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남북당국회담은 12일부터 이틀간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다.

북측의 대표단 급이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통일부는 2007년 21차 남북 장관급 회담 이후 6년만에 열리는 이번 회담을 장관급 수준으로 준비에 여념이 없다. 기자들도 1천5백여명이 등록하는 등 취재 열기는 남북 정상회담을 방불케한다.

이번 남북당국회담 성공여부는 북측 단장으로 누가 내려오느냐, 양측이 어떤 의제를 다루느냐에 달렸다.

남북은 당국간 실무접촉을 통해 지난 9일부터 17시간 마라톤 회의를 열었지만, 회담 일정, 장소, 명칭, 대표단 규모, 이동경로 등 기본사항에만 합의했을 뿐, 의제와 대표단 급에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남북당국회담, '6.15 기념행사' 의제 선정 문제

양측은 6.15선언과 7.4공동성명 기념행사 의제 포함과 북측 단장 급을 합의하는데 실패했다.

실무접촉 발표문에서 남측은 의제에 대해 "회담에서는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 금강산 관광 재개문제, 이산가족상봉을 비롯한 인도주의 문제 등 당면하게 긴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를 협의하기로 하였다"고 명시했다.

북측은 "회담에서는 개성공업지구정상화문제, 금강산관광재개문제,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을 비롯한 인도주의문제, 6.15 및 7.4발표일 공동기념문제, 민간래왕과 접촉, 협력사업문제 등 북남관계에서 당면하고도 긴급한 문제를 협의하기로 하였다"고 발표했다.

즉, 남측은 북측이 제기한 5개 의제 중 6.15 및 7.4발표일 공동기념문제와 민간교류 등의 의제를 받아들이지 않아 서로 이견을 남긴 것이다.

이는 남북당국회담 성패는 6.15 및 7.4발표일 공동기념 여부에 달린 것이다.

남측은 이미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추진한 민간차원의 6.15민족공동행사를 불허한 바 있다. 통일부는 6.15행사에 대해 당국간 회담이 우선이라는 원칙을 견지해왔다.

그리고 남북당국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에서도 6.15를 의제화 하는 데 난색을 보였다.

통일부 당국자는 "6.15행사 문제와 관련 남북 당국간 회담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기존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현재 남북간 현안이 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실질적으로 풀어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해, 여전히 6.15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다.

하지만 북측은 지난 6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특별담화에서 밝힌 바와 같이 6.15 및 7.4발표일 공동기념을 의제로 들고올 가능성이 높다. 양측이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당국회담에 임하는 모양새다.

이 외에도 당국회담 의제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먼저, 개성공단 정상화에 대해 정부는 북측으로부터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야겠다는 심산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개성공단 정상화는 발전적인 정상화가 되어야 한다. 재발방지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며 회담이 어렵게 진행될 뜻을 내비쳤다.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박왕자 씨 피살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관광객 신변안전보장, △재발방지대책 등 3대 조건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이와 관련, 박근혜 새정부는 신변안전보장만 이루어진다면 무리없이 재개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미 북측은 지난해 '금강산국제관광특구 관광규정'을 마련, "국제관광특구여행사가 관광객의 신변과 재산을 보호하며 관광객은 생명과 재산에 대한 보호를 받는다"고 명문화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는 북측의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신변안전보장에 대한 남북 당국간 합의 우선 원칙을 강조하고 있어, 남북당국회담 논의여부가 주목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한반도의 미래를 결정하는 하나의 중요한 회담이다.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이산가족상봉 등 남북간 입장차가 크다"며 "밤새서 토론해야하고 논의해야하는데 정부로서는 본질적인 것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고민스럽다"고 밝혀, 당국회담 성공을 점치기는 아직 일러보인다.

남측, 북측단장으로 김양건 통전부장 고집도 관건

남북당국회담 성패는 의제보다도 이러한 의제를 논의할 양측 대표의 급에서 판가름날 가능성이 높다.

남북당국회담을 위한 남북 당국간 실무접촉 발표문에서 남측은 "회담 대표단은 각기 5명이 대표로 구성하기로 합의하였고, 남측 수석대표는 남북문제를 책임지고 협의.해결할 수 있는 당국자로 하기로 하였다"고 명시했다.

이에 대해 북측은 "회담 대표단은 각기 5명의 대표로 구성하되, 북측 단장은 상급 당국자로 하기로 하였다"고 발표했다.

이는 양측이 당국회담에서 의제를 논의할 수 있는 급으로 '권한있고 책임있는 당국자'로 하는데 의식을 같이했지만, 남측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으로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실무접촉 설명자료에서 "우리측은 남북관계 총괄 부처 장인 통일부 장관이 회담에 나갈 것이며, 북한도 이에 상응하는 통일전선부장이 나오도록 요구했다"며 "남북관계를 책임지고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화 상대방은 통일부 장관과 통일전선부장이라는 점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측이 김양건 통전부장을 당국회담 북측단장으로 내려보낼 가능성은 크지않다. 김양건 통전부장은 당 비서로 서열이 높기도 하거니와, 남측의 류길재 통일부 장관과 마주할 급이 아니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북측에서는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단장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맹경일 부부장은 지난 2월 승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통전부 부부장으로 실제로 남북관계 일선에서 실무를 주도해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다른 인물이 단장으로 내려오는 데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그리고 류길재 장관을 남측 수석대표로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북측에 김양건 통전부장이 나올 것을 압박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회담 수석대표는) 남북문제를 권한과 책임있게 해결할 수 있는 당국자라야 한다고 말했다. 포괄적으로 협의.해결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생각에 장관급 정도가 맞겠다고 생각해서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류길재 장관은) 지금 핵심 아젠다 문제를 어떻게 북한의 책임있는 당국자를 만나서 설명하고 변화의 길로 이끌고 나갈 것이냐를 고심하고 있다"며 류 장관이 수석대표가 되는데 변함없음을 강조했다.

북측은 이번 당국회담 대표단 명단을 11일 현재까지 통보하지 않고 있다. 남측이 언론 등을 통해 압박을 가하는 가운데, 북측이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단장으로 참가시킬지, 맹경일 부부장 등 다른 인물을 내보낼 지 주목되고 있다.

그리고 북측 단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의제가 얼마나 심도있게 논의되느냐도 달려있어, 북측 대표의 급이 남북당국회담 성패의 첫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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