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4개월 만에 남북 당국이 한 테이블에 앉았다. 2011년 2월 남북 군사실무회담이 결렬된 이후 남북 당국의 만남은 실무접촉임에도 사회전반이 흥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국민의 흥분과 열망에 맞게 회담의 전반적인 사항을 전해줘야할 기자들은 배제됐다.

통일부 출입기자단은 지난 7일, 남북 장관급 회담을 위한 남북 당국간 실무접촉 개최 소식에 통일부 당국에 꾸준히 기자단의 판문점 접근을 요구했다.

하지만 당국자들은 '실무접촉'이라는 이유로 뻣뻣한 자세를 버리지 않았다. 통일부 출입기자들과 당국자들의 씨름이 시작된 것이다.

이에 기자단은 류길재 통일부 장관에게 기자들의 판문점 접근을 허용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했고 긍정적인 답을 얻었다.

그러나 당국자들은 "이번 접촉은 연락관 접촉이어서 과거 사례를 봐도 기자단을 보낸 적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무산됐다.

게다가 "통일부 출입기자단을 허용하면 종편사도 해줘야하고 외신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부담스러워 했다.

통일부 측의 이유도 납득은 된다. 남북간 실무접촉은 남북간 합의를 이끌어 내는 자리가 아니라 말 그대로 오는 12일 서울에서 열릴 남북 장관급 회담 운영을 논의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무라 하더라도 2년 4개월만에 남북 당국이 마주한 자리이다. 게다가 이는 남북 장관급 회담을 위한 예비회담 성격이어서 그 의미는 크다.

그렇기에 국민들이 이번 실무접촉에 거는 기대가 크고, 기자들도 그 기대에 부응해 정확한 보도를 할 권리와 의무를 갖고 있다.

북측은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부터 '최고존엄 모독'이라며 남측 언론보도에 불만을 보였고, 심지어 '벌초' 대상으로 삼은 바 있다.

이에 통일부는 '민주주의 국가'를 이유로 들며, 언론의 자유가 보장됐기에 '최고존엄 모독'은 잘못된 지적이라고 항변해왔다.

그런데 이번 실무접촉의 기자단 현장 접근을 불허하면서, 통일부는 그토록 외치던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주의 국가'의 면모를 스스로 저버렸다.

어찌보면 2년 4개월 전 남북 군사실무회담 결렬의 원인 중 하나가 언론보도였다는 점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 만큼 정부가 이번 실무접촉을 제대로 해서 남북 장관급 회담을 성사시키고 싶다는 속내가 언론 통제로 나온 듯하다.

하지만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했다. 정부가 아무리 남북 장관급 회담 성사라는 좋은 의미를 갖고 있더라도 언론통제라는 나쁜 짓이 선례를 남기게 되면, 앞으로 정부는 남북간 사항에 언론을 등한시 하게 된다.

나쁜 짓은 이번 한 번으로 족하다. 자꾸 해대면 통일부는 이제 북측을 향해 '언론자유의 국가'라고 말할 자격이 없다.

언론은 통일부의 앵무새가 아니다. 그리고 기자들은 통일부의 말을 필사하는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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